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손님입니다.

혼밥

by 깨진돌

살려 주세요! 아무도 없어요?


백색 가운을 입은 외계인들은 통 안에 갇힌 나를 바라보며 무언가를 적어 내려갔다. 구조를 요청하는 내 목소리는 요란한 기계음에 막혀 다시 돌아왔다. 등에 닿는 차디찬 금속의 느낌이 나를 더 공포스럽게 했다.


"스트레스가 원인 같습니다."


똑똑한 MRI도 내 병의 이유를 밝혀내지 못했다. 선생님 가라사대, 사춘기 소녀의 높은 스트레스가 원인일 수 있다고 했다.


'안 높은 게 이상한 거 아니에요?'


소녀의 소심한 반항은 입 밖으로 나오지 못했다. 이해했다는 듯이 고개만 끄덕일 뿐이었다. 만병의 근원 스트레스와 전자파! 나도 별 수 없이 저 두 놈에게 당해버렸다.


그래도 약을 이만큼이나 처방받았으니 곧 멀쩡해지겠지.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엄마는 내가 좋아하는 초밥집에 들렀다. 1인분만 포장을 했다. 엄마는 날이 더워서 입맛이 없다고 했다.


'학교도 안 가고 초밥도 먹고. 땡잡은 날이네!'


코 끝을 찡하게 하는 겨자와 달달 새콤한 밥은 생선의 비릿함과 조화를 이루었다. 마지막에 먹으려고 아껴 두었던 광어 지느러미 초밥을 집어 올렸다. 미안한 마음을 한 입으로 퉁치려는 딸의 마음을 아는지 엄마는 마지못해 입을 벌렸다.

'겨자가 많이 들어갔나?'


엄마의 눈에 눈물이 맺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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