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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van shim Aug 18. 2023

몽골여행(3), 알고가면 즐겁다  

(아는만큼 재미있다)


게르와 불씨관리


도로 옆에 군데군데 보이는 게르는 가축을 돌 보는 유목들이 거주하는 공간이다. 한 개 혹은 2개 정도의 게르가 모여 있고 가축을 야간에 몰아넣는 우리가 있다. 차나 오트바이가 하나 둘 정도 놓여있다. 또한 자가발전을 위한 태양광 패널이 있었다. 가축을 위해 언제든 이동할 준비가 되어있다.


13세기에 몽골부족이 세계제국이 되었을 때 외부에서 온 방문객들이 게르에 대한 이야기를 한 기록이 있다. 대칸의 즉위식에는 유럽에서 온 교황의 사절, 유럽 내 여러 국가의 사절등이 게르에 모였는데 얼마나 대형 게르였는지 수천 명이 함께 공유하는 공간이라고 했다. 거기에는 마유주를 담은 여러 개의 술통이 있었다고 했다. 어떤 곳에는 30석이 넘는 술을 보관하는 주해(술통)가 있었다고 했다. 만나면 인사가 술로 시작된다. 술은 몽골과 같이 추운 지역에서는 추위를 이기는 음식의 하나로 인식되었다. 그 전통은 지금도 유지되어 몽골인들은 술이 대단히 센 사람들이다.



게르는 혹독한 겨울을 나는데 없어서는 안 될 요새와 같다. 소꼬리가 부서지는 혹한 추위를 막아내는데 양털로 된 펠트는 최고의 난방재질이다. 양이 그 풍성한 털로 혹한에 죽지 않고 생존한 것을 이용하는 것이다. 양의 털로 된 펠트 천은 그 자체로 친환경적이다. 겨울에는 따뜻하고 여름에는 선선한 내부를 유지한다. 게르 내부에는 난로가 중앙에 놓여있다. 겨울을 나는데 이 난로의 불씨는 꺼뜨리지 않고 잘 유지해야 한다. 고대로부터 전해온 유목민 전통인데 게르에 불 없는 겨울나기는 아예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몽골에서는 난로를 지킬 권한을 막내아들에게 준다. 달리 말하면 집안의 상속권을 막내아들에게 위임하는 것이다. 이것은 아버지와 장성한 아들들은 전쟁을 나가야 하므로 어린 막내에게 후사를 책임 지우는 역할이다. 칭기즈칸도 그러했다. 제국을 분할할 때 막내 툴루이의 상속권이 가장 크게 증여했다.


몽골말로 ‘옷치긴(otchigin)’이라고 부른다. ‘화롯불 지킴이’라는 뜻이다. 원정을 나갈 때와 유언을 말할 때도 난로를 잘 지키라고 했다. 작은 의미에서는 불을 꺼뜨리지 말고 가정을 잘 관리하라는 말이고, 크게 말해서는 몽골 대제국(울르스)을 잘 관리하라는 의미였다. 불씨를 꺼드리는 것은 집안이 망하고 나라의 운명이 끝난다는 동의어로 풀이했다. 그만큼 난로의 불씨는 가장 중요한 의미로 인식되어 왔다.





가는 도중 소읍에 도달한다. 식당에서 시원한 맥주라도 한잔 생각이 있는데 식당에서 술이 안 된단다. 가이드가 알려준 그 이유가 재미있다. 몽골사람들이 술을 너무 많이 먹어 정부에서 한 달에 한 번은 금주의 날로 정했다 한다. 우리도 한번 그런 제도를 수입하면 어떨까 부질없는 생각도 든다.


어느 지역을 지나다 나담축제를 하여 보러 갔다. 지역이 광대하다 보니 나담 축제는 몇 군데에서 조금씩 날을 달리하며 축제를 벌인다. 마지막 날 오후여서 거의 파장 무렵이었다. 같이 간 사람이 씨름선수와 악수를 했단다. 그런데 마주 잡은 손의 두께도 2배나 더 두껍고 손의 크기도 2배 이상으로 컸다고 말했다. 키도 거의 2미터에 달하는 장신이어 마치 칭기즈칸 시대의 장군을 보는 듯하다고 말했다. 어린 아이들이 자전거 타듯 말을 타고 다닌다. 활 쏘는 선수들이 과녁을 두고 시합을 하고 있었다. 여자들도 함께 참여했다. 몽골에서는 여성의 사회참여도가 매우 높다.


졸지에 바다가 된 도로


도중 기상이변도 있었다. 갑자기 홍수처럼 쏟아지는 비와 눈으로 도로 주변 일대가 다 바다가 되었다. 마치 차가 아니고 배가 나아가는 느낌이었다. 어라, 이게 잘못하면 헤엄쳐서 벗어나야 할 정도라는 생각이 몰려왔다. 공포를 느끼기도 했다. 어떤 차량은 벌써 절반정도 물에 잠기어 있다. 안에 탄 사람들이 어찌해야 하나 걱정이 들었다. 우박이 하도 커서 작은 골프공만 하다. 이러다가 차 유리창 깨어지는 것 아닐까 두려웠다. 우박이 쌓여 마치 겨울 눈처럼 모든 땅에 가득 쌓였다. 불과 30분 만에 변한 세상이다.


차를 탔다 하면 4-5시간을 오프로드 도로로 간다. 사막의 길은 주로 평평한 초지를 이용하지만 때로는 산맥도 넘고 골짜기도 건넌다. 쉽게 말하면 세상 모든 평지가 다 도로인 셈이다. 아프리카도 있지만 지구상에 하나 남은 원시 초자연 상태이다. 그래서 전 세계에서 그걸 보러 오는 것이다. 나는 미안하지만 영원히 도로포장을 안 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별 보기


몽골에는 밤에도 할 일이 또 있다. 중요한 하이라이트 활동이다. 자기 전에 별을 제대로 보는 일정이다. 물론 육안으로 보는 것이다. 별 별 별 그리고 엄청난 은하수를 직접 본다. 몽골에 별 보러 온다는 것이 바로 이것을 의미한다. 단 최소한의 준비가 필요하다. 달이 지고 주위에 있는 모든 인공 빛을 차단해야 제대로 별이 보인다. 난생처음 그 많은 별을 본 순간, 감격 그 자체였다.


제대로 촬영을 위해서는 삼각대와 특수 자전속도에 따른 회전모터(적도의)를 장착해야 별이 흐르지 않고 촬영이 된다. 즉 이동하는 지구의 자전축을 같이 따라가며 촬영하니 별이 둥글게 흐르는 모습 없이 또렷해진다. 이 장치 없이 촬영하면 노출 사진은 모두 흐르는 영상이 된다.


별을 보는데 반갑지 않은 불청객이 있다. 바로 전 세계에서 쏘아 올린 수천 개의 인공위성들이다. 이들은 별판에 무단 진입하여 마치 별처럼 빛나고 빠른 속도로 유영을 한다. 이들은 별보다 아주 가까운 거리에서 보여 밝게 보이는 이유이다. 즉 가짜 별인 것이다. 조금만 보면 바로 식별이 가능하다. 이것이 유영하면 별 촬영을 망친다.

 


달리던 차가 중식을 먹기 위해 소읍에 도달한다. 그런데 운전자가 식당에 오지 않는다. 투어가이드말로 차에 작은 문제가 생겼다 한다. 교체할 차의 부품을 찾기 위해 더운 날씨에 고생을 하고 있다. 비포장도로를 이리 저리 가려면 포장도로에 비해 수배 혹은 수십 배 무리가 온다. 지나오던 초원에서 고장 난 차를 보는 것은 전혀 이상하지 않은 현상이다.  차를 수리하는데 한 시간 반이 지나간다.


갑자기 한국사람들을 태운 대형버스가 도착했다 그늘막에 있어서 서로 아는 체를 했다. “아니, 버스가 여기를 오네요” 하자. 그들이 뒤에 탄 사람들이 벨트를 안 매서 버스 천정에 부딪친 일을 이야기한다. 아무리 생각해도 버스로 오프로드를 다니는 것은 무리인 것 같다.  



몽골에서 가장 많이 쓰이는 브랜드 이름이 있다. 근래에 너무나도 많이 쓰이는 칭기즈칸 브랜드이다. 시내 가장 중심가에 있던 수흐바타르 광장도 이젠 칭기즈칸 광장으로 바뀌었다. 편의점에 가서 맥주나 보드카를 살 때도 가장 고급 제품의 브랜드는 칭기즈칸이다. 그의 기마 동상이 계속 세워지고 인근 산 언덕에도 그의 모습을 그린 형상이 크게 만들어졌다. 대형 호텔과 식당의 이름에도 많이 쓰이고 있다. 지방에서도 상점의 이름에 칭기즈칸이 쓴 검은 깃발 그림이 붙어있다. 전쟁 시기에 내건 검은색 말총으로 만든 깃발이다.


근래에 러시아의 위성국으로 있을 때는 이 이름은 말하면 안 되는 이름이었다. 몽골 민족주의를 상징한다는 의미에서 철저히 봉쇄되었던 이름이 독립 후 가장 많이 불리는 이름으로 복원되었다.


( to be continued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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