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끄럼 주의
한국 성인 여자의 평균 발 사이즈, 235mm.
평균 미달인 나의 225mm, 작은 발은 오늘도 아틀라스의 형벌을 받으며 하루를 견뎌낸다. 뇌에서는 분명 '한 걸음 전진!' 명령을 내렸건만 고작 1cm를 덜 가는 바람에 이리 쿵, 저리 쿵 부딪히며 몸에 파란 훈장이 새겨진다.
이깟 멍쯤이야.
어느 일요일 아침, 사춘기 소녀는 발재간을 부리며 엘리베이터에서 내렸다. 좋아하는 초밥을 먹으러 가서일까. 다섯 식구가 모여 맞는 오랜만의 주말이기 때문 일까. 아무래도 상관없었다. 즐거우면 됐다.
"엄마! 날씨 너무 좋다!"
눈부신 해와 눈싸움을 하던 소녀는 침대 위에서 눈을 떴다. 크지도 않은 눈이 채 다 떠지기 전에 다시 감겼다.
"괜찮니? 엄마 보여?"
"나 왜 여기 있어? 또 넘어졌어?"
모처럼만의 가족 외식을 나의 덤벙거림으로 망쳤나 싶어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나를 주무르는 손이 멍 자국을 스칠 때마다 심하게 욱신거렸다. 엄마는 일어나려는 내 어깨를 눌러 다시 침대에 눕혔다.
"기억 안 나니? 갑자기 쓰러졌어. 내일 병원에 가 보자."
그제야 혀 끝에서 비릿한 맛이 올라왔다.
오늘은 파란 맛이 아니라 빨간 맛이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