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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뿌니뿌니 May 11. 2022

수업스케치 3_제발 앞에 좀 봐주세요. 플리즈.....

생각보다 꽤 비싼 수업료를 내고 놀면 어떡하란 말이냐.

"앞에 봐."


"앞에 봐.",


 "거기 좀 조용히 해.",      


"과제 안 해왔어?"  


"너 지금 뭐 하고 있니?"


가르치는 직업을 가지고 있는 동안 제일 많이 내 입에서 나온 말......


가르치는 사람으로서 수업 중 제일 어려울 때는 학생들이 '너는 앞에서 떠드세요. 나는 내 갈 길을 가렵니다.'의 태도를 보일 때다. 아예 대놓고 딴짓하는 경우가 제일 힘들다. 수업 내용이 너무 어려워서 도통 이해불가일 경우도 이럴 수 있겠지만, 대개의 경우는 그냥 수업이 싫고 앉아 있는 것도 싫어서, 머릿속에는 온통 어제 치렀던 인터넷 게임을 복기한다거나 등의, 수업보다 훠~~얼씬 중요한 것들로 가득 차 있기 때문이다. 눈, 코, 귀, 입, 손가락, 다리가, 두리번거리고, 꼼지락거리고, 달달 떨면서 서로 다른 것을 끊임없이 추구한다. 이럴 때는 착하고 바람직한 학생의 수업태도, 뭐 이런 규칙이나 규율은 도통 실천이 잘 안 된다.


새로운 디자인 프로젝트를 설명하기 위해서는 선배들의 결과물을 다양한 사례 분석용으로 보여줄 때가 있다. 졸업한 선배들의 작업들은 지난 몇 년간에 걸친 디자인 데이터베이스인 셈인데, 수업 중에 보여주는 사례들은 그중에서도 잘 된 것들만 골라 담았으니 디자인 퀄리티가 좋은 건 당연한 일이다. 디자인 작업들이 앞의 스크린으로 보이니 당연히 학생들의 눈은 앞을 보아야 함에도 불구하고 계속 머리를 숙이고 있다. 처음에는 좋게, 다정하게, 목소리를 깔고 말한다.  


"앞에 봐."  

각자의 앞에 있는 모니터에서 열심히 무얼 찾고 있는 눈치다. 오른손의 마우스도 학생의 눈만큼 빨리 움직이는 것을 보니. 


 "앞에 봐." 

라고 다시 말한다. 여기까지는 다정하게. 고개들이 일제히 올라왔다가 하나, 둘씩 이내 다시 수그러든다.


"앞에 봐."

"앞에 봐."

"앞에 봐."

"앞에 봐."를 30번쯤 하고 수업은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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