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손님입니다.

손대지 마세요

by 깨진돌

"미안하다."


엎드려서 절을 받는 무례함에도 어머니는 기꺼이 사과를 하셨다. 덥석 잡혀 버린 내 손은 막다른 골목길에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꼼짝없이 붙들려 있었다.


갈 때의 비장함이 사라지니 오는 길이 허망하기만 했다. 아스팔트의 단단한 낱알 하나하나가 발 끝에 느껴질 정도로 신경이 곤두서 있었다.


두 정상의 회담 결과를 기다리고 있던 남편은 현관문이 열리기가 무섭게 다가와 물었다.


"엄마랑 이야기 잘했어?"

"미안하다고 하셨어."

"그래, 엄마도 아실 거야. 다행이다."


다행이다, 정말.

어머니의 품위 있는 사과 덕에 내 상처는 새 살이 돋기도 전에 딱쟁이가 떨어져 보기 싫은 흉터가 남았다.


"저기서 저번에 꽁 넘어져서 무릎에 피났지? 조심해야 돼. 그쪽으로 가지 마."


사랑하는 아가, 다친 데 또 다치면 더 아프단다.


흉터가 깊어지기 전에 얼른 울타리를 쳐야겠다. 이번에 넘어지면 뼈가 부러질지도 모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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