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홀하기도 아님 찢어지게 아프기도
속히 말하는 새벽의 냄새, 해가 머리 위에 떠 있을 때의 냄새, 해가 경 들어갈 때의 냄새 그리고
달이 뜬 밤의 냄새. 모두 형용할 수도 따라 할 수도 없는 제만의 색을 지니고 있다. 그 시간에만
온전히 느낄 수 있는 감촉들은 언제나 아쉬움을 두곤 솜털 날리듯 사라지지. 그럼 난 어느 향에
취해 있는가. 어느 향이 날 이리 매료시켜 눈앞을 아둔하게 만드는가. 허나 그건 시간의 향이
아니었음을 이젠 알고 있다.
마치 보랏빛 뭉개 구름과도 같은 향이야. 은근 상쾌하면서도 달달한 향을 풍기지. 그 속에 푹 빠져
안기고 싶어. 눈을 감고 폭 느낄 세야 금세 흩어져 사라진다. 아쉬움에 울상을 지으며 흔적을 찾아봐도
넌 여기 없네. 그리도 찬 외로운 안개 냄새만 가득하구나. 그 속에서도 계속 네 향을 생각하며 훌쩍이는
난, 어쩌다 이리 취해 버린 걸까.
모두에겐 자신들만이 가진 고유의 체취가 있다. 모방할 수 없는 빛을 지니고 있어. 난 관심을 주고 눈길이
가는 이들을 그 향으로 기억하는 습관이 하나 있다. 그들을 만나 온전히 사랑할 때 그 향에 취해 매료되곤
하지. 그 속에 빠져 있을 때 내가 얼마나 행복해했던지 감도 오지 않아. 이젠 더 이상 맡을 수 없는 향이 있다.
점점 기억조차 흐릿해진다. 어떤 모습을 지닌 향이었는지 말이야. 허나 영원히 사라지지 못할 것은,
내가 그 속에서 얼마나 행복해했던가.
형태가 존재하지 않는 것을 그리는 건 생각보다 더 아픈 일이야. 텅 빈 황무지에 털썩 주저앉아있는 듯한
느낌이네. 그거 아는가? 희미해지고 기억 저편으로 넘어간 그 향을. 정말 우연히, 정말 정말 의도치 않게
느낀 찰나. 북받쳐 올라오려는 감정을 누르고 놀란 눈으로 주위를 살피는 그 심정을. 내가 기대하는 그 사람이
아니었단 걸 깨달았을 땐 얼마나 실망하는지. 그리곤 생각하지. 내가 못 잊은 건 그 사람인가, 아님 그 향기 속
행복인가. 그에 대한 답은 아직도 미지수다. 허나, 이 이후로 내게 흉터가 하나 생겼어. 사랑하는 사람이 또
생기고 그의 향을 맡으면 '아, 난 또 이 향을 그리며 슬픔에 빠지려나.'라는 의문을 품곤 한다.
수필 - 2025.04.24
옮김, 각색 - 2025.10.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