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면 이 맘 두고 갑니다

본디 차디 찬 너흰 내겐 따스하더라

by 담설

소나무 드리운 산골 속, 대궐 같은 폭포에 몸 담그신 용왕님. 내게 어깨 좀 피라 신다. 나 흐를 눈물

아깝다며 하늘에 비를 내려 대신 울어주신다. 내 속 쓰리다고 저 바다님께서 대신 우르릉 썽 내주신다.

불어 못지않은 이 바람이 다 털어내라며 내 옷깃을 잡아 흔드시는데. 이젠 정말 놓아주렵니다.


이 푸른색들이 이제 그만 흘려보내라 합니다. 도와주겠다고, 죄다 씻어주겠다고. 사랑에 상처받고, 사람에

상처받았을지라도, 날 다시 사랑할 수 있을 모습으로 만들어주네. 손에 쥔 그 뾰족한 별조각을 이제 바람에 맡기고 바다에 뿌리라고. 그리 쥐고 다니니 손에 박혀 상처 내고 곪는 것이라고. 이미 빛을 잃은 그 아픔을

털어 버리라네.

내가 이 푸름을 어찌 이기겠나. 못 이기는 척 이제 여기 다 두고 가렵니다. 내 두 손 다 탈탈 털어 날려

보내리. 손 떠난 과거엔 더는 미련두지 않아. 이 푸름 봐서라도 널 품어갈 수 없겠다. 아니, 사실 내가 더

그러고 싶지 않아. 그냥 이 청록빛 속에 몸을 기대곤 그대로 흘러가고 싶구나. 내게 다시없을 축복과도 같은 이들이야.


부디 다음 생에도 이 아름다움이 내 곁에 함께 할 수 있길. 푸르른 청색이 일렁이는 삶이길 기도합니다.

불현듯 생각나는 행복했던 순간이 내 발목을 잡아. 부디 앞으로 나아갈 내 눈을 가리지 않기를.

과거에 두고 갈 수 있길.




수필 - 2025.05.10

옮김 - 2025.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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