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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온 후

세월의 뒤안길 - 추억 소환 57

by 조영미

비 온 후 숲 속은

고귀하고 순결한

빗방울의 작은 우주로 가득 차 있다

그 작은 빗방울에도 감사하는 마음에

온갖 초목들은 고개를 떨구고

웅장한 산세도 숙연히

젖은 얼굴 쓸어내린다


비 온 후 숲 속은

생명의 젖줄을 마신 고마움에

더 향기를 내뿜고

시냇물은 더 우렁찬 소리로

돌을 쓰다듬으며 흘러간다


비 온 후 숲 속은

산 너머 구름도

파란 하늘을 비집고

눈부신 햇살 뿌리며 지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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