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고양이 둘째 딸.
‘양’이를 만났다.
너를 만났다.
화곡동의 오래된 빌라에서
마음씨 착한 입주민의 배려로
길거리에서의 출산을 간신히 면했던
어느 길양이를 엄마로 두고,
그렇게 운이 좋게, 별 탈 없이 너는 태어났다.
엄마 고양이의 의지와는 상관없는
인간의 배려 아닌 배려로
우리 집으로 입양을 당해 온 너는
새끼를 빼앗긴 어미 고양이의 슬픔과는 별개로
정말 예뻤다.
이 세상에서 제일 예뻤다.
손바닥 만한 크기로 나를 만나서
끝까지 커도 딱 신생아만큼의 키와 몸무게를 지녔던 너는,
17년 5개월 동안
가늠할 수 없을 만큼의 풍요로운 기쁨을 나에게 주고
생의 마지막까지도 나의 옆에서
아가의 모습으로 살다가
희로애락의 온갖 생채기를 남기고
그렇게 떠났다.
‘이만큼’이란 단어의 크기와 무게를 감히 잴 수 있다면
나는 ‘양’이를 ‘이만큼’ 사랑했다.
하늘만큼 땅만큼, 두 팔 벌려 이만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