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기의 추억(2), DC-10 언더 갤리 편

(유일한 지하주방 항공기)

by evan shim


이제 언더 갤리(under galley) 이야기를 해 보려 한다. 항공기에는 전후와 중간 부분에 갤리가 준비되어 있다. DC-10 메인덱(main deck)에는 아주 작은 규모의 갤리가 3개 설치되어 있다. 바로 아래에 아주 넓은 지하 갤리가 설비되어 있기 때문이다. 승객의 기내식을 조리하는 오븐이 설비되어 있다. 또한 뜨거운 음료 서비스를 위해 커피메이커와 워터 보일러 등이 설치되어 있다. 수십여 개의 기내식 카트가 적재되어 있다.


식사를 위한 모든 준비는 여기에서 다 이루어진다. 지하갤리를 담당하는 승무원이 이륙 후 고도를 잡으면 이곳으로 내려와 모든 작업을 수행한다. 서비스 준비가 완료된 기내식 카트는 설치된 수직 리프트를 통해서 아래에서 위로 이동했다. 승객이 탑승하는 메인 공간을 최대화하려는 의도에서 주방을 항공기의 하단에 할애한 것이다.


어떤 항공사에서는 이 공간을 화물칸(cargo deck)으로 쓰기도 한다. 통상적으로 언더갤리, 또는 로어 갤리(low galley)라고 부른다. 또 다른 3 발기인 L1011 항공기는 여기에 일등석 승객을 위한 멋진 라운지를 만들어 두기도 했다. United, American 항공이 이 구성을 선호했다.


좌석은 항공사에 따라 다르지만 대개 250-350 석 위주로 운영하는 것이다. 당시에는 비즈니스석이 없을 때라 2-class로 운영이 되었다. 국적기 운항노선은 중장거리인 중동, 유럽 등이 주였다. 예를 들어 식사를 2번 제공되는 노선에서는 모든 승객의 700 인분 식사를 여기에서 조리, 준비, 보관하는 장소이다. 여기에 기내판매품까지 보관한다. 기내식을 한꺼번에 히팅 하는 공간이니 수십 개의 오븐이 식사시간에는 모두 윙 소리를 내며 가열을 시작한다. 제법 상당한 소음이 발생하는 곳이다.


기내식을 모두 세팅하면 다음에는 이를 밀카트에 싣고 위층 승객 객실로 이동이 된다. 리프트 2기를 통해서이다. 그리고 식사 제공이 된다. 이런 식사가 제공되는 시간이 승무원으로서는 가장 바쁜 시간이다. 약 1시간 정도 승객식사 서비스가 되고 나서 회수가 되고 나면 조금씩 여유가 생긴다. 문제는 이 정신없는 와중에 엘리베이터 1기가 작동을 멈추는 상황이 때로 있었다. 다른 방법이 없다. 이것은 약과였다.


한 번은 중동에서 오는 비행 편에서 생긴 일이다. 난처한 상황이 벌어졌다. 2기의 리프트가 모두 작동이 안 되는 일이 발생했다. 서키트 브레이커(circuit breaker)를 교환하기도 하고 온갖 방법을 강구했지만 해결이 안 되었다. 비행기는 이러한 상황을 대비하여 수동으로 해결하는 대체방안이 있다.


일등석 후방 쪽으로 평소에는 카펫으로 덮여 있으나 비상시에는 사람이 지하에서 계단을 통해 빠져나오는 탈출구(trap door)가 열리게 되어 있다. 이 작은 구멍으로 모든 320명의 기내식을 하나씩 손으로 올리고 내리는 작업을 해야만 했다. 승객들은 그 긴박한 상황도 모르고 추가적 오더를 했지만 승무원들은 진땀 나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어쩠던 한번 벌어진 상황은 시간이 지나면 완료가 되는 것이다. 다들 땀을 뻘뻘 흘리면서 승객용 식사 2회 제공을 별 탈 없이 마쳤다.


내가 당시 수석사무장이었는데 너무 고마워서 모든 승무원을 지하로 모이라 했다. 야간비행이라 대부분의 승객이 취침을 하던 시점이었다. 나는 1등석에서 삼페인과 와인을 몇 병 가져와 고생한 승무원들에게 한잔씩 돌렸다. 리프트 고장으로 무지 고생한 승무원에게 객실 책임자로서 그냥 두고 지낼 수가 없었다. 당시는 이것이 모두 가능했던 시기였다.



source, Facebo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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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항공사는 이륙과 착륙 시에 승무원이 이 지하 공간을 떠나도록 했다. 만에 하나 하드 랜딩으로 리프트 문이 열리지 않는 경우를 대비해서이다. 우리 국적사도 그 규정을 따랐고 이착륙 시에 내부 물건을 잘 고정해 두고 모두 메인덱(main deck)에서 이륙과 착륙을 위해 착석했다.


이 지하공간은 때로 생일을 맞이한 승무원을 위한 간단한 축하연 장소로 이용된다. 파티를 오래 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간단한 케이크와 샴페인 한잔 정도는 돌릴 수 있는 공간이다. 당시에는 기내 흡연이 허가된 상황이라 승무원들도 여기서 흡연을 하기도 했다.



<패신저 57> 제목을 가진 영화에서 보안요원 웨슬리 스나입스가 탑승한 여객기가 공중에서 하이재킹 상황이 벌어졌다. 1970년대 영화인데 여기서 DC-10 항공기가 등장한다. 내가 이 영화를 소상히 기억하는 이유는 하이재커를 피해 언더갤리로 피신하는 장면이 기억나서 이다. 실제 언더갤리를 그대로 보여주는 장면을 보니 과거 추억이 생각났다.


주인공이 엘리베이터를 타고 지하 주방에서 가고 거기에서 비상 해치를 통해 화물칸과 전기전자실(E&E compartment)로 진입하는 장면이 있는데 이것도 실제와 동일했다. E&E 컴파트로 통하는 해치는 오직 비상시에만 사용되는 출입문이다. 여기는 온갖 항공기의 전기/전자장비 모듈이 촘촘히 적재되어 있다. 기능상 문제가 생기면 하나의 모듈은 그대로 들어내어 통채로 교체하는 방식이다. 그러면 항공기는 즉각 기능 정상이 된다. 쉬운 부품 교체방식은 나중에 자동차 정비 시스템으로 기술이전이 된다.


DC-10과 관련된 사이트 자료를 검색해 보니 그때 유럽 항공사들의 언더갤리 사진이 나왔고 승무원들이 작업하는 공간 사진도 몇 장이 보였다. 희귀한 자료 같다. (상기 Facebook 자료임)



DC-10 항공기에는 HL로 시작하는 고유한 대한민국 국적기호인 등록번호가 있다. 그 다음에 4 단위 숫자가 붙어있다. 내가 아직도 기억하는 HL7328이나 7315, 7316, 7317 은 모두 DC-10 항공기이다. HL7317은 객실 내에 공간을 일부 컨테이너 화물실로 전용한 소위 콤비내이션(combination) 항공기다. 유일한 승객+화물 복합적 항공기 객실구조였다. HL 다음 숫자 7은 제트기를 나타내고, 3은 3발 엔진이고, 28은 일련번호를 나타낸다.


이후 항공사를 떠나고 나는 항공기 부품을 구매하기 위하여 외국의 공항을 자주 방문했다. 그중에 자카르타에 가서 항공기 부품을 찾으려 갔는데 여기서 DC-10 항공기가 있었다. 그 퇴역한 비행기에서 뜯어온 항공기관사(flight engineer) 패널이 아직 우리 회사 창고에 보관되어 있다. 그 비행기도 언더갤리 항공기였다. 옛날 회상이 나서 아주 반가움의 감정을 느끼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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