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증에 빠진 네 곁을 지키는 법
안녕, 고양이들! 흥미로운 소식이 있어서 가져왔어!
나, 심리검사를 받아보려고!
고양이가 아니라 집사인 내가 심리검사를 받는다니 좀 이상하지? 유리고양이를 케어하다 집사 멘털이 터져버린 건 아닌가 걱정도 될 테고? 결론부터 말하자면 아니야. 그냥 고양이랑 함께 손 잡고 검사를 받아보기로 했어. 물론 고양이는 병원에 다니며 기본적인 검사를 치렀고, 수시로 자잘한 검사들을 받고 있지만 정밀심리검사는 받은 적이 없거든.
계기가 뭐냐? 지척에서 들은 생생한 경험담!
친구가 근자에 상담치료를 시작했거든. 크게 아픈 사연이 생겨서 찾은 상담실이었는데, 생각보다 그 사연보다 더 깊숙이 있는 무언가를 발견했다더라? 많은 도움을 받고 있대. 정말 그런 친구가 아닌데, 무던히 권하더라고. 막연히 고개를 끄덕였지. 상담 좋은 것 누가 모르나? 우리 고양이도 상담치료받으면 좋겠다. 언젠가는 치를 수도 있단 생각에 경험담을 잘 새겨듣는 와중에, 친구가 그러더라.
"부디 너도 꼭 상담을 받아보았으면 해."
친구는 내 사연을 많이 알고 있어. 그리고 어쨌든 내 친구잖아? 고양이 친구가 아니라. 그래서 하는 말이라고 생각했지. 나는 딱 잘라 말했어.
"나보단 우리 고양이가 먼저야. 어딜 어떻게 소개받았다고?"
딱 잘라 내 엄지발가락 앞에 선을 긋는 날 보며 친구는 고개를 끄덕였어. 날 이해해주었고, 내 이야기도 잘 들어주었지. 본인이 겪고 있는 상담의 장점과 상담사의 특장점 같은 것도 공유해주고. 그런데 그 이야기의 말미에 다시 이런 말을 하는 거야.
"나도 내 주변이 우선이라고 생각했어. 만일 치료를 받는다면 나는 가장 나중에 받아도 된다고 생각했지. 나는 괜찮았거든. 개중 제일 살 만했어."
눈이 번쩍 뜨였지. 딱 내 이야기야.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딱. 당장 내 수중에 그런 치료를 감행할 경제적 여유가 있다면 순서가 있었어. 1번은 누구, 2번은 누구, 3번은... 그런데 그게 아니라잖아. 경중을 따져 치유 순서를 정할 일이 아니라잖아. 하필 올해 내 주변엔 고양이들이 많았고, 저마다 유리가슴을 부여잡고 힘들어했어. 운 좋게도 마침 내겐 마음에 여유가 있었어! 고양이들이 내게 와 바스라진 가슴을 보여주며 울었지. 나는 그런 고양이들을 쓰다듬어줄 수 있었고. 어때? 그 대목부터 좀 이상하지 않아? 내가 과연 괜찮을까? 글쎄.
실은 마음먹기 쉽지 않았어. 비용이 만만치 않거든. 무려 1인당 거의 50만 원에 육박해. 그리 넉넉하지 않은 형편에 두 사람이나 동시에 검사를 받는다는 게, 여차하면 치료로까지 이어져야 할지 모른다는 게 두렵더라고. 물론 우리 고양이에게는 얼마든지 검사와 치료를 제공하고 싶었어. 그럴 만한 여윳돈도 있다고 생각했지. 얼마가 들더라도 가진 돈 탈탈 털어 고양이가 행복할 수 있다면 그것으로 족하다고 생각했어.
문제는 나였지. 내 몫은 너무 아깝다는 생각이 드는 거야. 내 몫만 아껴도 고양이에게 수 차례 더 상담치료를 선물할 수 있잖아. 게다가 나는 지금 충분히 잘 살고 있고, 파헤치지 않는 한 평정심도 잘 유지하고 있으니까. 달리 나아지고 싶은 방향도 없고, 특별히 불안하거나 괴로운 것도 없었어.
그저 고양이에게 상담을 권하고 싶은 마음이 가득했어. 그치만 나는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지. 결코 호락호락한 고양이가 아니라는 걸. 자신만을 위한 재화 '낭비'를 극도로 꺼리는 편이라 조심스러웠어. 본인에게 쓰는 비용만큼은 너무 아깝게 여기는 타입이거든. 맞아, 나랑 똑같아. 우리 고양이는 왕왕 내 걱정을 하거든. 주변에 너무 많은 고양이가 있는 것 같아, 너 캣닢이니? 아마 말 꺼내자마자 같이 가자고 할 것 같더라고.
어떻게 해야 검사를 받도록 할 수 있을까. 오래 고민했고 어느 날 갑자기 퍼뜩 떠올랐어.
가진 돈 탈탈 털어 고양이가 행복할 수 있다면 그것으로 족하다.
기억 나? 내가 했던 말이야! 내가 혼자 조용히 되뇌었던 말. 5백이든 1천이든 뭐가 문제겠냐고 생각했거든. 매일 밤 바삭바삭한 가슴을 부여잡고 우는 널 행복하게 해 줄 수만 있다면 그깟 돈이 대수겠어? 거짓말처럼 고민이 말끔히 사라졌어. 내가 함께해야 시작할 수 있는 거라면, 애초에 그 비용까지도 그 범위에 들어있는 셈이잖아!
예약 전화를 걸고 한 달 반 가량이 지나서야 간신히 날짜를 확정받았어. 그만큼 기다리는 사람이 많고, 바삭바삭한 이들이 많아졌단 소리겠지. 이제 코앞인데, 기다리는 동안 사실 좀 힘들었어. 심리검사로 많은 걸 해소할 수 있으리란 기대가 지나치게 컸거든. 너무 큰 기대가 실망으로 다가올까 봐 염려되기도 해. 그래도 한 발짝 뗀 건 맞는 것 같지?
오늘은 여기까지야. 다음에 또 보자.
그때까지 잘 있어, 고양이들! 맛있는 간식 많이 챙겨 먹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