(작전보다 다른 곳에 몰입)
당구를 다시 쳐본다
당구는 역시 재미가 있다. 아니 조금 심하게 말하면 빠지는 중독성까지 가지고 있다. 바둑에 빠진 사람은 천장이 바둑판으로 보인다 한다. 천정이 당구대로 보이는 것은 당구 역시 마찬가지이다. 심지어 모든 가구나 벽면이 실험 대상이 되기도 한다. 의자와 테이블의 사이에 3큐션을 어떻게 돌리면 될까 하기도 하고, 식당에 사람들이 여기저기에 않아 있다면 그들 또한 당구공이 된다.
빅토르 위고의 소설 레미저러블에도 나폴레옹과 결전을 앞둔 웰링톤공이 당구에 빠졌다는 이야기가 그럴듯하게 나온다. 전쟁의 승패가 장군의 당구 한큐에 달렸다는 오버는 운명의 아이러니를 강조한 것으로 보인다. 당구는 오랜 기원을 가졌다. 기원전 설도 있고 그리스에서 인기가 있었다는 기록도 있다. 근대에는 구대륙에 널리 펴진 귀족 놀이였다. 조금 각을 달리해 본다. 요행으로 들어간 (fluke) 당구가 될지 묘기 당구가 될지 모르지만 당구 이야기를 창작해 만들어봤다. 당구에 중독이 된 블랙코미디 장군 이야기이다. 시간을 할애해 한번 봐주시기 바란다.
장군의 상태는 병적인 집착이다. 전쟁의 승패는 지휘관의 집중력에 달렸다고 하는데 집중할 곳을 잘못 찾은 장군이다. 죽음의 순간에도 당구만을 생각하는 단계는 0 쿠션 폭발샷이다.
지난 일요일 점심때 몇 사람과 만남이 있었고 의기가 투합되었다. 그리고 어디로 향했다. 바로 당구장이다. 때가 식사 때여서 밥을 먹고 당구를 치자 하였다. 그런데 한 사람이 아마 당구 치면서 짜장면이 어떠냐고 제안을 하니 그곳으로 정해졌다. 동네 당구장 주인이신 분이 중국집에서 음식을 시켜준다고 했다. 그가 열심히 전화를 했는데 일요일이라 문을 여는 중국집이 없다고 했다. 대신 근처에 있는 식당에서 시원한 콩국수를 시켜주겠다고 했다. 다들 “좋아요” 하고 계속 당구는 돌아갔다.
당구를 이리 오랜만에 치는 이유가 있다. 성당에서 당구대회가 다음 주 토요일에 열린다. 나는 처음에 하도 오랫동안 당구를 안쳐서 여기에 참석한다는 생각 자체가 없었다. 공치는 것을 다 잊어먹은 듯 생각이 들어서였다. 그런데 며칠 전 성당 사람들과 모여있는데 당구 시합이 있으니 함께 참여하자는 것이다. 갑자기 물이 끓어올랐다. 다 좋다고 하여 한 팀이 만들어졌다. 성당 내 다른 모임과 대항하는 단체전에 나가게 되었다. 자, 결정이 되었으니 이제 할 일은 다시 큐를 잡고 실전을 해 보아야 한다. 며칠간 연습을 해 보려 한다.
역시 몇 년 만에 당구를 치니 계속 헛손질을 했다. 제대로 맞지가 않고 핀트가 계속 틀려졌다. 하나는 남아있었다. 당구를 TV에서 가끔 시청하여 어떤 각도로 쳐야 한다는 것은 쉽게 결정이 되는 것이다. 당구는 기실 나의 오래된 친구관계를 유지했다. 조금씩이라도 꾸준히 친 기간은 다른 취미보다 오래되었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친구들과 만나면 식사를 하고 근처 당구장에 가서 웃고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것이 일상화되었었다. 근데 근래부터 이런 기회가 별로 안 생겼다. 그러더니 아예 당구를 잊고 살게 되었다. 유일한 참여는 TV에서 나오는 선수들이 보여주는 당구 기술을 보고 줄기는 것이 계속되는 것이다.
나의 오랜 당구 추억이다. 나도 장군처럼 마세를 제법 잘 친다. 당구수는 150인데 80부터 마세를 치다 보니 제법 전문가 수준에 이르렀다. 논산역 기차를 기다린다. 시간이 약 2시간 남아서, 근처 당구장에서 시간을 보내려 갔다. 당구장 주인과 당구를 쳤다. 당구 수는 그대로 150이다. 마세 기회가 와서 쳤는데 아주 잘 들어갔다. 주인이 나를 한참 보더니 그렇게 살지 마란다. 졸지에 당구 수를 속인 사람으로 치부해 버린다. 한참 걸렸다. 이 오해를 설명하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