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피
겹치거나 포갠물건의 사이사이
일의 갈래가 구별되는 이름
여러 가지가 뒤섞여 갈피를 잡지 못하다....
살다 보면 종종 인생이 책이라면 몇 페이지를 넘겨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할 때가 있다. 서점에서 막 꺼낸 새 책처럼 반듯하게 펼쳐지지 않는 날들. 접힌 책장 사이로 자칫 딴생각에 나의 손가락마저 한참을 고민하게 만들며 어디부터 다시 읽어 내려가야 할까?
스물 즈음엔 누구나 인생의 주인공이라 생각한다. 모든 것이 내 의지와 계획대로 이루어지는 나의 확신 속에서 갈피는 필요 없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며 알게 된다. 이 책은 내가 쓰는 동시에 읽어야 하는 것이고, 어디로 가야 할지 알 수 없을 때마다 책장이 접힌다. 접힌 자국은 곧 삶의 선택이자 흔적이다.
갈피는 어쩌면 ‘멈춤’과 '주춤'의 경계선 근방의 다른 이름인 것 같다. 한 장에 멈춰 서서 읽고 또 읽고 있어도 머리에 들어오지 않아도 깊이 읽는 시간.
무언가를 놓친 것 같아 다시 돌아가는 순간, 갈피는 나에게 지난날의 교훈이 된다.
인생 또한 길을 잃어도 똑같이 그냥 살아내면 다시 써 내려가야 하는 길이 보여 또다시 살아진다.
몇 년 전, 나는 내 인생의 첫 갈피를 접었다.
무작정 떠난 멈춤의 여행이었다. 팬데믹....
낯선 공기와 새로운 사람들 속에서 갈피를 못 잡고 지내다 나는 내가 잃어버린 문장을 찾았다. 일상 속에선 미처 보지 못했던 문장들, "너는 네 속도로 살아도 괜찮아." "멈춘다고 실패는 아니야." 그런 문장들이 내 마음을 다독였다.
지금도 나는 자주 길을 잃는다. 그러나 갈피를 접어 두었기에 길을 잃어도 돌아갈 곳이 있다. 갈피는 삶에 필요한 도구 이기도 때론 어떤 이에겐 필요 없는 도구 이기도가 하다. 그저 헤매는 순간을 한 없이 힘들게도 하고 표시해 놓은 길잡이로 의지하며 견디게 해 주는 작은 위안이기도 하다.
책이 끝날 때쯤 나는 몇 개의 갈피를 남기게 될까? 그 갈피들로 내 인생이 어떤 이야기를 그리게 될지는 아직 모르지만, 중요한 건 내가 이 이야기를 포기하지 않고 계속 써 내려가는 일일 것이다.
삶은 끝없는 책장과도 같다. 결국 중요한 건 어떤 결말이냐가 아니라, 그 사이의 갈피를 통해 무엇을 배웠느냐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