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를 정했다고 바로 입양이 성사되는 것은 아니었다. 수많은 서류들을 제출하고, 심리검사를 해야 했으며, 취조 비슷한 여러 번의 상담을 한 후 아동종합보호센터 담당자가 가정 방문을 해 아이를 양육하기 적합한 환경인지 살펴보았다. 가진 돈이 얼마인지, 집은 있는지, 빚이 얼마인지 세세하게 적어 제출해야 했으며 마지막으로는 법원의 입양허가 판결을 받아야 했다.
그동안 나는 보육원을 오가며 아이와 만나고 함께하는 시간을 가졌다. 처음에 아이는 극심하게 나를 거부했다. 내가 오면 도망갔고 내 눈을 피했다. 울기도 많이 울었다. 많이 당혹스러웠지만 입양 선배인 친한 언니의 조언대로 천천히, 서서히 다가갔다. 나를 상대해주지 않으면 선물을 놓고 왔고, 놀이를 좋아하는 아이를 위해 비눗방울, 만들기 재료, 풍선 등을 준비하여 가서 놀아주었다.
아이는 조금씩 마음을 열기 시작했다. 어느 정도 만나고 난 후 아이와 난 독립된 공간에서 단둘이 만났다. 물론 난리가 났다. 보육원 선생님과 있을 때에는 즐겁게 놀았는데 나와 단둘이 있으니 고함을 지르며 울고 발버둥을 쳤다.
“설아, 내가 널 납치하는 게 아니야. 난 네 엄마가 되려고 여기에 온 거야.”
아이가 우니 나도 눈물이 났다.
몇 번의 힘겨운 만남을 더 가진 후부터는 아이가 나를 기다렸다. 일주일에 이틀, 삼일 정도 방문했었는데 아이가 많이 기다린다는 이야기를 듣고는 매일 방문했다. 우리는 매일 간식을 나누어 먹고 장난감을 가지고 놀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그 후 우리 아이들과 남편도 함께 방문한 날 아이는 너무 즐거워하고 행복해했다.
‘아, 아이에게 가정이 필요하구나. 네가 우리 가족의 품속에서 이렇게 행복한 웃음을 짓겠구나.’ 하는 확신이 들었다.
아이는 그 후 여러 번 우리 집에 놀러 와서 오빠들과 즐겁게 놀다 갔고 자고 가기도 했다. 원래 보육원에서 법원 판결이 날 때까지 관례적인 가정위탁이 안된다고 했지만 아이가 우리 집에 오는 것을 너무 기다리고 보육원에서의 기다림을 힘들어했기에 갑작스레 가정위탁(장기 외출) 결정이 났고 아이를 데리고 오게 되었다. 아이는 본능적으로 보육원 선생님과 언니들과의 이별을 직감하고는 대성통곡을 하며 발버둥을 쳤다. 아이를 태우고 집으로 오는 길은 고작 10분 남짓이었지만 그 시간이 너무나 길게 느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