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외신보도에도 관심을 가져야–

(급성장 동아시아 발전을 보며)

by evan shim


세상은 돌고 돈다는 역사학자들 말이 맞는구나 했다.

20세기 중반까지도 개발도상국이 새로 선진국이 된다는 것은 실제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여겨졌다. 경제발전 종속이론도 그중 하나였다. 그런데 이상현상이 발생했다. 서구인들이 보기에 천지개벽 같은 현상이 동아시아에서 일어났다. 극동 아시아권 4마리의 용을 중심으로 이무기가 용이 되는 변천 과정을 보여주었다. 그게 다가 아니다. 마치 그 지역에 햇살이 비치니 너도나도 덩달아 굴기하기 시작한다.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베트남, 태국 등이 일어섰고 드디어 중국은 가속도가 붙어 G2가 되니 세상을 깜짝 놀라게 하고 있다. 지역적으로 조금 떨어진 인구대국 인도도 여기에 합세했다. 인도 또한 대국 프리미엄으로 발전 가속도가 붙는 형국이다. 이제는 서구언론이 이들을 호랑이라 부른다.


최근 세계적 평가기관 골드만삭스 그룹에서 나온 향후 국가들의 경제성장에 따른 서열을 보면 세상이 정말 바뀐 게 맞고 이미 대세는 거스를 수 없다고 생각이 들었다. 인구가 뒷받침되는 국가들의 순위가 높아지고 있다. 만년 후진국쯤으로 인식되던 이집트와 나이지리아, 필리핀도 주목받기 시작한다. 이해가 좀 안 되는 상황의 도래이다. 기존 강대국들이 새로 부상하는 잠재 국가들에게 태클을 거는 것을 보게 된다. 그러나 태클이 잠재국가에게 약간의 성장 시기를 늦출 수는 있지만 주저앉히는 효력이 있을 것 같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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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에서 뒤처진 선수는 선두권 진입이 절대 불가하다고 노벨경제학상 받은 서구 경제학자들 주장이 머쓱해지는 순간이 되었다. 그리 주장한 시기는 20세기 중엽에 나온 이론이다. 동아시아 국가들은 그들이 추구하는 발전 방향은 서구화가 아니고 근대화라고 주장한다. 북미와 유럽이 달성한 과거의 근대화 방식이 아닌 아시아권 국가 그들에게 맞는 맞춤형 근대화가 목표라고 당당히 말한다. 국가발전 근대화의 방향 모델은 탈서구화라 한다. 일부 서구인들이 착각하는 것 중 하나가 할리우드영화, 청바지, 코카콜라, 아이폰을 쓰는 동아시아가 그들과 같은 서구화의 길을 가고 있다고 굳게 믿고 있지만 이는 아주 잘못된 귀결이다.


근대화를 추구하던 초기에는 맹목적으로 서구주의를 답습하기도 했지만 성장의 어느 단계부터는 그들의 고유문화를 다시 인식하기 시작했다. 한국에서도 1970년 초기부터 젊은이들 모두가 서양 음악에 심취하더니 한 세대도 되기 전에 이제 모두 자국음악으로 방향을 틀었다. 약속이나 한 듯이 다른 국가들도 예외 없이 그러했다. 그들은 고유의 전통문화와 국가적 특성을 유지한 채 아주 유연하게 자국 근대화를 병행했다.


21세기가 오니 20세기와 너무 근 차이가 보인다. 특히 국가 발전속도에서 그러하다. 영국이 선진국이 되는 데 걸린 시간이 약 2세기에 달했다. 미국은 이차대전 시기부터 강대국으로 들어섰다. 동아시아권 국가들이 선진국 문턱에 진입하는 데 걸린 시간은 놀라울 정도로 단축되고 있다. 개도국이나 후진국에서 선진국 문턱에 닿는데 얼마나 걸렸을까. 놀랍게도 약 30-40년 정도로 보고 있다. 아니 머지않아 더 단축된 국가들도 나올 성싶다.



서구는 100-200년 기간의 진행 시퀀스에 맞추어 단계적 성장을 이룩한 반면 동아시아 제국들은 시간압축 과정을 통해 선진국의 문턱에 도달한 차이이다. 서구가 백 년 이상의 역사와 점진적 진행 과정을 통해 선진화를 이룩했다면 동아시아는 서구와 전혀 다른 성장패턴이 작용했다. 오랫동안 저개발 국가라는 불명예 라벨을 붙이고 괄시받은 한과 그들도 언제는 선진국으로 도약해야겠다는 민족적 결기가 크게 작용했다고 볼 수 있다. 일부 아시아권 국가 성장의 롤모델로 서구 선진국의 발전과정을 참조하기도 하였다. 동양이 한때 서구 식민지로 핍박받던 민족의식이 강하게 작용한 것도 분명 촉매역할을 했을 것이다.




그래서 역사학자들이 역사는 순환한다고 말한 것이다. 한 시대를 풍미했던 이집트, 로마, 에스파냐 등의 전성기가 영원한 줄 알았지 쇄락할 것을 그때 누가 알기나 했을까 기시감이 든다.


발전이 항상 좋은 것만은 아니다. 동아시아 국가들의 급성장에 따른 부작용도 많이 있을 것이다. 짧은 시기에 산업구조 변화로 사람들의 가치관과 급속한 도시화가 우려된다. 점진적 과정 없이 압축성장에 따른 부작용이 많이 노출되고 있다. 급히 가는 물길은 때로 의도치 않게 수로를 제멋대로 바꾸어 많은 피해를 안긴다. 그러나 시위는 벌써 당겨졌다. 다시 되돌릴 수 없다. 과거에 체험해보지 못한 새로운 사회에 이미 진입된 것을 나중에 알아차린 일도 있을 것이다. 조금 달라진 환경은 쉽게 뉴노멀이라고 치부해 버린다.


발전의 와중에 조우되는 무질서와 혼란은 피할 수 없는 코스가 돼 버렸다. 고성장에 따른 변화과정을 슬기롭게 조화시키며 가장 적은 부작용 단계로 이끌어야 하는데 쉽지 않은 일이다. 시행착오로 혼란이 생길 수도 있다. 가장 손쉽게 문제해결은 다음 세대로 미루는 것이다. 성장의 과실도 피해도 후손들 몫이다.



동아시아의 성장 패러다임은 일부 서구문화의 유입과 전통문화의 통합이 주류가 될 것이다. 인정할 수준의 다문화 혼재와 동거가 이루어지는 대통합 사회문화가 될 것이다. 과거 서구는 타제국과의 착취적 대결을 하던 일방적인 서구 우월주의가 한 시대를 풍미했다면 미래는 국가 간 상호 평등적이고 선의의 경쟁적 시대로 나아가야 한다. 세상이 축소되어 아프리카 저 멀리서 지구 반대쪽에서 전래된 독특한 문화 유입도 전혀 이상하지 않은 단계까지 왔다. 그래서 21세기는 대체 어떤 세상이 도래할지 한층 더 불확실하건만 기대해 볼만한 세상이 올 것 같다.





나는 세상을 돌아다닐 때 잘 보존된 유럽의 오래된 건축물과 도시 환경이 부러울 때가 많다. 고대와 근대의 환경이 지금도 그대로 남아 부러운 향수를 부른다. 그런데 아시아 권에서는 오래된 건축물들은 거의 다 없어지고 대부분의 도시환경이 최근에 만들어진 것이 많다. 자연파괴를 부르는 도시 개발과 발전이라는 미명 아래 새 옷을 입은 재개발에 과몰입해 버려서 결국 급속한 근대화의 산물이 되고 후유증이 된 것이다. 나중에 이것을 되돌리는 것은 제2의 환경파괴와 고비용으로 복원이 어려워진다.

다른 하나는 과거와 단절된 미래가 되는 것이다. 단기간에 개인과 국가의 생활환경이 크게 변동되어 다가올 미래는 어느 누구도 예측하지 못하게 되었다. 미래에 대해 공허한 예측만 남발하는데 마치 허공에다 쏜 거라 거리도 방향도 틀릴 가능성이 농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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