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가 생각난다
오늘은 채송화 꽃송이 다섯 개를 그렸다
"아직 봄은 아니야"
"그저 설날을 기다릴 뿐이야"
"봄은 꼭 찾아올 거 야"
올 설에는 눈을 맞으면서라도
한번 다녀오셨으면 좋으련만
그곳은 아스라이 먼 곳이어서
겨울지평선 저 너머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는 아버지의 모습이 그리운 아침이다
어머니와 함께 홋카이도여행을
다녀오시며 아버지께서 좋아하시던
생선회 한상이라도 배불리 드시고 오셨으면 좋으련만
아직은 가벼운 눈 이 가끔씩 날리는 겨울아침이다
구정설날이 지나면 피어나는 난 초 들이 벌써
꽃봉오리를 맺었구나
"아버지의 채송화는
언제 피려나?"
"칸나 주변에 뿌렸던 아버지의 꽃씨들,
그들 중 피어난 노란 채송화가 바로 너 였었구나!"
노란 채송화를
보면 아버지가 생각 나는 아직은 추운 아침이다
봄을 향하여 달려가는 남매는
겨울 지평선 저 너머 호숫가 언덕에 서서
아버지께서 가르쳐주셨던
봄노래를 부르며 다닌다
겨울 내내 흙화분에 묻어 두었던 씨앗들이
이번 구정에는 바깥세상을 빨리 구경하고
싶어 안달이 났다
"랄랄랄! 랄랄랄!"
크리스마스의 징글벨을 즐겨 부르며 다니던
어린 시절의 남매의 겨울노랫소리가
귓가에서 여전히 맴돌고 있다
베란다 통창문 양지바른 곳에서
봄으로 가는 겨울 햇살이
꽃화분의 뿌리를 향하여 내리쬐고 있다
이른 봄 햇살을 받은 남녂의 꽃송이들이
언 땅이 채 녹기도 전에 뿌리에서 먼저 기지개를 켠다
#홍영주의 그림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