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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생끝에골병난다 Jun 07. 2023

대통령의 현충일 행사가 별로였던 이유 'villain'

카메라와 권력. 황현상과 스텔라장.

<가사가 인생에 흐를 때>

카메라와 권력. 황현산과 스텔라장 <villain>


모든 공중파 채널에서 중계된 현충일 행사 방송이 있었다. 카메라에 가장 자주 노출되는 사람은 호국영령과 그 가족이 아닌, 대통령이었다.

카메라는 왜 죽은 군인과 민주화 희생자의 유족이 아닌 대통령을 찍을까. 왜 유족을 뒷줄에 세우고 대통령과 영부인은 가장 앞줄에서, 가장 가운데에서 걷는 것일까.



이 행사의 주인공이 사실 대통령(국가권력)이기 때문이다. 죽은 소년의 가족을 모아놓고, 권력자가 와서 카메라 세례를 받는다. <어디서 살 것인가>를 쓴 유현준 교수의 통찰에 따르면 카메라를 받는 이에게는 시선이 집중되고 권력이 쥐어진다. 그렇다면, 죽음과 유족의 슬픔을 밟고, 권력과 내셔널리즘은 영속하는 것이다.

악한 연출이면서 실패한 연출이다. 사람들은, 유족의 뒤에서 걷고 헌화하는 공직자를 더 좋아할 것이다. 이런 연출은 늘 그래왔으니 논외로 치자. 하지만 행사의 메세지도 아쉬웠다. 대통령께서는, 전쟁 덕분에 세상이 나아졌다는 인식을 비치셨다. 황현산 선생님의 생각은 다르다. 그의 글을 인용한다.





 "전쟁은 바보짓이다. 분쟁의 해결책 가운데 전쟁보다 더 많은 비용을 치르게 하는 것은 없다. 전쟁은 우리의 삶을 파괴하고 인간을 인간 아닌 것으로 만든다.

전쟁은 단순한 추상명사가 아니다. 그것은 사람들의 머리 위로 떨어지는 포탄이며, 구덩이에 파묻히는 시체 더미이며, 파괴되는 보금자리이며, 생사를 모르고 흩어지는 가족이다.

이 5월 강변에서 자전거를 타는 소년들은 어느 골목을 헤맬까. 지금 축제를 벌이는 젊은이들의 소식을 어느 골짜기에서 듣게 될까. 공부하고 일하고 춤추는 아이들은 어디로 갈까.

그들이 훈장을 뽐내며 돌아온들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젊은 꿈이 사라진 자리에는 마음의 상처만 남을 것이다. 그들은 이미 자신에게서 다른 사람을 볼 것이다.

우리는 우리의 정신 능력을 스스로 멸시할 것이다. 우리가 이 민족이었던 것을 저주할 것이다. 나는 전쟁이 무섭다. 오만과 증오에 눈을 가려 심각한 것을 가볍게 여길 것이 무섭다."




각하는 또 말씀하셨다. 북한을 '피로 물들인' 덕에 공산 세력으로부터 나라를 지켜냈다고. 정말 그런가?

사실 우리는 사람이라 타인을 함부로 하지 못한다. 인간은 사회적 생물이다. 다정하게 사는 것은 유전자의 명령이다.

그래서 국가는 적을 '비인간화'한다. 인간이 아닌 것이 되는 순간. '저들은 죽어도 되는 사람', 아니, 죽여야 하는 괴물이 된다. 독재 정권은 반공 만화를 통해 북한 주민을 늑대로 그렸다.

사람이 아닌 것. 철학에서는 '호모 사케르'라고 부른다. 추방을 기다리는 난민과, '범죄도시'에서 두들겨 맞는 외국인들. 파업 시위 현장의 노동자. 돌 맞는 '마녀'와 '빨갱이'들. 우리 사회가 때리고, 죽여도 되는 존재들.

하지만 그들이 사랑받는 누군가의 자식임을 잊는다면, 복수와 비극은 재생산될 뿐이다. 증오에 사로잡힌 이들은 생각하지 않는다. 우리가 조금만 사려 깊어지면, 군인은 집으로 돌아가고, 우리는 "좋은 편의 영웅"이 될 수도 있을 텐데 말이다.





유발 하라리의 <사피엔스>는 국가나 이념 또한 상상의 산물이라고 했다. 나는 브런치 스토리에 글을 쓰고 있다. 브런치란 무엇인가? 브런치는 경영자인가? 아니다. 시간이 흘러 경영자가 바뀌어도 브런치는 사라지지 않는다.


브런치는 직원의 집합인가? 아니다. 아주 오랜 시간이 흘러 직원이 모두 달라져도 브런치는 거기에 있다. 브런치는 상상의 산물이다. 국가가 법인의 권한을 부여하여 세금도 내고, 재산도 가진다. 사람들이 거기에 모여 글을 쓰고 소통한다. 브런치가 거기 어디쯤 있다고 믿으면서 말이다.


그렇다면 국가는? 철학자 루소는 땅에 울타리를 두르고 그것이 자신의 소유라고 주장하면, 사람들이 그걸 믿을만큼 어리석다고 생각한 최초의 사람이 국가를 만들었다고 했다. 내가 사는 마을 서울시 항동의 뒷동산에 누군가 철책을 치고 "여기서부터 내 땅"이라고 하면, 그렇게 되는 것인가?


태어나보니 그 철책 아래 태어난 나와, 그 철책 위에 태어난 어떤 소년은, 사실 같다. 그런데 국가를 위해 죽으라니. 소년의 손에 총을 쥐여주고 다른 소년의 가족을 죽이라니. 어쩌다 살아남는다 해도, 팔다리가 잘린 채로 평생 악몽에 시달리며 죽어가라니. 상상의 산물인 국가를 위해 실존하는 나의 생활을 파괴할 수 없다. 나 그정도로 어리석지 않다.


게다가 전쟁은 실현될 수도 없다. 대한민국 수출에 의존하는 국가다. 전쟁은 우리의 먹고 사는 일을 뿌리 째 뽑아놓을 것이다. 아니 애초에, 전시작전통제권은 있는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유일한 교훈이 있다면, 전쟁을 하면 안된다는 것이다. 세력 균형이 존재하는 현대의 전쟁에서는, 어떤 나라도 다른 나라를 일방적으로 정복할 수 없다는 사실을 러시아의 고전이 보여준다. 전쟁을 벌일 실력도, 권한도 없으면서 전쟁 분위기를 고조하는 정치가는 선동꾼이다. 혹여 그의 광기가 전쟁을 일으킨다면, "이 5월 강변에서 자전거를 타는 소년들은 어느 골목을 헤맬까. 지금 축제를 벌이는 젊은이들의 소식을 어느 골짜기에서 듣게 될까. 공부하고 일하고 춤추는 아이들은 어디로 갈까."


우리가 가장 미워하는 누군가는 사랑받는 누군가의 자식이라고, 당신은 스스로를 가장 사랑하겠지만, 그 안에는 악마가 숨쉬고 있다고 읊조리는 곡이 있다. 스텔라장 <villain>의 노랫말을 자유의 전사 각하께 소개한다.




<villain. 스텔라장>

We all pretend to be the heroes
on the good side
어떤 것은 검은색
어떤 것은 하얀색
색안경을 끼고 보면 어떡해
넌 착한 사람이고
걘 나쁜 사람이고
재미없는 너의 세상은 흑백

So many shades of gray
Oh 어떻게 아직도 모를 수 있어
(..)


I’m a villain
왜 아닐 거라 생각해
아주 못돼먹은
작은 악마 같은 나인걸 몰라
You’re a villain
왜 아닐 거라 생각해
미처 몰랐던 악마가
네 안에 숨 쉬고 있어

I’m killing someone maybe
You’re killing someone maybe
I’m killing you maybe
You’re killing me maybe
(..)

네가 제일 미워하는 누군가는
사랑받는 누군가의 자식 Say
(...)

All villains
왜 아닐 거라 생각해
아주 못돼먹은
작은 악마들이 우린 걸 몰라
We’re all villains
왜 아닐 거라 생각해
미처 몰랐던 악마 같은 우리를 좀 봐
We all pretend to be the heroes
on the good side
But what if we’re the villains
on the oth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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