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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보름이엄마 Dec 08. 2023

강아지가 사회를 배워가는 과정

우리 가족의 형태는 이렇습니다.



12월부터는 날이 급격하게 추워지면서 반려견을 키우는 사람들이 산책을 걱정하는 시기가 다가왔다. 이 쯤이면 강아지들의 활동 범위가 제한되고 산책 또한 자유롭게 나가기가 어렵다. 처음 강아지를 키우는 나는 태어나서 이렇게 날씨 상황을 실시간으로 확인해 본적이 없다. 


"몇시에는 몇도이니 산책 나갈 수 있겠다." 라는 것이 매일 하루의 루틴이 되었다. 날이 추워지고 나니 춥지 않았을 때는 또 어땠을까? 라는 추억을 회상해보고자 한다.


지난 가을은 덥지도 그리고 춥지도 않는 최상의 날씨가 이어졌었다. 그 덕에 우리 가족은 야외로 나들이를 정말 많이 갔었는데, 오늘은 그 날의 추억을 되새겨 본다.


텐트 내 엄마 옆에서 사진을 위한 포즈를 취하는 보름이/텐트 안에서 노는 보름이
피크닉이 행복한 보름



첫 피크닉

가을철 보름이가 옷을 산 것은 아침과 밤으로 쌀쌀한 날들이 이어졌기도 했지만, 날이 워낙 좋으니 풀 숲 산책을 할 때 해충이나 진드기 등이 붙기 쉽다. 진드기 스프레이도 사서 뿌리고 최대한 예방하려고 하지만 물리적인 예방이 가장 좋다고 생각한 나는 가벼운 옷을 사서 보름이에게 입혀줬다.


그리고 피크닉에 갔다. 남편은 나중에 접을 때 고민이 클 원터치 텐트를 주섬주섬 챙겨 설치했고, 나는 피크닉을 위한 도시락을 직접 쌌다. 텐트를 치고 앉자 보름이는 태어나 처음보는 텐트 그리고 환경에 궁금함에 어쩔줄 모르는 아이처럼 여기저기를 냄새 맡으며 신나게 돌아다녔다. 피크닉을 했던 장소가 워낙 넓고 큰 잔디밭이었기에 다른 강아지들도 많았는데 보름와 그 공간들을 뛰면서 원 없이 산책하고 응가도 하고 그리고 텐트에 와서 간식과 물을 먹고, 또 산책을 하는 식으로 시간을 보냈다. 약 3번 정도 반복 후 우리도 보름이도 모두 지친 채 텐트 안에서 선선한 한강 바람을 쐬며 함께 잠들었었다. 지금 생각해도 평화롭고 행복하고 적당히 노곤했던 그 날을 잊기 어렵다. 이 날 보름이는 귀가 후 꿀잠을 잤다.




1일 2산책

맞벌이를 하는 우리 부부. 매 시간 같이 있어주지 못한다는 죄책감이 보름이에게 항상 있었다. 이에 여러 대안이 있긴 한데 아직 시도하기는 이른 것들이 있어 우리는 미안하다면 지금 보다 더 부지런히 움직이자! 라는 의견에 도달했다. 


둘 다 의욕과 욕심이 높은 타입이라 우리는 그 때 부터 출근 전 30분, 퇴근 후 30~1시간 산책을 매일 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주말이면 무조건 바다나 피크닉, 외출 등으로 보름이의 에너지를 빼고 시간을 같이할 수 있도록 했다. 


매번 산책을 할 때 보름이는 밖으로 나오고 싶어 않아 하지만 사실 밖에 나가서 뛰면 누구보다 행복한 표정을 짓는다. 항상 사진에서도 혀를 내밀고 '헤~' 하는 표정을 짓는다. 그럴 때 마다 말이 통하지 않아서 답답했던 진심이 와닿는다. 


어때 보름아 행복해?


(왼) 아빠 발 (오) 엄마발 사이에 누워있는 보름이



첫 스타필드 경험

수도권에서 반려견을 키우는 사람이라면 한번쯤 갈까? 말까? 등 고민하게 되는 대형 쇼핑몰! 요즘엔 반려견도 동반이 가능하다. 스타필드는 우리 부부가 연애때부터 자주 쇼핑과 식사를 하러 갔던 곳이었고, 강아지도 함께 다니는 다른 사람들을 보며 우리도 꼭 우리의 반려견과 오자! 라는 말들을 했었다. 보름이와 여기저기 쏘다닐 수 있게 되면서 우리의 마음의 고향이라고 칭하는 스타필드에 데려갔다. 처음으로 많은 사람들과 실내에서 만나게 된 보름이는 또 다른 모습을 우리에게 보여줬었다. 산책 나가면 잘 걷지 않거나 무서워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너무 신나게 잘 뛰어 다녔던 것. 


안타깝게도 반려견이 동반 가능하지만 식사도 카페도 쉽게 가능한 것은 없었기 때문에 모든 것을 눈으로만 바라보고 중앙 벤치에 앉아서 휴식을 취해야만 했다. 누가 가르쳐 준것도 아닌데 보름이는 스타필드 안에서도 엄마와 아빠의 발 중앙에 앉아서 휴식을 취했다. 그 모습이 너무 귀여워서 찍었던 사진이다. 작고 소중한 우리 보름이!



두터운 외투 처음 입어본 보름이(어깨 모야) / 엄마 사진 찎는거야? 놀아주는거? 하며 달려오는 보름이


첫 외투 등장

낮에는 외출하기 좋은 온도지만 아침 저녁으로 산책을 하는 보름이에게 첫 5도의 날씨는 꽤나 춥게 느껴졌다. 초보 보호자인 나는 추워서 떠는건지, 무서워서 떠는 건지 정확하게 구분해 내긴 어려웠지만 춥다는 판단 하에 평소 입던 가벼운 옷이 아닌 약간의 두께가 있는 후리스 재질의 옷을 샀다. 물론 보름이는 가만히 있지 않았지만, 입고 있는 아이의 모습이 웃음이 터져나올 정도로 귀여웠다. 널널한 옷임에도 털이 빵빵해지고 있는 보름이에게는 마치 작게 느껴졌달까? 처음 몸을 크게 덮는 두께의 옷을 입은 보름이는 약간의 고장(?)이 났지만 개린이(개+어린이) 답게 적응하여 잘 뛰어다녔다. 손바닥만한 작은 옷이었는데 금새 커버려서 이 옷은 현재 못 입게 되었다. 입은 모습이 너무 귀여웠었는데 아쉽다.


보름이가 우리와 함께한지 언 3달째. 우리집에 왔을 당시 3개월 추정의 강아지였기 때문에 어찌보면 인생의 반을 우리와 함께하게 되었던 시점이다. 그래서일까? 보름이는 누구보다 빠르게 우리의 삶에 스며들어왔고, 보름이에겐 우리의 집이 '더이상 어디로 사라지지 않는 소중한 집' 이 생긴 것 같았다.


우리집에서 나는 냄새도 소리도 모두 적응하고 엄마와 아빠의 삶의 패턴에도 적응하여 지내는 보름이를 보고 완전한 식구로 느껴졌다. 


누가 뭐래도 넌 우리집 아이이고, 식구야! 그리고 우린 이런 가족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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