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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van shim Aug 03. 2023

몽골여행(2), 지평선과 게르생활

(이채로운 지형들) 



'가도 가도 끝이 없다는 것이 무엇인지 한번 보여줄까' 하는 투어 같다. 나도 왕년에 소위 좀 넓다는 나라를 제법 다녀봤다. 러시아, 미국, 중국, 호주 등이다. 그런데 몽골과는 전혀 다른 주위 환경이다. 다른 광활한 대륙국가와 약간의 차이가 난다. 몽골에서는 특히 인가나 건축물 같은 인공물을 보기 어렵다. 조금만 벗어나면 계속 달려도 대부분 아무것도 없다. 유일하게 보이는 것은 초원과 산맥 그리고 사막뿐이다. 동일한 초원이나 산들, 사막이 한도 끝도 없이 유지되는 것을 본다. 아하 그렇다면 이것들에 큰大 자를 붙여도 되겠지 했다. 大초원, 大지평선, 大사막 등등. 원래 大자가 붙은 것은 세계적으로 아주 희귀하다는 증표이다.



수평선은 바다를 항해할 때 누구나 가장 쉽게 볼 수 있다. 보는 사방위가 모두 동일하게 한일(一) 자형태의 바다로 보인 모습이다. 그런데 다른 것 없이 사방이 모두 동일하게 보이는 지평선은 아직 못 봤다. 한 군데라도 산과 같은 다른 이물 형태가 겹쳐서 보였다. 완벽한 지평선이란 아하 이렇게 된 거구나 했는데 360도 주위가 같은 모습, 동일 프레임으로 된 곳이다. 위대한 조물주가 삽으로 지상을 평탄화 작업 한 것처럼 보인다. 

 


몽골은 계절적으로 통일화 색상을 보여준다. 여름 한철에는 모든 주위 토양은 녹색으로 도색된다. 가을이 오면 초원이 말라 녹색은 연한 밤색이 된다. 그리고 가장 긴 겨울에는 눈이 덮여 모두 백색으로 치장을 한다. 일 년 내 보여주는 칼라는 단 3개의 색상으로 만물이 채색되는 것이다. 



하늘의 색상은 가끔 구름이 낄 때를 제외하고 너무 쾌청하여 어두운 청색을 띤다. 몽골 사람들은 시력이 아주 좋다고 한다. 우리처럼 컴퓨터 자판이나 스마트폰에 빠지면 시력저하를 가져 울 텐데 시력을 보호하는데 아주 좋은 녹과 청의 색조합이 많으니 당연히 좋은 시력이 유지될 성싶다.



차강 소브라가, 몽골판 그랜드 캐넌


첫날부터 강행군이다. 첫 번째 목적지가 차강 소브라가이다. 몽골말로 하얀 불탑이라는 의미의 말이다. 토양이 붉은색으로 된 기암절벽 군이다. 과거 고생대 시기에 이곳은 원래 바다였는데 그 흔적이 또렷이 남아있다. 전날 비가 온 탓에 질벅거리는 토양이 불편했다. 마치 바다처럼 생긴 절벽 아래쪽에는 염소와 양들이 많이 방목되고 있었다. 몽골판 그랜드 캐넌이라 말할 수 있다. 단 규모는 애리조나 보다 여기가 적은 규모이다. 출발하여 420km를 주행해야 했다. 서울-부산정도의 거리라 간단히 생각할 수 있지만 도로 여건은 우리와 전혀 다르다. 한 마디로 오프로드 도로이다. 오프로드를 즐기는 모험 동호인들은 이곳이 최고의 적소일 것 같다. 





이 정도면 오프로드중에서 최상급 도로 


여기서부터 고난의 행군이 시작된다. 이유는 분명하다. 대부분의 도로가 비포장 상태이기 때문이다. 대도시에서 조금만 벗어나면 주로 비포장 상태이다. 비포장 도로란 야생의 초원길을 그대로 달리는 것을 말한다. 모든 초원이 도로이다. 5차선 도로도 되고 비가 와서 도로가 파인 경우에는 조금 곁으로 새로 달리면 새 길이 된다. 10차선 도로도 될 수 있다. 달릴 때 뒤로 내뿜는 먼지는 어쩔 수 없이 남겨지는 흔적이다. 그래서 먼저 간 뒷 차를 그대로 따라간다면 앞차의 먼지를 그대로 호흡해야 하니 멀리 떨어진 다른 길을 개척해서 운전을 한다.



우리 차를 운전하는 기사는 운전경력이 20년이 넘은 베테랑인데 아주 능란하게 먼지를 피하고 쉽게 상대차를 추월하여 좋은 공기를 호흡하게 해 주었다. 포장상태의 도로를 운전할 때에도 또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군데군데 웅덩이가 파진 불량도로가 많기에 그대로 돌진하다가는 쉽게 타이어 펑크가 생길 수가 있다. 심한 경우는 차량의 전복도 예상해야 할 정도이다. 롤로 코스트를 지나는 것 같이 지그재그로 운전을 했다. 



먼저 다녀온 사람들이 도움이 되는 정보를 주는 경우가 많았다. 비포장 도로의 노면 상태가 안 좋으니 허리에 복대를 하라고 고마운 충고를 했다. 나를 포함해서 우리 일행 대부분이 복대를 준비했고 수시로 착용을 했다. 일행 중 한 사람은 허리에 통증을 느껴 귀국 후에 병원 치료를 다닌 사람도 있었다. 



초원이 있으니 이를 최대한 활용하는 가축이 있다. 바로 5대 가축이라 불리는 양 염소 말 소 낙타이다. 뒤로 갈수록 개체수가 적다. 초원은 북쪽으로 갈수록 초지가 풍성한데 사막 지역인 고비사막 남쪽으로 갈수록 초지의 내용이 좀 빈약해진다. 고비가 몽골어로 사막이라는 말인데 고비사막이라 우리가 부르는데 이는 이중 표현이다. 사막지역의 부실한 초지에서는 가축들이 하루 종일 작은 풀을 계속 뜯어먹어야 하니 조금도 쉬지 않고 풀을 먹고 있었다. 한 번은 낙타를 타 보았는데 낙타는 이동 중에도 작은 풀을 쉬지 않고 계속 뜯어먹고 있었다. 양들은 쉬지 않고 풀을 뜯어먹는 바람에 치아가 다 닮아서 풀을 못 뜯으니, 즉 배가 고파서 죽는다는 이야기가 있었다. 




차로 이동 중에 가장 많이 조우하는 무리는 가축들이다. 적게는 수십 마리에서 많으면 수백 마리까지 군집하여 풀을 뜯는다. 그런데 이를 지키는 목동들은 거의 보지를 못했다. 이유를 알고 보니 방목하고 저녁에 우리로 이끄는 정도의 역할을 목동들이 한다는 것이다. 이 목동들의 과거처럼 말을 이용하는 경우는 거의 없고 대부분이 오토바이를 이용하여 가축을 돌보고 있었다. 말보다 기동성이 훨씬 좋을 것 같다. 가축 중에서 양과 염소는 목동들이 우리로 인도하는데 그 외에 말과 소 낙타의 경우에는 그들 스스로 우리를 찾아 귀환한다고 하였다. 





게르 생활 


처음 좀 우려가 되었다. 제공된 정보에 의하면 모기나 곤충이 출몰한다는 내용이 있었기 때문이다. 조금 걱정이 되었는데 일단 사막지역에서는 거의 벌레들을 볼 수가 없었다. 그런데 몽골의 북쪽으로 갈수록 수분도 있고 초원의 풀이 많아서 제법 모기나 날 파리와 같은 벌레들이 저녁에 몰려왔다. 문을 닫아야 했고 자기 전에는 모기약 같은 약을 뿌리기도 했다. 하루 잠을 자면 다른 지역으로 이동하여 전혀 다른 게르 하우스가 주어진다. 조금 불편한 게르도 있고 현대적 시설을 갖춘 게르도 있다. 



나담 축제 기간과 겹쳤는데 누구에게나 마유주를 주던 게르


우리가 머무는 게르에는 통상 5-6 개의 침대가 벽에 기대어 설치되어 있었다. 가운데는 작은 식탁과 의자가 있고 어떤 게르에는 석탄을 때는 난로가 있었다. 윗 천장 부분에 공기를 순환하는 구멍이 있었다. 내부를 조명하는 전기등은 한 밤중에는 소등되게 해 놓았다. 따라서 야간에 외부에 화장실을 가려면 플래시가 필요했다. 



몇 가지 불편사항은 샤워 시 따틋한 물공급이 안 되는 경우도 있다. 생활용수를 공급하는 차량이 방문하여 급수통을 채운다. 사막지역을 감안한다면 충분히 이해가 된다. 게르는 태양광 솔라 패널이 설비되어 있어서 전등과 같은 소규모 전기시설에 사용된다. 주인이 살고 있는 게르 안에는 대형 TV 화면이 보였다. 게르는 와이파이 시설이 거의 안되어 있다. 도중에 지역 호텔식당메서 한번 와이파이를 사용해 보았다. 즉 모바일 생태계에서 완전히 벗어난 연결환경이다. 처음에는 좀 불편했지만 그런대로 일주일간 모바일 사용 않고 생활하게 되었다. 



화장실도 첫 번째 게르에서는 시설이 미비하고 비위생적 환경이었는데 다음부터는 시설이 문제없었다. 제공되는 식사는 개인의 식성에 따라 다른 평가가 나온다. 내 경우는 거의 대부분 70% 이상 접시를 비웠다. 가끔 한식위주의 식사가 나올 때는 아주 잘 먹었다. 술도 보드카와 와인 등을 구입해 저녁식사 시간대에 마시기도 한다.



게르는 주로 한가족 중심으로 운영한다. 부부가 주로 관리하는데 화장도 하고 옷도 깨끗이 차려입은 젊은 여자들이 있었다. 방학을 맞이하여 성수기 부모들 돕기 위해 온 듯한 자녀들 모습이었다. 그런 차림으로 식당 음식도 만들고 게르 관리를 하는 것을 보았다. 어떤 여성은 영어를 잘 구사하기도 했다.



마치 파리대왕이란 소설에 나오는 아이들처럼 필요한 것을 스스로 자급자족하는 생활도 필요하다. 물 묻은 수건을 그냥 아무 데나 걸어 두면 강한 바람에 날아갈 수 있다. 바닥에 철사를 주워서 수건 한 모서리를 콱 묶어 두니 다음날 아침에 잘 말라 있었다.  침구 옆에 전선 뭉치가 일어날 때 덜거덕 거렸다. 이것도 끈으로 고정하여 하루 밤을 잘 보냈다. 게르에 따라 베개가 있는 곳도 없는 곳도 있다 첫날은 베개 없이 잣고 두 번째 날에는 침낭 외피에 옷을 둘둘 말아서 베개를 만들었더니 아주 훌륭한 베개가 되었다. 한마디로 부족한 것이 많은 캠프생활처럼 보인다. 사막체험 공간이니 그러나 보다 하면 된다.



( to be continued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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