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방으로
내 배우자는 상위 1%의 사람이다.
뭐여. 남편 자랑질하려는 거여?
잠깐, 잠깐. 그런 게 아니니 오해가 없길 바란다.
내가 결혼한 상위 1%의 배우자는 어떤 사람인지, 과연 상위 1%가 맞는지, 어떻게 알아보았는지 그 이야기를 풀어보겠다. (진짜로 자랑 아님)
여러분의 이상형은 어떤 사람인가?
특정 연예인을 닮은 사람? 성격이 좋은 사람? 유머감각이 있는 사람? 취미가 맞는 사람?
사실 나에게는 이상형이 딱히 없었다. 연애는 물론, 결혼에 대한 생각이 일절 없었기 때문에 이상형이라는 건 ‘환상’에 가까웠다.
더구나 자취생활 이전에 가족들과 한 집에 살면서 서로 다른 가치관 주장으로 다툼이 끊이지 않았던지라, 한 공간에 타인과 함께 살아가는 것에 대해서는 회의적이었다.
그런 와중에 돌연 연애를 시작했고, 당시 남자친구였던 남편은 연애를 시작한 시점에 “네 이상형은 어떤 사람이야?”하고 물었다. 잘 기억나지 않지만, 처음엔 이상형이 없다며 운을 뗐고 ‘굳이 말해보자면.. 말이 통하는 사람?’하고 갸우뚱하며 대답했던 것 같다.
그랬는데.
남편과 연애를 하면서 나의 이상형은 점점 구체화되어 갔다. 다른 건 몰라도 ‘이것’ 하나만큼은 확고했다.
바로, ‘갈등을 풀어가는 방식’이었다.
한 관계가 오래도록 잘 유지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갈등이 잘 해결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서로 좋은 말을 해주고, 사랑의 표현을 하고, 감동을 주고, 선물도 주는 것들은 순간의 좋음으로 남는다. 하지만 갈등으로 인해 생긴 상처, 서운한 감정, 서러움 등은 한으로 남는다. 이것이 적절히 해소되지 않으면 방어기제를 형성하고 갈등을 반복하게 된다. 심지어 좋았던 순간들을 모두 신기루처럼 만들며 갈등을 증폭시키기도 한다.
해서 우리는 서운한 게 생겼을 때, 자존심을 부리는 대신 그 당시의 상황과 감정을 최대한 진솔하게 표현했다. 이런 불편한 대화가 오고 가는 순간에는 마치 연봉협상 테이블에 앉은 것처럼 [있었던 사실]과 [그때 내가 느꼈던 감정]에 대해서만 나누었다. 물론 차분하거나 객관적이지는 않았다. 감정 없는 사랑은 소 없는 만두와 같으니까. 울기도 하고 화를 내기도 했지만, 우리는(나의 배우자가 특히 더) 그런 감정까지도 인정해 주었다. '그래, 오죽했으면 그럴까.' 하며. 대신 그 대화 중에 원망, 비하, 비꼼, 소리 지르기, 비교는 없었다. 두 사람 모두 상처를 되갚아주려는 의도를 담지 않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배우자를 통해 배우게 된 것이 있다.
당장 내 관점에서 이해되지 않지만 ‘그럴 수 있겠다.’하는 그 말 한마디. ‘네 입장에서는 그렇게 느껴졌을 수도 있겠다.’하는 말이 얼마나 따뜻한지 알게 됐다. 어떻게든 설득하려고 하는 나의 고집과 달리, 나의 배우자는 [존중-기다림-권유] 이 3단계를 적절히 활용하곤 했다.
이런 이유로 나의 이상형은 그때 이후로 "갈등을 풀어가는 방식이 잘 맞는 사람"이 되었다.
지인들과 대화를 하면서 알게 되었지만 나와 배우자의 갈등 해결 방식은 우리라서 잘 맞는 거였지, 다른 누군가에게는 답답한 대화 방식이 될 수도 있다. 말 그대로 '속 시원하게' 감정을 다 분출해야 솔직하게 느껴진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고분고분 얘기하는 방식은 가식적이라나.
이후 조금 생각을 더 해보니, 만약 내 배우자가 나의 소통 방식을 선호하지 않았다면 우리는 맞춰가는 과정을 몇 번 거치다가 더 이상 인연이 이어지지 않았을 수도 있겠다- 싶었다.
세상의 수많은 사람 중 나와 가치관 및 소통 방식이 맞는 사람을 만난다는 것은 기적과도 같은 일이다.
이런 이유로 나는 상위 1%의 사람과 결혼했다고 생각하게 된 것이다.
결혼 생활은 분명 행복하기 위해서 시작했다.
하지만 우리는 믿는다. 그 행복이 비단 좋은 순간만 모여 있는 행복이 아니라는 것을.
우리는 앞으로 함께 살면서 수많은 난제, 어려움, 곤란함, 실망, 갈등을 겪게될 것이다. 괜찮다. 우리는 지금까지 해왔던 것처럼 함께 문제를 해결해가고, 더 나은 삶을 추구할 것이다. 그렇게 함께 성장해가는 모습을 통해, 더 큰 행복을 만들어갈 수 있다고 믿는다.
우린 서로에게 좋은 모습이 있어서 함께 하는 것도 맞지만, 힘든 상황을 함께 잘 극복해온 우리의 소통이 관계를 더욱 견고하게 만들어주었다.
이 글을 읽은 당신도 분명 상위 1%이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