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을 잘 지키려면
'감정이 태도가 되지 않게 하라'
좋은 사회관계를 형성하기 위해 필요한 문장이다.
한 조직의 구성원으로서 나의 감정대로 행동한다면 "애도 아니고 말이야."라는 말을 듣기 쉽다. 즉, 어른이기 때문에 감정을 조절하지 못해 제멋대로 행동하면 안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결혼 전에는 이 말이 사회생활에서만 통용될 줄 알았다.
그러나 결혼 생활을 겪으면 겪을수록 '감정이 태도가 되지 않아야 하는 것'은 집안에서, 특히 부부 사이에서도 중요한 것임을 실감하고 있다. 심지어 회사보다 집에서 이를 실천하는 게 더 어렵다. 상사 앞에서 노래를 부르는 게 차라리 쉽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감정이 태도가 되지 않도록, 감정을 조절하기 위해 가장 기본적으로 필요한 것이 무엇일까?
나는 '마음의 여유'라고 생각한다. 감정을 바라보는 용기, 어떤 훈련, 대화, 표현 등 다른 다양한 방법도 있을 테지만, 마음에 여유 공간이 없다면 엇나갈 뿐이다.
요 근래 나는 직장을 다시 구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면서 마음의 여유가 예전보다 퍽 사라졌다. 시간적 여유는 생겼지만 전 직장에서 겪은 얼토당토않는 부조리함에 여유 공간이 많이 사라진 듯하다. 그동안 겪었던 분노, 원망, 좌절, 실망, 울분 등은 그토록 평화주의였던 내 마음의 덩어리를 많이 갉아먹었다. 다시 내 마음을 보살피며 다시금 원래 모습을 되찾아야 하는데, 마음의 부상이 꽤 컸던지 회복의 기간이 꽤 길어지고 있다. 게다가 '취업이 안되면 어떡하지?' 하는 생각과 출산을 계획하는 입장에서 과연 날 뽑아줄 곳이 있을까 하는 불안함이 발목을 붙잡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마음의 여유라.. 어쩌면 사치일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제 혼자 사는 삶이 아니므로, 나의 마음의 공간 한 곳에 있는 배우자를 위한 공간을 침범하지 않기로 나와의 약속을 했다. 내 마음의 여유가 없음으로 인해 엄한 배우자를 탓하지 않기. 그리고 그에게 나의 모습을 투영하지 않기. 현재 내가 나를 바라보는 시선은 곱지 않은데, 때론 이 시선으로 배우자를 보려고 할 때가 분명 있었다. 내 마음의 여유 공간이 없다고 하여, 타인의 마음의 공간을 뺏어올 수는 없으니 그를 위한 공간을 지켜주기 위한 노력이 현재 나에겐 필요하다.
흔히들 결혼생활에서 경제적 여유가 없으면, 좋은 모습을 유지하기가 힘들다고 한다. 이에 조금 더 나아가서 마음의 여유도 그런 것 같다. 마음의 여유가 없으면, 서로에게 좋은 태도를 유지하기가 힘듦을 느꼈다. 일단 나부터 그랬다. 우리가 앞으로 경제적으로 기반을 다져나가더라도, 마음의 공간도 꼭 지켜가야 함을 알게 된 10월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