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 싸게 파는 것도 전략)
나는 쇠를 가공하고 무엇을 만드는 것을 즐긴다. 어릴 적부터 생성된 놀이 취향 중 하나이다. 집에도 여러 가지 공구를 가지고 무엇이 잘 못되면 그 공구를 사용하여 고치기도 한다. 그 연장선상에서 육중한 기계를 구입했고 사용법을 익혔다. 일단 무엇을 익히려는 마음의 자세가 제일 첫 단추이다. 그리 하겠다는 마음만 먹으면 다음은 무엇이든 다 쉽게 연결된다. 나의 경우는 기계공작을 전문적으로 훈련하는 직업학교에서 교육을 수개월 정도 받았다.
그리하여 선반과 밀링 등의 사용법을 익혔다. 가서 보면 의외로 처음 해 보는 젊은 교육생들이 대부분이다. 수개월이 지나면서 조금씩 서로를 알게 된다. 주로 취업을 원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고 해외이주를 원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주위를 둘러봐도 언제나 내가 그중 최고령자이다. 그러나 배우려는 열정은 절대 그들에게 밀리지 않았다.
기계 작동법을 익히고 다음 단계는 기계를 구입하는 것이다. 항상 중고 기계를 구입한다. 용도가 직업적으로 운영하기보다는 여전히 개인적 취미 중심이지만 일정 부분은 나의 일과 관련된 부분도 있었다. 항공 쪽 애프터서비스와 관련된 일을 하다 보니 기계 가공 등의 일을 주로 외주에 맡겨야 했다. 외주를 주면 바로 제작이 어렵다. 공작 기계란 한번 가공 세팅을 해 놓고 계속작업을 주로 하는데 이를 내려놓고 다시 가공 세팅을 해야 하니 바로 가공이 안 되는 처지이다.
그러나 직접 가공을 한다면 바로 가공이 되었다. 그래서 나는 기계를 구입하여 이를 현장에서 구상하고 가동하면서 다각도로 연구와 응용이 되는 환상의 조합이 되는 것이다. 새로운 구상을 하고 이를 즉각 만들어 응용해 보면 의외로 빠른 진행이 가능해진다. 이리하여 장비를 구입하는 비용은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을 정도로 기계 값을 톡톡히 뽑는 상황이었다.
그러게 진행이 되던 상황이 느닷없는 코로나 팬데믹이 닥치고 약 3년간 별로 할 일이 없어지는 처지로 전락했다. 이러니 그다음에 닥칠 앞날이 조금 불확실해 갔다. 제법 넓은 공간에 이것저것 구입해 놓은 항공 관련 물품의 처리가 현안으로 대두되었다. 대부분이 해외에서 수입한 물품인데 사용 용도는 극히 제한되어 일반 물품과 전혀 다른 유통이 이루어졌다. 극소수의 시장 수요에 대처하는 정도이다 보니 이 또한 처리에 애로가 많았다. 누군가 맡아서 이를 계승할 사람도 마땅치 않았다. 그래서 장기적으로 정리를 생각하게 되었다. 그것의 일차적 단계는 설비되어 있는 기계의 정리였다.
당장 운영하는 일을 완전히 정리하는 단계가 아니고 다른 일은 그대로 지속이 되어야 하므로 육중한 기계만 정리를 하는 것이다. 그 외 장비와 작은 기계는 유지를 해야 했다. 그러다 다다른 생각이 취미로 기계와 공작을 하는 카페에 올려야지 했다. 가입된 카페는 처음에 창립할 때부터 참여하여 벌써 거의 십 년 정도 회원으로 있었다. 이곳에서 회원들끼리 사용하던 기계와 장비를 상호 팔고 사는 활동을 하는 것이다. 나는 특히 이곳에 물건을 팔고 사는 데에는 그리 열성적이지 않았다. 일부의 다른 사람들이 하는 것으로 나와는 그다지 관계없는 일이라 생각되었다.
드디어 ‘판매를 합니다’라는 게시를 했고 처음에 3개의 장비 매각정보를 올렸다. 다른 분들의 정보를 참고 삼아 올렸는데 어렵지 않게 사진과 가동 동영상을 첨부한 내용을 올렸다. 뭐니 뭐니 해도 가장 중요한 부분은 물품의 가격이다. 가격을 정하는 데는 다른 매물의 가격을 참조했다. 그들의 가격에서 제법 할인을 했고 여러 가지 관련 부품을 함께하여 판매를 한다고 했다. 아마 그 부품값만 해도 제대로라면 수십만 원의 가격이 붙는 것인데 여러분들이 좋은 조건이라고 언급해 주었다. 그리고 매입을 원하는 참여자의 반응을 기다렸다. 반나절이 지나자 올린 글에 대한 뷰어의 숫자가 50명, 100명으로 늘어갔다. 그리고 밀링 기계에서 반응이 시작되었다. 급기야 한 분이 구입 의사를 밝혔다.
의외로 쉽게 기계의 매각이 되어 갔다. 그랬는데 매입을 원하는 한 사람이 다른 분과 약간의 논쟁이 있었다. 한 분이 기계에 대한 규격을 문의해서 알려 주었는데 더 이상 구매의사 반응이 없었다. 그런데 다른 분이 먼저 구입하겠다고 분명한 의사를 밝혔다. 당연히 나는 그분에게 그러시라고 했는데 뒤늦게 규격을 문의한 분이 먼저 선수를 쳤다고 이런 경우도 있네요 하며 항의의 글을 댓글로 썼다. 그리고 그분들 간에 약간의 통화가 있었다고 했다.
나는 통화에 대해 잘 몰라서 한걸음 물러나 있었다. 물건을 넘겨주기로 한날 아침에 논산을 가는데 구입을 하기로 한 분이 연락이 와서 그런 이야기를 했다. 난처했지만 나는 단호하게 선수금을 받았으니 그건 당신이 우선협상자라고 하고 계약은 그대로 진행하라고 하고 현장에 갔다. 그리고 그를 만나 기계에 대한 기능점검을 한 후 잔금을 받고 기계를 넘겨주었다.
밀링 기계는 중량이 거의 수백 킬로가 나가서 지게차를 이용하여 상차를 해야 했다. 상차까지는 판매자의 역할이라 지게차 비용은 내가 부담했다. 그리고 추가로 관련 물건도 덤으로 더 주었다. 물건을 구입한 그분은 또한 기본적 사업을 하고 있었는데 취미반 업무반 정도로 기계를 구입하여 운영하는 분이었다. 취미 수준을 넘어 독자적으로 큰 맷돌을 제작하는 분이었다. 거의 15년을 그 일에 집중하여 준 전문가가 되어 있었다. 다른 사람들이 합작하자고 하기도 하고 물건을 판매권한을 요청한 사람들도 많았다고 하였다. 참 세상은 이리 독특하게 생각하고 그 길로 꾸준히 가는 사람들이 있구나 하며 재미있는 세상이구나 생각되었다.
물건을 넘겨주고 나는 다시 서울로 왔다. 사무실에 도착하여 밀린 일을 하고 있는데 부산에 있는 어떤 분이 그중 작은 물건인 공구 연마기를 구입하겠다고 하였다. 비용을 약간 네고를 요청했고 나는 구분 주장대로 네고를 해 주었다. 나는 물건을 사고 파는데 항상 쉽게 처리한다. 상대를 존중해 주는 편이다. 그랬더니 그는 바로 송금을 했다. 물건은 며칠 후에 택배로 보내 주기로 했다.
그리고 한 시간도 되지 않았는데 오전에 밀링을 사간 분이 전화가 다시 왔다. 혹시 무슨 구입한 기계에 대해 말을 하는 줄 알고 조금 긴장하여 전화를 받았다. 그가 말하는 내용은 그게 아니고 내 공장에서 보았던 선반도 마저 사겠다고 하였다. 그리고 선수금을 바로 보내 주었다. 3건의 판매가 당일 바로 해결이 되어 더 이상 신경 쓸 일이 없어 행복했다. 이틀 후 다시 현장을 방문하여 그분에게 기계를 넘겨주는 작업을 한번 더 해야 한다.
중고 물건을 팔면서 배우는 것이 있었다. 오래 끌며 제값을 받는 것도 좋지만 나의 경우는 남보다 저렴하게 쉽게 처리를 하는 것이 기본 판매 스타일이다. 그래서 그런지 매번 쉽게 판매가 일어났다. 거래는 항상 상대적인 것이다. 밀고 당기는 거래를 적당히 하면 좋으나 너무 가격에 집착하면 처분하는데 신경 쓰는 시간도 많다. 사람마다 각자 알아서 하는 것이니 나는 내가 좋아하는 방식대로 가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