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그램이라도 늘릴 수 있다면..

양수가 필요해

by 새싹맘

300그램도 안 되는 이 작은 녀석이 살아남으려면, 양수가 차올라야 한다.
나는 매일같이 3리터의 물을 악착같이 마시기 시작했다. 하루 종일 침대에 누워 지내느라 식욕도 없고, 물 한 모금 넘기기도 버거운 몸이었지만, 아기의 생존이 달린 문제였다. 먹고 싶은 의지가 없는데, 밥은 밥대로 챙겨 먹고 하루 3리터 이상의 음료를 마신다는 건 고문이나 다름없었다.

결혼 전엔 45킬로도 안 되는 말라깽이였고, 시험관 시술 전까지도 47킬로그램을 넘기지 않으려고 일부러 깨작깨작 먹었는데 지금 나는 괴물처럼 닥치는 대로 먹고 마시고 있다.


물의 총량을 채우기 위해선 나름의 전략도 필요했다.
남편이 새벽에 소변통을 들고 화장실과 병실을 오가야 하는 고생을 덜어주기 위해 저녁 8시까지는 2.5리터를 채워놓기로 마음먹었다. 눈 뜨고부터 저녁 8시까지, 물병을 달고 살았다. 생각 없이 자동적으로 컵에 물을 채워 들이켰고 소변통을 갈아 달라고 간호사를 호출한 후 또 마셨다.
물 배로 속이 울렁거릴 때는 이온음료와 두유를 섞어가며 억지로 입을 축였다.
어쨌든 뭐라도 마셔야 했다. 그래야 새싹이가 움직일 공간이 조금이라도 생기니까.


그리고 체중.
작은 새싹이의 몸무게를 늘려야 했다. 언제 나올지 모르는 이 녀석이 밖에서도 살 수 있으려면, 안에서 가능한 한 많이 자라야만 했다.
고단백, 고열량 식사를 하루 세 끼 챙겨 먹고, 틈틈이 간식도 세 번은 먹었다. 수박 한 통을 로켓 배송으로 주문했고, 병원식은 병원식대로 먹으면서 친정엄마가 싸온 소고기 볶음과 삶은 달걀, 견과류를 따로 챙겨 먹었다.


냉장고는 미니 과일가게처럼 바뀌었다.
사과, 바나나, 딸기, 키위, 파인애플, 방울토마토까지.
엄마가 곱게 잘라서 투명 용기에 하나하나 담아온 과일들은 새싹이의 생명유지 간식이자 영양 수혈이었다.

누워만 있어서 입맛이 있을 리 없다. 그럼에도 국에다 밥을 말아 꾹꾹 눌러 삼켰다.
밥 한 톨이라도 남기면 새싹이 체중에서 1그램이 빠져 나갈까봐 아깝고 미안해서.. 꼭꼭 씹어 넘기다 눈물이 고였다. 속이 울렁거리는데도, 포기할 수 없었다. 나는 엄마니까.

새싹이 체중이 1그램이라도 늘어난다면 나는 계속 버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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