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 속을 거닐며

세월의 뒤안길 - 추억 소환 13

by 조영미

나뭇잎 위 햇살이 더 빛나지

풀잎의 이슬도 더 영롱해 보이잖아

얼굴을 스치는 바람도 더 따스해


반달

자꾸 희죽희죽 웃는다고

반달이 비웃는다


바람결에 머리카락이 날리는데도

자꾸 머리 쓸어 올린다고

바람이 삐죽이 쳐다본다


호수 바람 마시러 갈 때는 뒤어서 가만히 따라오더니

돌아오는 길엔 마주 보며 웃고 갔지요


목소리만 들려주기 아까워

새소리도 들려주고 싶어

물소리도 들려주고 싶고

긴, 너무나 긴

많이 보고 싶었다. 목소리도 듣고 싶었고

참고 또 참고

시간이 얼마나 더디게 가는지

새벽 2시에 일어나 책 보고 일하고

산에 가고 호수에 가고


어서 시간 가라고

뻐꾹새가 뻐꾹뻐꾹 추를 흔들어주고

어서 시간 가라고

바람이 이슬을 말리고

어서 시간 가라고

호수가 해를 밀어 올리고

영차 영차

심장이 뛰는 수만큼 또 뒤뜰을 걷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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