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의 뒤안길 - 추억 소환 50
산과 하늘과
구름과 푸른 물빛이
서로 맞물려 하나가 되었다.
하나로 족한 계곡의 냇물은
왜가리의 날갯짓과 함께
비상의 꿈을 꾸고 있고
갈잎 따라 유유히 흘러가는
주인 없는 나룻배
가을을 들쳐업고 노을 속으로 간다
호수의 푸른 눈망울에
매료된 마음들도
산을 안은 나무가 되고
조약돌을 안은 냇물이 되어
가을 속으로 흘러 들어가고
하염없이 빗금 치며 내리던 비는
수묵화로 내려앉아
후미진 가슴에 세월의 조각으로 박혀
철없었던 열정이 쏟아놓은
푸른 신열의 물빛
가을의
끝자락 갈잎으로 떨어져
속절없이 바스락거린다
나뭇가지에 바둥거리는
여름의 아픈 생채기는
어디서 왔는지 기억조차 못하고
하얀 손을 흔들며 가을 속으로 빠져드는
억새의 거센 흔들림에 몸을 일으키고 있다.
산너머
지는 햇살도 아쉬운지
물 그림자 위
은빛 가루 뿌려
열두 폭 비단 치맛자락 펼쳐놓고 있다.
구담봉, 옥순봉, 노들 평지, 신선봉
기기묘묘한 기암괴석
뭉게구름이 흐르는 산 허리 아래
찰랑찰랑 물굽이 허리춤에 매달려 요람을 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