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본디 이민자의 나라다)
"맘다니 시장, 그의 '최초'라는 타이틀 뒤에 숨겨진 미국의 진짜 이야기"
먼저 맘다니가 새로운 뉴욕시장이 되었다 했을 때 나의 기분을 이야기해야 할 듯하다. 아주 기분이 좋았다. 그래서 가까운 친구들을 불렀다. 술 한잔 하자고. 물론 뉴욕시장 이야기는 하지 않았다.
나는 그를 전혀 알지 못한다. 초기에 국내신문 기사를 통해서 그가 민주당 후보로 되었다 할 때도 그런가 보다 하였다. 최근에 선거를 며칠 앞두고 트럼프가 그에 대해 비난을 할 때부터 조금 관심이 붙었다. 맘다니 후보가 누구인데 미국 현직 대통령까지 나서 그리 비난을 퍼부을까 했다. 그의 인기는 계속 높은 상태로 유지되었다. 당선이 확실한 정도였다. 그리고 예상대로 그가 선택을 받았다.
미국 뉴욕시장선거에 대해 한국 내에서도 많은 기사가 만들어진다. 맘다니 스토리이다. 기사 제목이 주로 최초의 이슬람계 뉴욕시장으로 많이 나왔다. 붙여진 제목 자체가 조금 이상했다. 최초의 이슬람계 시장이라고 하려면 그전에 나온 시장은 기독교계 시장 또는 가톨릭계 시장이라고 불렀던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프레임이다. 결과가 그다지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것을 알려주는 언론의 다소 불순한 프레임이다.
그 다음은 기사의 내용이다. 출신을 계속 앞세운다. 우간다에서 태어났고 부모는 인도계란다. 심지어 그의 부인도 시리아 출생이라고 밝힌다. 뭔가 기사의 이슈가 되는 조건들이 조금 허접하다. 출신과 종교가 가장 중요시하게 나올 필요가 있을까. 출신과 종교가 제일 먼저 나올 만큼 중요하다는 이야기는 그것들로부터 오히려 언론이 자유스럽지 못한 것을 증빙하는 속 좁은 기사라 여겨진다.
제대로 하려면 그가 주장하는 공약은 어떠하고 그가 세계의 축소 모형인 뉴욕을 어떻게 경영할 수 있는가 하는 주제가 가장 중요한 것이다. 그리고 그의 주장이 실현 가능성이 있는지 이에 대해서도 더 크게 논의가 되었어야 했다. 어디 출신이냐, 어느 종교인지가 전혀 중요하지 않다. 외계인이라도 아무 문제없다. 그가 그곳 공동체 사람들을 위해 좋은 정치를 하면 되는 것이다.
미국은 완전히 이민자들로 만들어진 국가이다. 바로 말하면 미국에 초기 정착한 사람들은 다들 불법 입국자이다. 미국에 먼저 정착한 아메리칸 원주민들에게 정착해도 되는지 허락을 구하지 않았다. 지금 미국 사람들은 모두 초기 불법 이민자들의 후예들이다.
미국의 정체성은 이민 그 자체이다. 미국은 건국 설계도부터 이민자를 위한 나라였다. 자유의 여신상에 적혀 있는 문구를 보자. "나에게 피곤하고 가난한, 숨 쉬고 싶어 하는 군중들을 다오. 너희 해변에 쓸쓸히 버려진 불쌍한 사람들을..."라는 유명한 비문을 언급하고 싶다. 이는 미국이 가진 본연의 이민자 국가 정체성을 상징하는 것이다.
과거에는 용광로라는 말을 많이 썼지만 나는 이제 비빔밥 또는 다양한 샐러드로 부르고 싶다. 그 이유는 이러하다. 미국 사회는 다양한 배경을 가진 사람들이 하나의 동질한 문화로 녹아드는 용광로로 볼 것이 아니라, 각자의 정체성을 유지하면서 공존하는 비빔밥이고 섞인 샐러드라는 개념으로 봐야 한다. 다양한 이민자들의 퍼스날리티를 존중하는 것이다. 맘다니 시장의 가족 구성(우간다 출생, 인도계 부모, 시리아 출신 부인)은 바로 이 섞인 샐러드로 봐야 하는 현존하는 증거이다.
‘먼저 온 자와 나중 온 자’의 아이러니를 이야기해보자. 먼저 이민 온 자들이 늦게 이민 온 자들을 배척하는 것은 아주 비정상이다. 요즘 흔히 말하는 사다리 걷어차기와 같다. 나온 김에 역사적으로 사다리 걷어차기를 한번 보자. 일단의 사람들이 메이 플라워호를 타고 왔다. 그리고 원주민들의 도움으로 생존이 이어졌다. 그리고 사다리의 중간에 어느덧 올라선 것이다. 늦게 대기근을 피해 온 아일랜드인들은 영어도 제대로 못하는 무식한 가톨릭 신자라고 미국 사회의 최하층으로 차별했다. 또한 이탈리아/동유럽 이민자들 역시 비슷한 배척을 받았다.
19세기 중반부터 시작된 중국인 노동자들에 대한 중국인 배척법은 인종에 기반한 최초의 이민 제한법이다. 미국을 하나의 나라로 분리되지 않게 만든 철도는 누가 만들었나요. 바로 중국인 꾸리들이 만들었다. 그리고 그 보답으로 지금의 캘리포니아 차이나타운 지역을 할당받았다. 한 마디로, 먼저 온 집단에게 차별을 당하고, 정착한 후에는 자신들보다 더 뒤늦게 온 새로운 이민자들을 배척하는 경향을 보인다. 이는 사다리 걷어차기의 전형적인 패턴인 것이다.
아메리카 원주민의 관점에서 보면, 유럽에서 건너온 초기 정착민들은 허가도 없이 자신들의 땅에 정착하고 국가를 세운 불법 이민자이자 침략자에 가깝다고 주장을 펼칠 수 있다. 미국 대륙의 진정한 토착민은 아메리카 원주민이다. 그들에게 이민자란 유럽에서 건너온 사람들과 그 후예들, 즉 현재의 미국인들 자신이다. 불법 이민자가 늦게 온 이민자에게 다시 불법 이민자라는 딱지를 붙이고 있다.
결론을 내려 보자. 미국의 힘은 그 다양성에서 나온다. 서로의 출신을 따지며 에너지를 낭비하기보다, 각자가 가진 다양한 배경과 경험을 어떻게 하나의 시너지로 만들어낼 것인지 고민해야 할 것이다. 그것이 진정한 미국적인 가치를 실현하는 길이다. 다른 나라도 마찬가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