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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van shim Jul 05. 2023

직접 해보세요, 차 소모품 교환

(재미도, 돈도 절약되고)


직접 하는 차 부품교환




차를 직접 관리해 본 추억이다. 1980년 초입이었다. 두 번째 모델인 국산 포니 2였다. 처음 2-3년 된 중고를 구입했다. 문제는 당시의 차 도장 기술이 엉성했을 때였다. 그때부터 여기저기서 부식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주말마다 해야 하는 작업이 생겨났다. 페인트 붓으로 차체의 녹슨 부위를 캄프라치 해야 하는 부분도장 작업이다. 특히 여름철 장마기간에는 최고로 녹이 번창하기 시작하였다.


그러다가 최근에는 자동차 고장도 별로 안나는 훌륭한 내구 상태까지 발전된 이후에 별로 차 수리를 할 필요성도 점차 줄어들었다. 대신 차의 소모품을 교환하는 작업은 해야 한다. 대표적인 소모품이 에어컨 내부 필터와 와이퍼 블레이드 그리고 워셔액 교환 정도이다. 한 동안 이 작업도 가까운 정비공장에서 했다.


내가 한때 알고 지내던 사람이 있었다. 그는 증권기관에 근무하는 고위직이었다. 그는 상당한 재력도 갖고 있지만 모든 차량 정비를 스스로 배워 거의 다 자가 보수를 한다고 하였다. 심지어 엔진오일도 자체적으로 한다고 하여 정말 대단한 수준이라 생각되었다. 만날 때마다 “간단한 소모품은 직접 해 보세요” 하며 나에게 권유까지 하기도 했다. 그러나 권유만 듣고 고개를 끄덕였지만 그대로 따라 하지는 못했다.


여름 장마철이 닥쳐온다. 차 소모품을 교환할 시기가 도래한 것이다. 어제는 우연히 차량 부품 대리점을 검색하여 직접 구입하러 그곳을 찾았다. 과거에 한두 번 정도 에어컨 내부 필터는 갈아보니 의외로 쉬었다. 그리 해봤으니 이번에도 다시 직접 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생각이 든 데는 몇 가지 환경이 달라진 것이다. 개인 수입도 줄어들고 그에 상응하여 가용 시간도 여유롭게 많다는 점이 작용했다. 대리점에 가는 길에 의자 뒷좌석에 달린 일부 부품도 없어진 것까지 구입을 했다. 그런데 그 대리점에서는 모든 부품을 보유하지 않아 2-3일 후 다시 와서 가져가란다. 대충 가격 명세서를 보니 정비소에 가는 것보다 거의 절반 이하 가격에 모든 작업이 끝났다.




부품을 받아와서 교환하는 작업을 시작했다. 에어컨 필터 교환은 불과 2-3분 정도로 간단하다. 그로브 박스의 고정하는 사이드 암을 벗겨내는 작업만 하면 되었다. 약 3개월 정도 된 필터는 반 정도 오염이 되어 있었다. 에어컨을 계속 가동하던 시기라서 좀 빨리 교환했다. 나는 오랜 버릇이 차계부를 쓰는 것인데, 차 부품 교환 시 교환 시기를 판단할 때 아주 요긴하게 알 수 있다. 차계부는 차 타이어를 교환할 때도 엔진오일을 교환할 때도 교체시기를 적절히 판단하니 좋은 습관이라 여긴다.


그다음이 와이퍼 블레이드 교환이다. 처음으로 고무 리필 부위만 교체해 본다. 와이퍼 세트를 벗기는 작업이 처음에는 다소 어려웠는데 탈착 원리를 알면 아주 쉽다. 조수석 작은 와이퍼 블레이드를 교환해 보니 다음에 운전석 고무 리필을 끼울 때도 그대로 적용되니 별 문제 아닐 것 같다. 이 정도면 장마철 기본적 차량관리는 된 것으로 판단된다.






과거 미국에서 본 광경이 오버랩되었다. 그들은 가끔 집도 직접 고치고 차를 수선하기도 한다. 한 번은 부부가 서로 다른 쪽에서 주택 페인트 작업을 하는 것을 보고 웃음이 나온 일이 있었다. 차량 정비 수가가 매우 비싼 미국에서는 차를 직접 분해하고 수리하는 사람들이 제법 많았다. 평범한 사람들이 차량 정비 매뉴얼을 보면서 직접 수리를 하는 것을 여러 차례 보았다. 어떤 이들은 개러지(garage)라는 차 정비공간을 마련하여 다양한 공구를 걸어 놓는 사람도 있다. 집 마당에 차를 분해한 부품을 잔뜩 널어놓고 작업을 하는 것을 보니 재미있게 보였다. 하지만 본 것으로 끝이고 내가 직접 정비를 한다는 것이 엄두가 쉽게 나지 않았다.


몇 주전에 자전거를 수리하러 수리 전문 샵에 갔다. 체인과 스프라켓 세트를 교환하고 브레이크 와이어 교환까지 전부 하게 되었다. 자전거도 매우 정밀한 기기이다. 내가 옆에서 보고 배워서 할 수 있는 수준까지는 아직 도달하지 못했다. 기기의 작동원리를 알아야 수리가 되는데 아직 나는 그 수준에 많이 미달되는 상태이다. 대신 타이어를 교환하고 튜브를 때우는 정도는 이제 능숙하게 다른 사람에게 가르쳐 줄 수준이 되었다. 가끔은 자전거 정비 책을 보아도 아직 완전히 이해가 안 되니 아직은 정비샵을 찾는 것이 나을듯하다.




무엇을 하던 중요한 것은 무엇을 배우려는 정신 자세가 있느냐 없느냐의 차이가 첫 번째 관문이다. 우리 모두 처음에 아무것도 모르는 백지상태에서 시작을 한다. 그런데 누구는 계속 백지상태로 남아있고 다른 사람은 그것으로 밥을 벌 전문가 수준이 되기도 한다. 개인의 능력 차이가 있다고 한다면 그것도 일견 옳은 말이다. 하지만 딱 들어맞는 합당한 논거는 절대 아니다. 얼마나 그 분야에서 많은 시간과 관심을 쏟아부었는 가가 그의 최종 상태를 나타내는 것이다. 아마추어가 되기도 프로페셔널이 되기도 하는 등급이 갈리는 것이다. 단거리 달리기 기록은 불과 영점 몇 초의 어찌 보면 극히 작은 차이가 될 수도 있지만 그가 버는 수입의 차이는 엄청나다. 끈질긴 자에게 복이 간다.


그래서 Victory belong to the most tenacious 가 옳은 말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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