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L 7328, 이 항공기서 첫교육을 받음)
최근 우연히 항공기 관련 기사를 보다가 오래전 내가 자주 탑승했던 기종이 떠 올랐다. 처음 항공사의 객실 승무원이 되니 항공기 친숙화(familiarization) 교육이 시작되었다. 항공기에 직접 올라가서 내부 구조와 기능을 익히는 현장학습을 하였다. 이때 처음으로 탑승한 항공기가 바로 이 DC-10 항공기이다.
선배 사무장이 교육을 담당했다. 그 때나 지금이나 이 항공기를 보면 그 웅장한 품세는 물론 아름다운 자태가 다른 기종과 비교가 안된다는 생각을 떨칠 수가 없다. 그 중심이 바로 후방 날개 위에 야무지게 올라앉은 엔진 때문이다. 그래서 DC-10 항공기는 척 보면 ‘이것 DC-10 이네’ 하고 바로 아는 체를 할 수 있다.
초기 4명이 탑승했던 B707에서 항법사(navigator)가 사라지고, DC-10 조종석에는 비행기관사(flight engineer)가 남아 총 3인으로 구성되었다. 이후 컴퓨터가 연료부터 전기 계통까지 모든 것을 자동으로 감시하고 조정하게 되면서 결국 기관사 자리도 없어지게 된다.
3발 엔진(trijet engine)이라고 알려졌다. 요즘은 이 3발 엔진 항공기가 잘 보이지 않는다. 거의 사라진 항공기이다. B727, DC-10, L-1011, MD-11 등이 3발 항공기를 대표하는 기종으로 알려진 항공기이다. 1970년대 초만 해도 항공기 운영사들은 B747 보다는 작고 DC-8 보다는 큰 ‘차세대 jet 항공기’를 원했던 터이다.
이유를 간단히 말하면, 2발(twin engine)로는 대양을 가로지르는 횡단이 불안했고 4발은 너무 커서 ‘3발이 황금비’로 여겨진 시대였기 때문이다. 2 엔진은 장거리 노선이나 대양을 순항하는 것이 규정상 허용이 안되었다. 결과론적으로 말하면 DC-10과 같은 3발 엔진 항공기가 대안이 되었다. 시장이 3발 엔진을 원하는 환경이 되었다.
광동체(wide body)인 3발 항공기이다. 초기 대한항공은 이 DC-10 기종을 모두 6기 보유하고 있었다. 당시의 주력 기종이었다. 내가 오랫동안 탑승했던 HL7328 기는 중동의 리비아 트리폴리 공항으로 접근, 착륙 시 낮은 시정 때문에 큰 사고가 일어났다. 항공기는 전파되고 많은 사상자를 낸 대형 사고였다. 잘 알고 있던 승무원도 몇 명 사망한 사고이다.
DC-10 비상구는 양쪽에 모두 8개가 설치되어 있다. 그런데 DC-10 항공기 비상구를 열고 닫는 것은 다른 항공기와 많은 차이가 있었다. 한마디로 복잡하고 다루기가 힘이 들었다. 약간은 위험하기까지 했다. 비상구 작동 진행은 먼저 객실 안쪽으로(inward) 들어오고 다음에 위로 올라가게 되어 있다. 이때 사람이 승무원 좌석 콘솔과 비상구 사이에 있으면 자칫 그 사이에 끼이게 된다.
강력한 전기 모터 힘이 작동되어 자칫하면 큰 불상사가 일어날 수가 있다. 그 대안으로 안전줄(safety strap)을 부착해 사람 진입을 못하게 되어 있다. 그러나 사람은 실수를 할 때가 있다. 이 항공기의 비상구 개폐 시스템은 구조 설계가 잘못 설계된 된 것 같다.
흔한 일은 아니지만 가끔 비상구의 전기 작동이 안 될 때가 있다. 그러면 수동으로 비상구를 들어 올려야 했다. 승무원 1인이 들어 올릴 수도 없는 그 무거운 비상구를 매뉴얼 리프트바(manual lift bar, 들어 올리기 쉬운 손잡이)를 이용해 여러 명이 들어 올렸던 경험이 있다.
왜 이리 자세하게 말할 수 있냐 하면 사무장이 되면 비상구 열고 닫는 역할이 항상 주어진다. 다른 여러 항공기를 다루는 객실 승무원은 여타 기종과 비교를 해서 알 수 있는 것이다. 이후에 개발된 신기종 항공기들은 비상구를 열 때 아무런 힘이 들지 않고 무게의 원심력으로 비상구가 쉽게 열리고 닫히게 만들어졌다. 보잉이나 에어버스 항공기가 공히 그러했다.
비상구를 잘못 여는 실수를 하면 엄청 난처한 상황이 닥친다. 즉 비상용 탈출 슬라이드(escape slide)가 터진다고 소위 말하는 상황이다. 정상시에 슬라이드가 터지면 팽창된 슬라이드를 떼어내고 새로운 슬라이드로 교체를 해야 한다. 마치 펼쳐진 낙하산을 잘 접어야 다음에 재사용하는 것과 같다. 한번 펼쳐진 슬라이드는 즉각적으로 재사용이 되지 않는다. DC-10 항공기는 비상구가 전기적 파워에 의해 문이 열리고 닫히게 되어있다.
또한 전기모터의 힘으로 작동되는 유사한 방식의 항공기는 B767이다. 그 외 다른 항공기는 승무원의 손 힘으로(manual) 쉽게 열고 닫는 방식으로 되어있다. 비상구를 수동으로 열고 닫는 방식이 전기적 파워 방식보다 훨씬 안전하다. 수천번을 열고 닫아도 거의 고장이 생기지 않는다. DC-10은 전방(door #1) 비상구와 나머지 비상구(Door #2,3,4) 개방하는 조작 레버가 상이하다. 자고로 복잡하면 혼란이 오고 잦은 실수가 생긴다.
비상구에 대해 조금 더 이야기 해 본다. 비상구는 정상시에도 사용되는 승객 출입문이다. 차이점은 비상 발발 시에 신속한 탈출을 하기 위한 장치가 있다. 탈출용 슬라이드이다. 설치 이유는 가장 빠르게(90초 룰) 비행기에서 빠져나가라는 것이다. 정상과 비정상 상황을 정확하게 구분해야 한다. 공항 브리지에 잘 도착하여 승객이 하기 할 때는 극히 정상 상황인 것이다. 슬라이드를 팽창할 이유가 없다.
상황 선택은 도어에 달린 부속장치인 장전장치(arming lever)에 달려있다. 레버는 Armed와 disarmed 두 가지 위치 중에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출발을 위해 비상구가 닫히면 레버는 곧장 armed 위치에 두어야 하고, 무사히 착륙 후 승객이 하기 할 때는 disarmed 위치에 둔다. 문제는 승무원이 순간적으로 행하다 보니 실수(human error)가 생긴다는 것이다. 취급 당사자는 당연히 책임을 진다.
모든 비상구에는 비상용 탈출 슬라이드가 부착되어 있다. 만일 슬라이드 하나로도 고장 나면 일부 승객을 항공기에서 하기 시켜야 한다. 승객 320 명이 탑승했다면 8개의 슬라이드가 탑승한 모든 승객을 나누어 할당되는 구조이다. 슬라이드 하나가 없으면 약 50명이 해양에서 비상시 구명정(life raft)을 못 탄다는 결론이다.
비행기가 착수(ditching)할 때 슬라이드는 구명정이 되는데 약 50 명 이상이 구명정에 올라타지 못한다. 승객을 줄여야 한다는 이것은 항공법에 엄격히 명시되어 있다. 그래서 승무원들은 비상구를 개방할 때 온 신경을 쓰는 이유이다.
(to be continued, 다음은 언더갤리 이야기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