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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뿌니뿌니 May 11. 2022

수업 스케치 2_휴대폰 애착 인형

빌어먹을 휴대폰.

휴대폰


디자인 수업은 대개 연강이어서 서너 시간 동안 동일한 작업에 몰두해야 하는 일이 많다. 수업 초기는 주로 새로운 프로젝트에 대한 이론 설명으로 시작하는데, 이론 수업이라는 것이 결국은 초중고 때 늘상 하던 것이어서 학생들은 '집중하는 척'에 고수들이고 교수는 다 보이지만 '속아주는 척'에 고수여서 수업 내내 지치기는 모두 마찬가지다. 손이나 혹은 책상에, 그게 아니면 무릎에라도 휴대폰이 놓여있어야 정신적 안정감을 유지하는 학생들에게 


휴대폰은 진동으로, 


가방 안에, 


빈 손으로, 


앞만 바라보고, 


귀와 눈만 열려있으면서, 


다른 오감은 멈추고,


설명만 들으라고 하는 건 사실 고문에 가깝다. 


애착 인형 같은 휴대폰을 눈에서 치운다고 해서 집중도가 높아지지 않는다는 것을 잘 알기 때문에 내 수업에서는 진동으로의 조정 정도만 요구하는데, 가끔 그걸 깜빡해서 수업 중에 요란한 음악의 벨소리가 들리면 학생은 어쩔 줄 몰라 허둥대며 조치를 취하고, 다른 학생들은 가자미 눈으로 째려보며 무언의 비난을 쏘아댄다. 대개 이런 경우는 수업에 늦을까 봐 헐레벌떡 실습실이 있는 5층까지 올라오느라 정신이 혼미해진 상태에서 깜빡했을 때 종종 발생하는데, 이런 뜬금없는 벨소리는 수업의 집중도를 흐트러뜨리기도 하지만 가끔은 졸고 있는 학생들을 깨우는 알람의 역할도 해서 완전 나쁜 것이라고만은 할 수 없다. 그저 수업 중에 게임만 안 하면 다행.


아주 가끔은 당당하게 전화를 받으며 나가는 학생도 있고, 수업 시작할 때 앞으로 나와 조금 있다가 아주 중요한 전화가 오는데 반드시 받아야 한다고 미리 말하는 학생도 있다. 이럴 때는 당연히 전화의 발신자를 묻게 되는데, 경찰서라고 하는 학생은 이유 불문하고 허락을, 부모님이라고 하는 학생은 "꼭 받아야 하니?"라고 묻는다. 예전에 한 학생은 가족 해외여행 스케줄 때문에 수업 중 집으로부터 오는 전화를 꼭 받아야 한다고 그래서 "그건 수업 끝나고 받아도 되지 않니?" 했다가 눈흘김을 당한 적이 있다. 헐...... 그 학생은 결국 학기 중에 열흘이 넘은 가족 해외여행을 다녀왔다. 그 부모는 도대체...... 

이런 건 원래 허락을 해주는 게 맞는 거였나? 

내가 틀린 건가? 

내가 라떼라서 그런가?

요즘은 초중고에서 이런 건 허락을 하는 모양이네......라고 그냥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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