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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van shim Nov 23. 2023

이상하다 하지 마라. 다 이유가 있다

(주어진 환경을 받아들인 것)

모든 결정은 주어진 환경의 종속품이다


열흘 전에 최남단에 있는 한 섬을 방문했다. 쑥섬이라 불리는 아주 작은 섬이다. 쑥애자를 써서 艾島라고도 한다. 연육교로 아직 연결이 안 된 상태이다.  이 섬에 들어가기 전에 관광 안내원이 불과 몇 분 정도 기본적 섬 정보를 알려주었다. 이 섬은 3개가 없는 섬 이란다. 닭과 개와 무덤이 없단다. 이 말을 처음 듣고, ‘아니 무덤이 없다고' 하는 생각이 들었다. 설마 과거 시절에 배에서 하는 수장을 섬에서도 한단 말이야 하는 이상한 생각까지 들었다. 그래서 그 연유를 물어보았다.  


오래동안 전해 온 이야기인 즉 이러하다. 당시 약 350 가구가 살았는데 모두 수산업을 영위하고 사는 섬으로서 생활구역이 너무 좁았다. 그러나 사람들은 계속 죽어가니 묘지로 소비되는 섬의 공간이 점차 확대되었다. 그래서 마을의 사람들은 무언가 특단의 조치가 필요했다. 그들은 새로운 섬의 자치 규약을 만들었다. 이제 섬에서 사람이 죽어도 묘지를 써서는 절대 안 되고 이후에는 기존에 있는 무덤도 섬 밖으로 이장을 하자고 모두가 결의했다. 그리고 이 규정은 약 400년 세월이 흐른 지금까지 잘 지켜지고 있었다. 그래서인지 지금은 묘지가 없는 아름다운 섬으로 잘 유지되었다. 주어진 환경에 적절히 대처하는 옛사람들의 삶의 지혜이다.



이 이야기를 듣고 해외 다른 지역에 있는 유사한 매장 방법 이야기가 생각났다. 바로 홍콩이다. 이곳 또한 많은 사람들이 살기에 좁은 지역이다. 그래서 대안으로 초고층의 아파트가 세워진 이유이다. 지금은 그것들이 홍콩을 상징하는 거대한 랜드마크가 되었다. 여기에 더해서 한정된 토지를 효율적으로 이용하고자 하는 부가적 아이디어가 만든 장례법이 있다. 전통적으로 전 세계적으로 망자의 관을 바닥에 마치 침대에 있는 것처럼 평평하게 묻는 방식이 기본적이었다. 그러나 좁은 토지에서는 그마저 허용이 안되었다. 그래서 어찌했을까.


듣도 보도 못한 방식으로 망자의 관을 모신다. 관을 수직으로 세우면 공간이 획기적으로 줄어든다는 것이다. 마치 그가 살아있을때 처럼.  이후 홍콩정부에서는 장례법을 그리 제정했다. 법으로 제정되니 새로운 장례 문화로 형성되었다. 지금은 하나도 이상하다 생각 않고 당연시되었다. 그리고 지금도 아무 문제 없이 잘 지켜지고 있다. 역환경에 따른 합당한 변화였다.





그 외에도 우리가 책을 보고 느낀 역사적인 규정이나 행위는 때때로 잘 이해가 안 가는 것이 많다. 바로 당시에 처한 환경을 고려치 않고 현재 우리가 처한 환경으로 재단했기 때문에 생기는 오류이다. 즉 모든 것은 그러한 규칙을 제정할 그때의 처해진 시대적 환경의 부산물이다. 이해를 돕기 위한 또 다른 이야기를 준비해 본다. 시기는 산업혁명 시기 영국이었다.


흔히들 산업혁명 시기 마부가 새로 나온 증기 기관차를 인정하지 않으려고 떼를 써서 운행을 지연시켰다고 알고 있다. 많은 사람들은 이게 마치 정설인양 알고 후세의 평가도 그러했다. 수년 전 한국에서도 기존 택시 운전자들이 새롭게 나온 택시운송 플랫폼 시스템이 기존 질서를 무력화시켰다고 생각했었다. 새로운 택시 플랫폼 운송사업자가 그들의 밥벌이를 가져간다고 대규모 시위를 하기도 했다. 그럼 이제 최초로 증기 기관차가 도입 시 어떠한 상황인지를 정확히 알 필요가 있다.



source : pixabay


한 마디로 당시 증기기관차는 무시무시한 괴물처럼 나타났다. 일단 무게가 약 13톤 이상에 달했고 이것들이 운행하는 굉음은 어린아이들이 큰 공포를 느껴 길에서 증기 기관차를 보면 어른 뒤로 숨어야 하는 정도였다. 또한 말이 끄는 마차는 가끔 증기기관차 기적소리에 놀란 말이 갑자기 도로에서 미친 듯 질주하여 사고를 일으키기도 했다. 한 번은 어떤 증기 기관차가 운행증 펄펄 끓는 뜨거운 수증기가 말에 튀어 그 결과 말이 놀라서 큰 몸부림을 쳤다. 그 소동으로 마차를 탑승한 여자 승객이 크게 다친 경우도 있었다.


마부가 보기에는 증기 기관차는 교통수단이라기 보다 도로를 달리는 흉기 수준으로 인식되었다. 런던의 여론이 흉흉해지자 운행에 엄격한 제재가 뒤 따라던 것이다. 그래서 도심을 달리는 증기 기관차의 속도는 최저로 했고, 마차와 길을 마주칠 때 경고를 하도록 했다. 기관차 주행 시 깃발로 지나가던 사람들에게 사전에 경고를 발하는 선주의 조치도 필요했다.


이게 실상이다. 이런 역사적 사실은 이제 다 무시하고 신기술의 도입을 무조건 거부하는 마부라고 아전인수식 해석을 해버렸다. 한국의 어떤 정치인도 우버 택시 당시 산업혁명기의 편협한 마부이야기를 하며 비난하기도 했다. 아무리 바보라 해도 영국의 산업혁명기 당시 정책 입안자가 그리 무지했을까 한번 고려조차도 안 해버렸다. 재미나는 외곡상황 해석의 최고봉이었다.




위에 예를 든 몇 가지 이야기는 당시 시대적 환경에 대해 올바른 평가가 부족해서 생긴 사례이다. 잘못하면 객관적 평가가 아닌 왜곡적이고 편향적으로 사건의 인과관계를 비꼬는 경우가 있다. 잘못하면 the good(좋은놈)와 the bad(나쁜놈)가 서로 뒤바뀌는 결과도 될 수 있다. 과거의 환경은 현대와 사뭇 다르다. 지금 이해할 수 없는 역사적 사실도 그때는 어쩔 수 없이 되거나 또는 차선책으로 결정되었다는 것이다.


같은 잣대로 그때와 지금을 동일하게 평가를 해서는 잘못된 역사 해석이 된다. 무엇보다 그때를 인정하는 자세에서 역사 해석이 따라야 한다. 혹시 지금의 서양식 변기를 두고 수십만 년이 지난 후에 사람들이 이게 뭘까 하고 고민하다가 한 고고학자가 이것은 쌀을 씻는 용기라고 판단을 했다면 올은 판단일까. 그냥 웃자고 하는 말이다.


더 중요한게 있다. 우리 인간도 환경이 만든다. 그러니 좋은 환경을 인간 스스로 만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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