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손님입니다.

마감임박

by 깨진돌

마감 시간 임박해 연락을 해온 남자는 약속 시간을 1분도 안 남기고 여유 있게 걸어왔다. 남자는 다짜고짜 횟집에 가자고 한다. 브런치로 회라... 일곱 살 때도 삼계탕 한 그릇을 뚝딱 해치웠던 나에게 불가능은 없다. 나는 고무줄 치마를 선택한 스스로를 칭찬하며 당당히 횟집에 입성했다.


정갈하게 썰려 나온 회를 보자니 이 남자와 뭔가 맞아떨어진다. 얼룩 하나 없는 하얀 폴로셔츠에 은은한 향수 냄새, 주름 하나 없는 면바지는 어제 본 그대로였다.


아무튼, 눈앞에 펼쳐진 15첩 반상을 먹으며 어제의 나를 위로할 시간이다. 남자가 이것저것 질문을 하는 통에 속도가 느려지긴 했지만 괜찮다.


"아유, 아가씨가 잘도 먹네. 첨 봐, 첨 봐."


종업원 아주머니가 잘 먹는 나를 보며 감탄한다. 가만 보니 이 남자도 아까부터 나를 신기한 듯 쳐다보며 웃고 있다. 뿌듯해하는 저 미소는 밥상에서 날 보던 아빠를 생각나게 한다.


다 먹었으니 이제 진짜 헤어질 준비를 하자! 그런데 이 남자... 이번엔 커피와 케이크를 사주겠단다. 내 약점을 파악하다니... 똑똑하군! 다음 주에도 맛있는 거 먹자며 덫을 놓고 기다리는 남자를 피할 방도가 없다.


그 남자는 이날부터 이 여자를 먹여 살려야겠다고 다짐했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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