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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군, 이겨라"
"백군, 이겨라"
운동장을 가득 채운 어린아이들의 함성은 오롯이 한 곳으로 향하고 있었다. 청색과 흰색의 바통이 다음 선수에게 넘어갈 때마다 탄식과 환호성이 교차했다. 고작 운동장 반바퀴의 싸움으로 승장(勝將)과 패장(敗將)이 정해졌다.
이겨야 했다.
비장한 반바퀴에 참전하지 않은 선수에게도 서열은 존재했다. 직선 50m의 뜀박질을 마치면 선생님들은 손등에 번호가 적힌 낙인을 찍어 냈다. 아이들은 종일 그 순번을 마음에 새기며 다짐했다.
이겨야 한다.
학습된 승부욕은 모래사장 위라고 달라지지 않았다.
"오늘은 내가 엄마 할래. 맨날 너만 하는 게 어딨어."
"내 소꿉놀이 세트가 제일 좋으니까 그렇지. 넌 이거 안 쓸 거야?"
"그건 아니고..."
수진이의 반란은 맥없이 실패했다. 오늘도 4등은 수진이다. 오늘은 슈퍼 아줌마가 될지, 옆집 할머니가 될지 모르는 깍두기 역할이 4등의 차지였다.
"난 그럼 딸 할래! 엄마! 밥 해줘요."
눈치 빠르게 꼴찌를 면한 은정은 안도하며 다섯 살 동생의 목소리를 흉내 냈다.
"그럼, 엄마는 내가 한다!"
손을 번쩍 든 미경은 1등을 지켜낸 스스로를 대견해했다. 승리에 도취된 개선장군의 앞길을 막아선 건 영원한 라이벌, 선화였다. 세 친구들의 서열이 정해지는 것을 잠자코 보던 선화는 가방에서 낯선 것들을 꺼내어 펼쳐냈다.
"나 오늘 새로 산 앞치마 세트 가져왔는데. 내가 먼저 엄마하고 다음에 네가 해. 그럼 이거 빌려 줄게."
장비만 갖추고 전장(戰場)에 섰던 장수들에게 갑옷이 쥐어졌다. 도저히 뚫을 수가 없어 보이는 저 무쇠 갑옷은 탐나게 이뻤다. 딸기 우유보다 더 달콤한 핑크색 앞치마가 해대는 하얀 레이스의 날갯짓에 미경은 결국 넘어갔다.
쉽게 엄마 자리를 탈환하며 선화는 오늘도 1등 도장을 받아 냈다.
'이겼다, 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