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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 똑, 똑.
안단테(Andante).
하얀 분필이 갈려 나가는 속도보다 느리게 무언가 떨어지고 있었다. 근원지가 불분명한 소리는 모데라토(Moderato)의 빠르기로 넘어온 냄새를 따라잡지 못했다. 아이들의 시선은 점점 한 곳을 향하였고, 긁어 대던 분필 소리는 어느새 들리지 않았다.
"선생님! 유정이 오줌 쌌나 봐요."
책상에 엎드려 있는 짝을 대신해 민준이는 친절히 상황을 알렸다. 의자에 맺혀 있던 물방울은 이제 바닥으로 다 옮겨가 더 이상 리듬을 타지 않았다.
이런 일이 익숙한지 선생님은 수군대는 아이들을 진정시킨 후, 유정이를 어딘가로 데려갔다. 뒤따라가는 유정의 빨간색 치마는 진한 검붉은 색이 되어 있었다.
교실 문이 닫히기가 무섭게 동정심 많은 친구들은 유정의 빈자리로 모여들었다.
"유정이 오줌 싼 거야?"
"그런 거 같지? 어떡해."
서로가 아는 사실들을 재차 확인하던 아이들은 유정이의 내일을 미리 걱정하며 떠들어댔다.
"유정이 내일 학교 오는 거야?"
"몰라, 나 같으면 안 올 거 같긴 한데."
유정을 향한 위로는 주인을 찾지 못한 채 허공을 맴돌았다. 적합한 장소를 찾아가지 못한 노란 액체의 자욱만 그 자리에서 주인을 기다리고 있었다.
2000년 4월 8일. 오지 않기를 매일 밤 기도했던 삼촌의 결혼식 버진 로드의 붉은 양탄자를 적시는 이것들을 멈출 방도는 없었다. 알레그로(Allegro) 빠르기로 어서 빠져나가길 바랄 뿐이었다. 걱정해 줄 친구들이 없는 게 다행일까. 빨갛게 얼굴이 달아 오른 지영은 달려 나와 선화를 들쳐 안고 뛰어갔다.
"뭐 하는 거야!"
노랗게 물든 하얀 드레스를 세면대에 던지며 지영은 소리를 질렀다. 가면을 벗고 민낯을 드러낸 엄마에게 벌거 벗겨진 선화는 이제야 정신이 돌아왔다. 꽁꽁 숨겨 오던 다리 사이를 가릴 새도 없이 선화는 물었다.
"엄마는 내 걱정은 안 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