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그 아이를 무심코 따라갔다
진달래가 피는 날이었다
평소에도 늘 낯가림이 심했던 분홍아이는
방아댁 뜰앞마당에서 개나리와 진달래꽃을
한 아름씩 들고 뛰어노는 아이를 보았다
들판으로 재빨리 뛰어가는 신기한 아이를 향하여
분홍아이가 처음으로 용기를 내어 이름을 물어보았다
"늠이"라고 하였다 퉁명스럽고 억세게 대답하였다
붉은 진달래꽃을 안고 있는
"늠이"에게 분홍아이는
이상하고 신기하게 호감이 갔다
남자아이같이 생겼는데 치마저고리를 입고 있었다
좀 이상하였지만 스스로 '여자'라고 하며 분홍아이에게
꽃자랑을 하였기 때문이었다
꽃자랑하는 그 아이는 까까머리 남자아이 모습이었다
좀 억세게 말하기는 했지만
치마를 입고 있는 그 아이는
분명 여자 아이였고
분홍아이 보다 나이가 두어 살 정도 많아 보였다
매일 아침 눈뜨면 하는 일이
산으로 들로 꽃 따러 다닌다고 분홍아이 앞에서 진달래꽃단을 보여주며 꽃자랑을 하였다
방아댁 할아버지께서는 솔밭으로 가서 놀면 매우 위험하다고
늘 주의를 주었지만 분홍아이는 그날따라 늠이가 살고 있는 솔밭동네가 궁금해서
할아버지 몰래 늠이를 따라 솔밭으로 가보았다
개나리와 진달래 꽃들이 분홍아이를 반겨주었다
늠이는 개나리와 진달래 꽃단을 건네주며 같이
산 언덕 위로 꽃 따러 가자고 하였다
그곳은 노란 개나리와 붉은 진달래가 피는 높은 산이었다
산언덕길을 따라 걸어 올라가야 했다
분홍아이는 너무 힘들었지만
진달래꽃단을 만들며
"늠이"를 따라 진달래 산으로 올라갔다
분홍 아이는 난생처음 개나리 꽃가지와
진달래꽃가지들을 꺾어 보았다
신기하고 즐거운 체험이었다
꽃놀이 삼매경에 빠지며 즐겁게 웃었다
저녁 해가 뉘엿뉘엿 솔밭 나뭇가지 사이로
넘어가고 있었다
바로 그때였다
늠이가 돌멩이를 던졌다
개나리밭으로 굴러 떨어진 분홍아이는
정신을 잃었다
새 하얗게 질린 얼굴 위로 꽃잎들이
떨어져 흘러내리며 진달 래 꽃단을 만들고 있었다
솔밭동네 저 멀리 서 분홍아이를 찾는
희미하고 익숙한 당숙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홍영주의 그림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