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인도의 모디수상이 미국을 국빈 방문했다. 미국으로부터 최고의 환대를 받았다. 기사에 의하면 과거 처칠이나 만델라에게 보여준 외국지도자 존경의 정도까지 보여주었다고 한다. 한 동안 개발도상 국가로 취급받던 인도가 드디어 존재감을 발하고 성장의 흐름을 이어받았다. 천체의 흐름처럼 태평양을 건너온 양의 기운이 마침내 인도까지 도달한 것이다. 중국이나 동아시아 권역의 고속성장 국가의 반열에 벌써 가입했다고 한다. 골드만삭스가 발표한 미래 국가 성장률에서 2075년에는 인도가 미국을 능가한다고 예측했다. 물론 예측은 예측일 따름이다. 미래는 수많은 변수와 환경에 의해 코스를 바꿀 수가 있으니.
나와의 추억은 약 25년 전 뭄바이를 방문했을 때 기억에 남아있다. 머물던 호텔을 나오면 어린아이들이 우르르 몰려들어 손을 내민다. 구걸을 하는 것이다. 처음에 마음이 동해서 조금 잔돈을 줬는데 한도 끝도 없이 이 어린아이들이 몰려들었다. 도망을 다녔다. 음식도 향취가 너무 많이 나서 일반식당에 가기가 조금 망설여지던 때였다. 따라서 식사는 호텔에서만 먹었든 것이 음식 기억의 전부이다.
그랬던 인도는 현재 전혀 다른 나라에 진입했다. 고층빌딩과 과학기술로 무장이 되고 세계의 정보지식을 아우르는 인터넷 강국이 되었다. 화성궤도에 진입한 세계 4대 수준급 우주산업 강국이고 놀랍게도 실리콘 밸리에서 가장 유능한 IT CEO 대부분이 인도 출신이다. 인도의 수학은 숫자 0을 최초로 발명했는데 아라비아 숫자의 기원은 사실 인도에서 유래된 것을 유럽에서 잘못 알려진 것이다. 근대 이전에 인도의 수학, 과학, 천문학이 가까운 아랍세계로 이전되기도 했다. 아랍세계에서 보다 더 발전된 기술은 이후 유럽에 이전되어 알려지게 된 것이다.
모디는 매우 독특한 정체성(persona)을 가진 사람이다. 하루를 어찌 보내느냐 하는 데서부터 평범하지 않다. 우선 수면시간은 하루에 4시간 정도이다. 개인 시간에 하는 활동은 독서와 명상, 기도와 요가수행이다. 고전에 능통한 그를 두고 마르지 않는 지혜의 샘이라 하기도 한다. 철학자의 수준에 도달한 정치 지도자가 되었다. 특히 요가활동은 벌써 수십 년에 달해 전문가 수준에 도달한 정도이다. 그가 UN에 주창하여 세계 요가인의 날이 설정된 것부터 범상하지 않다. 70 초반의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매우 건강한 이유도 요가와 명상 같은 건강한 심신수련 관리에서 이유를 찾을 수 있다.
그에 대한 재미난 가십거리가 있었다. 그는 오랜 단련으로 악수를 할 때는 상대방이 손에 통증을 느낄 정도로 악력이 세어서 세계 정상 간에는 그와의 악수를 두려워할 정도로 알려졌다.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도 악수를 세게 하는 사람인데 이 둘이 만나서 악수를 하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세간의 관심이 커진 것이다. 드디어 두 사람이 만났다. 언론사 카메라가 그들을 포착하기에 바빴다. 언론의 관심을 사전에 알았던지 그들은 악수 대신에 포옹을 하는 것으로 첫 대면을 마쳤다. T가 다시 대통령이 되면 혹시 악수할 수도 있다는 재미나는 상상을 해 본다.
현대 정신문화의 근간이 된 요가가 발생한 인도지만 의외로 요가가 흥행한 곳은 오히려 미국이다. 미국에는 3천만 명 이상의 요기(Yogi)가 있고 요가로 밥을 먹는 전문 강사가 약 15만 명이 된다는 통계가 있다. 서양에는 의외로 요가에 빠진 유명인사가 많은데 마하리쉬를 스승으로 모셨던 비틀스도 있고 마돈나, 리처드 기어, 줄리아 로버츠, 브룩 쉴즈, 케이트 윈슬랫 등의 많은 할리우드 스타들도 여기에 심취한 그룹이다.
그는 독자적인 신념을 가진 지도자이다. 어느 일방에 편향되지 않고 적절한 국익 위주의 균형외교를 주축으로 한다. 군사무기를 구매할 때도 러시아, 프랑스, 미국 등에 적절히 균형 잡힌 구매를 하여 냉혹한 외교환경을 철저히 관리하는 편이다. 다른 나라에 대해서도 독자적인 노선을 견지하며 미중소에 대해서도 할 말을 다하는 뚝심 있는 외교술을 보여주고 있다. 그에 의해서 인도역사는 다시 쓰게 되었다고 한다. 바로 모디 이전과 모디 이후(before and after Modi era)로 구분이 된다는 것이다.
나온 김에 모디의 성장배경도 이야깃거리가 된다. 그는 미천한 하층민 출신이다. 인도는 많이 완화되었지만 여전히 사회계층의 구조가 엄격히 존재하는 사회이다. 쉽게 말하면 흙수저 출신인데, 그는 어려서 기차간에서 차를 파는 소년이었다. 근대까지도 기차에서 차를 파는 관습이 있을 정도였다. 그는 철저한 채식주의자이며 금욕주의자 생활을 하고 있다. 어릴 적 부모가 정해준 부인과의 결혼을 했지만 부담을 느낀 그는 이내 가정을 뛰쳐나와 지금껏 혼자 살고 있다. 이혼을 원하는 모디 총리와는 반대로 그 부인이 이혼 동의를 해 주지 않아서 정확히 말하면 현재는 별거상태라 할 수 있다.
유흥 잡기와는 담을 쌓고 청렴한 생활을 하고 있다. 그는 재산을 모으려 하지도 않고 수입의 대부분을 빈자를 위해 쓰기도 한다. 구자라트주의 주지사를 시작으로 중앙 정치무대까지 올라온 입지전적 인물이다. 힌두교 사제처럼 청빈한 생활을 하는데 가끔 지하철을 혼자서 이용하기도 한다. 문재인 대통령이 인도를 방문했을 때 함께 지하철을 타기도 했다. 그는 대중연설도 수준급으로 잘하는데 SNS도 즐겨 수천만명의 팔로워를 가진 영향력을 가지고 있다. 젊은 층으로부터 큰 지지도를 가졌는데 그는 약 80%의 국민 지지도를 유지하기도 했다.
마지막으로 내가 관심을 가진 몽골과의 역사관계 또한 뚜렷하다. 영국에 바통타치를 하기 전에 몽골은 16세기부터 19세기까지 약 330년간 무굴제국으로 인도를 지배했다. 영국은 100년간 인도를 지배했고 나중에 독립시켜 돌려줄 때는 분리통치 (divide and rule) 방식으로 파키스탄과 방글라데시로 분리하여 돌려주었다. 비열한 국제정치 행위의 최고봉이다. 이후 한국처럼 영구 분할상태가 되었다.
무굴제국은 칭기즈칸 후예인 티무르의 후손 바부르가 세운 대제국이었다. 무굴이라는 말은 몽골이라는 의미이며 무갈제국으로도 알려진 무갈은 아랍어로 몽골을 의미한다. 몽골과 영국 두 지배제국의 차이는 무엇일까. 복속한 나라에 정착하여 일체가 되어 그 국가를 발전시키는 것과 본국으로 이익을 가져가는 경제수탈은 완전히 다른 양상이다. 점령시기 일본을 보면 알 수 있다.
오늘날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건축물로 인정받는 타지마할은 무굴제국 샤 자한이 사랑하는 왕비를 위해 축조한 건물이다. 세계 문화유산이며 세계 7대 불가사의 중의 하나가 되었다. 인도의 이슬람 건축미를 대표하는 이 건물은 세계에서 가장 뛰어난 것으로 오늘날 전 세계인들이 찾는 최고인기 관광지로 남아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