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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van shim Nov 17. 2023

사막의 왕자, 낙타 이야기

사막 + 낙타 plus – 


오래전에 우연히 어떤 엔지니어를 알게 되었다. 이분은 당시로서는 쉽지 않은 로봇을 만드는 분이다. 어떤 종류의 로봇을 만드느냐고 물어보았다.  이분은 씨익 웃더니 혹시 낙타경주를 아느냐고 되물었다. 뭔 소리를 하시나 했다. 이야기를 풀어 가셨다.  이분은 아라비아의 낙타 경주하는 경주용 로봇을 만든다고 했다. 처음 아랍지역 기수들은 낙타를 타고 경주를 했는데 이제는 다른 환경으로 바뀌었다고 했다. 사람들은 이제 낙타에서 내리고 대신 등위에 로봇이 올라간다는 것이다. 지상에서 사람들이 무선 RC로 조정하고 로봇은 낙타에 빨 리가라고 채찍질한다는 것이다. 마치 사람이 타고 빨리 가자고 채찍질을 하는 것처럼 한다는 것이다.


경주용 낙타들은 느릿느릿하게 짐을 나르는 용도의 낙타와는 전혀 다른 속성을 가졌다. 느린 놈은 여기서는 퇴출된다고 봐야 한다. 이분이 이렇게 제작된 로봇은 전량 중동지역으로 수출이 된다. 그런데 계속 로봇에다 신기능을 넣어야 된다는 것이다. 낙타가 들을 수 있는 사운드 전파도 개발하고 채찍질도 세기를 다양하게 만들어야 된단다. 내가 당시 중동 쪽과 비즈니스를 하고 있다고 하니 로봇을 여러 군데로 팔아주었으면 하셨다.


이분과 헤어지고 나서 인터넷 검색을 해보았더니 중동지역에서 낙타경기의 열기가 아주 대단함을 알게 되었다. 말도 고급 종마는 엄청난 고가 이듯이 우승한 낙타도 최상급 대우를 받는단다. 아, 세상은 이런 새로운 세계도 있구나 하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낙타를 처음 타본 곳은 젊은 시절 바레인에 체류할 때였다. 우연히 아는 분이 낙타를 타보라 해서 얼떨결에 타보았는데 처음에는 다소 두려움이 느껴졌다. 물론 조금 타다 보니 재미가 있었다. 두 번째는 카이로의 기자에서 피라미드를 보러 가서 다시 탔다. 세 번째는 최근에 고비사막에서 타보게 되었다.  


낙타를 처음 타면 3미터 정도 되니 우람한 그 높이에 우선 겁이 난다. 말은 서있는 상태에서 사람이 탈 수 있는데 낙타는 스스로를 굽혀주어야 올라탈 수 있다. 낙타가 일어설 때나 내릴 때도 제법 출렁하며 높이 변화를 느낀다. 몽골에서 낙타를 타며 보니 그들은 이동 중에도 다른 작업을 한다. 바로 땅에서 자라는 작은 풀을 뜯어먹는다. 멀티 잡을 하는 셈이다. 배가 고파서인지 본능적으로 풀을 뜯는지 쉬지 않고 풀들을 먹어댄다.


낙타를 타서 무엇을 잡아야 하는데 낙타의 앞 등에 달린 긴 털을 두 손으로 잡으라고 하는데 조금 후에는 그냥 자유자재로 해도 별 문제없었다. 낙타의 안장은 두봉 사이에 걸쳐 놓였다. 또한 말처럼 꼬뚜레를 해 놓아 낙타의 방향과 멈춤 제어를 할 수 있게 되었다. 주의사항으로는 낙타는 탈 때 반드시 왼쪽으로 타야 한다고 낙타 주인이 말했다. 또한 낙타를 놀라게 할 수 있는 스마트폰 소리를 내지 말라고 해서 탑승 중에 사진도 찍지 못했다.


낙타는 말에 비해 속도감이 처진다. 기껏해야 달리는 시간당 속도는 30km이니 처음에는 쓸만한 용도를 인정받지 못했다. 낙타의 적재 성능을 정리해 보자. 한 마리당 수백 킬로의 짐을 짊어지고 하루에 70-100km의 길을 간다. 낙타를 사람들이 길들이기 전에 운송용 가축으로는 당나귀가 그 역할을 담당했다. 그 후 노새가 그 운송 담당을 하게 된다. 낙타와 비교되는 짐승으로 노새가 있는데 이 둘의 차이는 쉽게 말해 거룻배와 화물선 정도로 말할 수 있다.  


낙타가 사람들에 의해 길들여진 후 처음부터 짐을 나르는 것을 바로 시작된 것이 아니다. 낙타의 구조인 봉을 잘 이용해야 했다. 낙타의 봉에다 적합한 안장을 고안하여 틀을 잡은 후에야 비로소 온전한 낙타운송이 되었다. 정교한 안장을 얹고 제대로 중량 무게가 탑재될 수 있었다.




source , Unsplash


실크로드는 서역과 중국을 잇는 교통로이다. 가장 인기상품은 중국의 비단이다. 로마의 왕족과 귀족들은 비단의 질감에 홀려 가격이 아무리 비싸도 사야 하는 must-have 아이템이었다. 낙타등에 실린 비단은 거리상으로 수천 킬로를 가야 한다. 그 가운데에 있는 중앙아시아 귄역에도 많은 사막이 있다. 이 같은 사막 지역을 통과하는 데는 낙타를 이기는 운송용 가축은 없다. 더구나 낙타 한 마리가 약 400-500kg의 짐을 싣고 간다고 할 때 어떤 짐승도 이 역할을 대신하지 못한다.


낙타는 대별해서 2종류로 나뉜다. 혹의 개수이다. 하나냐 혹은 두 개냐로 구별된다. 아시아권에서는 쌍봉이 그 외 지역에서는 단봉이 주를 이룬다. 내가 아라비아지역에서 타본 낙타는 단봉낙타이고 몽골 사막에서 탄 놈은 쌍봉낙타이다. 낙타는 측면 모습이 아름답다. 정면모습은 못 생겼다. 그래서 많은 화가들이나 사진가들이 주로 황혼에 달리는 대상의 측면 장면을 그렸다.


몇 번 사막을 걷어보았다. 고운 모래에 발이 빠져 사막을 오래 걷기가 무척 힘들다. 그런데 낙타는 아예 사막 행군에 아주 적합하게 되어있다. 낙타의 몸이 사막지역에 딱 맞게 만들어졌다. 낙타의 발모양이 아주 평평하여 모래 위를 걸어도 모래 속으로 발이 빠지지 않게 된다. 몸무게가 보통 약 500kg 정도가 되는데도 불구하고 아무 문제없다.




어떤 책을 보니 낙타의 등에 물을 저장하는 소위 물탱크가 있다고 해서 그리 알고 있었다. 그런데 후에 제대로 알고 보니 낙타는 온몸에 물을 골고루 저장한다고 했다. 수분 저장 능력은 약 200리터라 한다. 쉽게 생각하면 생수 약 100병을 몸 내부에 저장한다는 것이다. 낙타가 주로 서식하는 지역은 사막 지역인데 기온이 엄청 높은 환경이다. 따라서 사막에서의 물은 사람과 동물 모두에게 가장 필수적 자원이 된다.


그런 조건에서 낙타를 대동한다는 것은 비상시의 물탱크를 함께 끌고 이동하는 것과 같은 생존상 최고 이점이 된다. 낙타는 몸속에 물이 고루 분산되어 있으니 외부에서 물이 없어도 수주 정도는 아무 문제 없이 지탱이 된다. 기록에 의하면 몽골 병사들이 서역 원정을 가다가 생존이 걸린 상황에서 마지막으로 낙타를 잡아서 그 몸 안에 있는 물을 마시고 고기를 먹고 낙타가죽과 털로 체온을 보존했다. 그들은 위대한 운송능력을 덤으로 제공한다. 몽골군들이 단지 말로써 세계제국을 이룩했다고 하지만 보이지 않는 수훈갑은 낙타였다.


배와 달리 낙타는 계절을 타지 않는다. 언제든지 운송이 가능했다. 당시는 배로 운송을 하려면 계절풍을 타야 한다. 정해진 계절풍의 시기를 놓치면 다음 해를 기다려야 한다. 유일한 동력이 풍력이었던 시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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