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반
정갈하고 깔끔한 한상차림은 이 집의 분위기와 잘 어울렸다.
하나, 둘, 셋, 넷, 다섯
다섯 손가락으로 세어지는 반찬들은 이제 막 냉장고에서 나와 신선해 보였다. 아삭 소리가 나는 배추김치는 시원한 맛이 났고 파김치는 향이 진하게 풍겨 프라이팬 위 소고기의 느끼한 맛을 잘 잡아주었다. 갓 볶아낸 멸치도 손수 담근 고추장에 푹 찍어 먹으니 별미였다. 채소로 육수를 낸 된장찌개 역시 군내 없이 구수했다.
"잘 먹겠습니다, 어머니."
앞에 놓인 쌀밥은 갓 지어내 윤기가 자르르 흘렀다. 우리 집은 늘 잡곡밥이라 입이 까끌거렸는데 하얀 쌀알은 혀 끝에서 녹아내려 목으로 미끄러져 내려갔다. 다섯 가지 반찬을 두 번씩 고루 먹기에 양도 딱 적절했다.
정성껏 상을 차려 주신 어머니께 감사의 마음을 담아 껍질을 매끄럽게 깎아낸 사과를 입에 넣어 드렸다. 차분하고 평화로운 식사가 끝났다.
뿌듯했다.
첫 만남이 만족스러웠는지 남자는 집에 오는 길 내내 나를 흐뭇하게 바라보며 머리를 쓰다듬었다. 미소 지으며 뒤돌아서는 남자의 뒤통수가 안 보일 때, 나는 그제야 엘리베이터에 올라탔다.
꼬르륵.
"엄마, 밥 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