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질 'Quality of Life'

삶의 질은 무엇으로 재단할 수 있나? 미국 vs 한국

by Minari

글을 두 번이나 올리고 나니, 구독자 분도 생기고, 뭔가 지속적으로 글을 읽어주신다는 알람이 뜰때마다 정말 새롭고 신기한 그리고 감사한 기분이다. 지난 글 들에서 미국에서의 삶과 한국에서의 삶을 비교하면서 짧게 나마 국가의 역할에 대해, 그리고 삶의 질에 대해 이야기 했었고, 미국과 한국에서의 회사 생활을 비교하면서도 그런 주제에 얽혀 나의 가치관에 대해 짧게 소개?할 수 있는 시간이 있었다.


글을 올리고 나서 갑자기 '삶의 질'이라는 키워드에 꽃혀 지난 일주일을 보냈다. '삶의 질'이 트렌디한 키워드가 된지는 좀 지난 것 같고, 아마도 많은 젊은이들이 역시 양보다 질을 누리려는 삶을 추구한다고 믿는다.


네이버에서 사회학 사전을 뒤지면 이런 정의가 나온다.


대량소비사회가 경제의 정보화와 서비스화에 따라 사람들의 관심은 양에서 질로 이행한다. 주민들의 생활이 향상됨에 따라 행정 서비스도 생활의 질적 향상에 기여하도록 서비스 시책을 해야한다.
삶의 질이란, 만족감, 안정감, 행복감 등의 주관적 평가의식을 규정하는 복합적인 요인을 말한다. 예를 들어, 이러한 요인들 중 하나는 생활환경이 되기도 하지만, 환경 요인에 관련된 의식적 요인과 물적 요인의 복합체를 삶의 질이라고 보아야 한다.


말하자면 사람들이 현대사회에 들어서 삶의 질을 추구하기에 국가도 발벗고 나서서 전반적 사회 서비스를 개선하고자 세금을 소비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아닐까 싶다. 국가관에 대해서는 지난 편에 짧게 담았지만, 난 여전히 미국이 개인의 행복과 삶의 질을 위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나라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지극히 나의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한국에서도 미국에서도 결국 거의 같은 포션의 세금을 내는데 난 미국이라는 국가가 나에게 뭘 주고 있는 건지 전혀 알아내지 못했다.


그래서인지 뭔가 본격적으로 국가별 '삶의 질'에 대해 잠깐 이야기를 하고 싶어졌다.


미국에서 얻을 수 있는 삶의 질

미국(외국)에서(만) 분명 얻을 수 있는 삶의 질이 있다. 회사 생활을 예로 들어 본다면,

- 9-5 work hours. 자기 주도적 업무 방식이 대표적일 것이다. 자기 맡은 바 책임만 다한다면, 주어진 시간을 어떻게 쓰는지 누구에게 언제 보고해야하는 지는 크게 중요하지 않다. 다행히도 나는 미국에서 두 번 다 chill한 VP를 만났기 때문에 내가 알아서 다 해놓고 일주일에 한 번씩 케쥬얼하게 보고하는 식으로 업무를 처리해 왔다. 리드하기 좋아하는 성향의 사람이라면 아주 적합한 업무 환경이다. 내가 리드했기에 만족감과 행복감, 자신감이 오롯이 자신의 성취감으로 전환된다.

- 대자연, 맑은 공기 역시 삶의 질에 큰 부분이다. 특히 날씨가 좋은 주에 살고 있는 나로서는 이 부분이 참 미국이 행운이다, 라고 생각하는 부분이다. 물론 날씨가 극도로 안좋은 주에도 살아 봤기에 미국 전반적으로 blessing이 있다고 하지는 못하겠으나, 확실히 맑은 하늘 대자연과 함께라면 삶의 만족감도 업그레이드 된다. 그리고 삶의 만족감은 곧 삶의 질로 연결된다.

- 눈치 보지 않고 자유로운 삶. 이 부분은 첫 번째 코멘트와 유사한 부분일 수 도 있는데, 다양한 사람들이 너무 많아서 눈치 보지 않고 자유롭게 살 수 있는 부분도 분명 있.지.만, 이것은 어디까지나 당신이 미국에서 누구와 어울려 노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상황에 따라서는 여기서도 구질구질한 가치관을 유지하면서 얼마든지 꼰대로 나이들 수 있다. 그 친구가 미국인이든, 미국한국인이든, 상대방이 고리타분하고 구시대적, 보수적인 가치관을 지녔다면 이것은 나라와 관계없이 당신의 삶의 질과 연결된다. 물론 하나의 가치관만 아는 사람은 그것이 자신의 삶의 질에 영향을 미치는지 조차도 모를 수 있겠으나, 정말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은, 자신의 가치관이 자신의 삶의 질로 연결될 수 있다는 점이다.


(ex) 이를 테면, 영희와 철수는 둘 다 부자이지만, 영희는 가끔 한 번씩 비싼 와인을 마시는게 삶의 질로 귀결된다고 믿고 철수는 그 반대이다. 영희는 물질적 관점에서 무엇이 자신을 행복하게 하는지 정확히 알고 그 기준에 의거해서 소비하지만, 철수는 계속 망설이다가 소비를 했을 때나 하지 않았을 때나 모두 후회하는 경향을 보인다. 둘 중에 누구도 틀린 사람은 없다. 하지만 우리는 본인의 성향과 가치관이 얼마나 쉽게 삶의 선택에 영향을 줄 수 있는지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이제 한국에서 찾을 수 있는 삶의 질로 넘어가 보자.


미국에서 얻기 힘든 삶의 질 (다시 말해, 어쩌면 한국에서 얻을 수 있는 삶의 질)

그렇다면 나를 괴롭히는 직장 상사와 야근이 있기에 나는 절대 한국에서 삶의 질을 누릴 수 없는가?

- 한국의 조직문화나 야근문화가 외국보다는 상당히 구시대적일 수 있는 점은 분명하다. 그리고 경험상 그것이 삶의 질에 큰 영향을 끼침은 당연하다. 대부분 중소기업보다는 대기업이 삶의 질이 나을 것이고, 이것도 경험상 어느 정도는 나의 고정관념이 된 부분이다. 그렇다면 한국에는 미국에는 없는 무엇이 있을까?

솔직히 이 단어를 꺼내는 순간 엄청난 비웃음 거리가 될 수 도 있으나...(그럼에도 불구하고 용기내어) 나는 '정'과 '관계'가 우리 삶의 질에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한다. 미국과 한국 모두 같은 업계에서 수많은 사람을 만나면서, 정말 깊이 있게 직장 친구가 된 사람은 한국에서 뿐이다. 그 이유인 즉슨 미국에서는 대부분의 관계가 'superficial' 하기 때문이다. 오해는 말아주시길. 미국 에이전시에서 만난 친구들과도 간헐적으로 연락하면서 잘 지낸다. 그 관계에 깊이가 없다고 생각할 뿐이지만..


(ex) 갑자기 또 예를 들고 싶다. 이를 테면 나는 미국에서 출근하는 몇 년 내내 어떤 그 누구도 '하와유'라는 질문에 'fxxxing terrible or tired' 라는 대답 즉 부정적인 대답을 들어본 적이 없다. 거의 타부시 되는 것이고, 솔직히 그렇게 대답하는 사람이 있다면 정말 어느 조직도 그 사람과 같이 일하지 않을 거다. 그치만 한국에서는 어떤가 한국에서 일하는 시간 내내 '요- 어때 무슨일이야, 와썹' 이라는 질문이 훅 들어왔을 때 '어 나 너무 좋아, 진짜 그레잇'하다 라고 대답하는 동료는 아무도 없었다. 다들 자기 힘든 일을 나눈다. '어 최악이야, 어 피곤해, 어 이래서 힘들어 등등' 거기서 부터 그게 뒷담화가 되든지 아니면 잡담이 되든지 우리는 공감을 토대로 가끔은 위로를 받는다. 오죽하면 여기도 그런 말이 있을까, 미국 사람들은 특히 남부 지방 사람들은 절대로 속으로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 수 가 없다고. 얼마나 무서운가. 직장 동료가 매번 웃고 잘해주면서 다음 날 당신이 짤렸다면?


- 그것과 이어서, '해고'도 마찬가지다. '해고'라는 단어는 내가 모 대기업에 있을 때 감사팀이 회사를 뒤집어 놓고 부정부패 비리 연루된 사람들을 정리했을 때 처음들은 단어고 솔직히 동생도 한국에서 일하지만 '해고'라는 것, 다소 생소한 단어라고 생각한다. 그에 반해 미국에서 '해고'란 그냥 너무도 당연한 회사의 권리, 그리고 그 이유도 정확하지 않을 수 있다는 점. 정말 커리어가 셋업된 후, 그 조직에 지인을 통해 들어갔어도, 난 여전히 해고된 사람도 본적이 있고, 이제 그런 건 놀랍지도 않다. 다른 말로는 내가 있는 조직이 아무리 자랑스러워도, 정이 가진 않을 수 도 있다는 뜻.


- 같은 맥락에서 '출산 휴가'..뭐 혹은 어떤 '휴가' 든 자유롭지 않다. 거의 뭐 출산 휴가의 무덤이라고 봐도 되는 나라가 미국이고 그에 반해 우리 나라는 급감하는 출산율 덕에 국가에서 많은 지원을 보장해 준다. 단순히 그냥 연차를 내려고 해도 정말 쉬는 것은 쉽지 않다. 왜? 첫번째로 기억했던 미국의 장점으로 돌아가보자. 당신이 프로젝트의 리더고 관리자다. 편히 쉴 수 가 없다. 실패하면 당신 책임이고 그것은 바로 해고로 가는 지름 길.


- '출산 휴가'와 '여성'에 대한 배려는 없지만, 집은 엄청 넓고 외식 값은 세금과 팁을 더하면 심각한 지출을 야기하게 되서 여자가(혹은 남자가) 꼼짝없이 청소와 밥을 해내야 한다. 다시 말해 외식은 할 수 없고 집안일도 아웃소싱하기 힘들다는 뜻이다. 아마 이래서 미국 남자가 미국 여자를 잘 도와주는 그림이 생겨난 것인지, 환경적인 요인이 100프로라고 하기 힘들지만 유추해 볼 수 있지 않나 싶다. 그러나 웃긴 것은 그런 이 나라에서 조차 보수적인 남자는 넘쳐 난다는 점. 고로 여기서 최악의 상황을 유추하면 영희는 임신 후에 출산 휴가 맥시멈 두 세달 이후 복귀, 그리고 출산 휴가 중간 중간에도 업무 체크해야 될 상황이 벌어질 확률 높고..또 갓난 둥이와 거대한 집 청소/빨래/요리를 짊어지고 살아야 한다는 소리가 될 수 있다. 만약 영희가 보수적인 남자와 살고 있다면 삶의 질따위는 찾아 볼 수 없을 확률이 이백프로라는 이야기다.


쓰다보니 뭔가 두서가 없어진 것 같지만, 어쨋튼 퇴근시간이 다가 오기에 서둘러 끝을 내보려 한다. 못다한 이야기는 나중으로 미루고...


결국, 삶의 질을 추구하는 데에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 그것은 당신의 가치관이다. 당신의 가치관이 미국의 국가관/가치관과 연결된다면 당신은 거기서야 말로 행복을 찾을 수 있다. 하지만 당신의 가치관이 한국의 국가관/가치관과 연결된다면 당신의 연봉과 상관없이 한국이 삶의 터전이 되어야 한다.


그리고 어쩌면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당신을 둘러싸고 있는 사람들의 가치관이다. 그 요소는 위험할 정도로 당신의 행복과 연관되어 있어서 당신의 주변사람이 당신과 정 반대의 가치관을 가지고 있다면 당신이 행복할 확률은 너무나 희박하다. 생각해보자. 우리가 바이든과 트럼프를 한 방에 넣고, 윤석열과 이재명을 한 방에 넣어서 24시간 관찰한다면, 결과가 좋겠는지. 대선날이기도 해서 농담을 섞어본다.


다음에는 또 무슨 이야기를 할지, 일주일동안 행복하게 생각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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