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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경이 Feb 29. 2024

뭘 더 바래?

5. 그를 따라 하면 가능하다- 귀트영, 입트영

 

와~ 제목 잘 만들었다. 귀가 트인다는데 안 들을 사람이 누구? 아, 이 남자 목소리 참 좋다, 편안하게 잘 들리는 영어. 한편 탄탄하고 품격있는 여성진행자 앤젤라의 목소리. 매일 일정 분량의 산문을 읽고 해석하는 강좌. 바로 이거다! 쉽지 않지만 들어야겠어. 귀가 트이는 영어를 처음 듣던 날의 소감이다.  

    

다음에 이어지는 강좌 입이 트이는 영어. 귀가 트이면 입도 트일 테지. 오호, 이 진행자의 목소리도 좋다. 귀트영 진행자와 정말 닮은 목소린데?(같은 사람이었다.) 공동진행자 제니퍼의 목소리, 오오 멋지다. 이음매도 없고 결 어긋난 자국도 꿰맨 흔적도 없이 부드럽게 흐르는 발음, 세상에! 입트영은 청취자가 보내는 사연을 영어로 바꾼 것이어서 공감과 재미를 일으킨다. 내용에 집중하기가 쉬우므로 정말 곧 입이 트일 것만 같다. 귀트영보다 편안하게 들으면서도 영어가 내 손에 잡히는, 뭔가 즉석에서 얻는 느낌이 있다.   

   

이현석의 목소리는 선명하면서도 부담없이 잘 들린다. (한국어가 모어母語인) 한국인의 발성구조로 소리낼 수 있는 가장 자연스럽고 정확한 영어라고 생각한다. 영어를 배우는 사람들이 그 음가를 인지하고 따라하기 좋은 발음. 영어의 이물감이 적어 흉내내기 좋은 소리다. 이른바 ‘좋은 발음’이 가진 어떤 힘이나 화려함, 윤기가 최소화된 목소리. 익숙해지기 전까지는 오히려 불필요한 군더더기가 없으니 귀에 '정확히' 들어온다. 어떤 어려운 발음도 그의 것을 듣고 따라하면 가능하다. 원어민 발음을 흉내내기가 훨씬 쉽게 되는 거다. 특별히 좋은 목소리가 아니어서 정말 좋은 것이다. 공부하는 자들에게 큰 선물.   

  

우리말 해석도 퍽 시원하게 해결되는 ‘귀트영’과 ‘입트영’. 영어와 한국어 사이의 등가교환이 최대한 가능하도록 해석하고 설명한다. 두 언어의 한계 안에서 가능한 만큼 일대일로 교류·대체되니 답답함은 풀리고 재미는 솔솔. 도무지 아리송하던 어떤 단어의 맥락상 의미들이 현실성을 띠고 나타나며 시간이 감에 따라 연결되고 확대된다. 따라서 활용과 사용에 자신감이 생긴다. 이건 우리말에 딱 맞는 말이 없는데...하면서 대강 넘어가는 경우는 드물다. 서로 ‘딱! 맞는’ 언어는 없다. 그렇다고 우리말이 와야 할 자리에 영어를 그대로 놓아두고 넘어가는 것은 부끄러운 일. 아주 가끔만, 없을수록 좋다.      


아쉬운 점은 우리말 해설의 장황함이다. 특히 귀트영, 부연설명이 길어지면 잘 설명된 한국어의 연결고리를 따라오던 영어를 놓치게 된다. 뜻과 함께 머리에 쏙 들어왔던 영어가 흩어지며 트이려던 귀는 막힌다. 빠듯한 20분 동안 조금이라도 영어를 더 듣고 싶은데 뻔히 아는 일상의 예까지 들어가며 우리말로 우리말 문장 뜻을 설명할 때면... 초등학생들을 위한 배려라 여기며 참아야 한다, 목마른 자는 나니까. 우리말은 최소로 줄이고 소소한 개인사는 영어로 하면 좋을 것이다. 그 좋은 영어 목소리로.    

 

하여간, 영어와 정확한 우리말 해설이 밀도 있게 이어질 때 영어의 그물망에 잡히는 기쁨을 누리고 싶은 이들에게는 참 답답하고...  아니 아니, 됐다. 아마도 이 정도까지 가능하도록만 도와주는 게 EBS의 목적일지도 모르겠다. 나름 이삼 년 잘 견디며 집중해서 들은 다음에 갈 사람은 가라. 새로 시작하는 사람들은 얼마든지 있으며 대부분 나처럼 잘 견딜 테니까. 교양있는 시민이고자 불만을 참으면서 말이다. 저렴하게 들을 수 있는(교재를 사지 않는다면 거의 무료로) 강의에 감사까지 하면서.     

 

귀트영이 ‘뉴스’를 읽고 해석하기로 바꾼 지 6개월. 세계적 거대기업의 소식들을 퍼나르는 가운데 유명 인물들, 환경, 기후 등을 끼워 넣는 것을 다양성이자 배경지식 확장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너무 쉽게 간다. 인간과 삶에 대해 생각하는 시각의 다양성도 고려하기를 요구하면... ㅎㅎ뭘 더 바래?  선진 첨단 소식들 좋잖아, 멋져 보이고.  자본이 권장하고 명령하는 삶의 방식을 향하여! 가더라도 종종 그것에 의문을 품고 이면을 사유할 수 있는 기사도 좀... ^^어렵게 만들지 말아요. 그냥 영어를 가르칠 뿐인걸요.  도대체 뭘 더 바라고 있는가. 쯧! 귀트영과 입트영, 하나라도 이젠 진행자가 바뀌어야 한다는 사실만은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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