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손님입니다.

줄 서주세요

by 깨진돌

남북동서

좌우전후

노소남녀


의미는 그대로인데 순서 하나 바뀌었다고 꼴 보기가 영 못마땅해 앞뒤가 똑같은 대리운전 번호로 눈을 정화한다.

건조하고 세탁, 린스하고 샴푸, 물 내리고 용변처럼 순서를 지키지 않으면 꽤나 불편해지는 것들이 있는 것이다.


11년 전으로 돌아가도 괜찮을까요?


그 어린 엄마의 해프닝은 새로 찾아 간 권위자의 말 한마디로 쉬이 종결되었다.


"모양은 좋지 않지만, 암은 아닌 거 같으니 추적 검사하며 지켜봅시다."


방금 전까지 태평양 한 끝자락에 뿌려질 생각을 했건만 나는 어느새 모래사장에 누워 일광욕을 즐기고 있었다.

해님, 그만 따라와요. 너무 따뜻하잖아요.


온기로 채워진 나는 무슨 용기에서인지 어머니께 전화를 했다. 당장 주말에 댁으로 찾아뵙고 싶다고 통보 아닌 통보를 했다.


식탁에 마주 앉은 어머니는 그날은 모임 중에 정신이 없어 제대로 못 들었다며 집을 팔아서라도 내 병을 고쳐줄 거라고 호언장담을 하셨다. 물론 아들의 병수발 면제 통보를 받은 후였다.


담담하게 고개를 끄덕거리는 나를 보며 더 신이 나신 어머니를 보자니 이상하게 마음이 뒤틀렸다. 불편했다.

어머니께 여쭈어 보았다. 내가 그동안 잘못한 게 있는지...

아니라고 손사래를 치시는 어머니께 내가 준비해 온 말을 하나씩 꺼내 보였다.


그렇게 모진 말을 들어야 하는 이유가 있었을까요?

며느리, 아내, 엄마 역할에 미흡함이 있었을까요?

절대 아니라고 성 아닌 성을 내시는 어머니께 마지막 보자기의 매듭을 풀러 보였다.


"그러면 먼저 미안하다고 하셔야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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