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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을 그리는 아이

집밥 먹고 싶어요

by 영롱한 구슬

큰 딸이 보내준 2주간의 휴가였다

"띵똥"

"삐리릭"

현관문을 누르며 도어록이 함께 열렸다

한여름의 무더위를 뚫고 토끼 같은 손녀가 '폴짝'뛰어 들어왔다 "누구세요?라고 물어볼 시간도 없었다

뒤이어 작은딸이 커다란 검정케리어를 밀고 들어오며 사정이야기를 하였다

'손녀를 돌보는 시어머니에게 한여름 휴가를 드리기 위해서 친정 엄마에게 아이를 맡기고 일주일 간 친정집에서 회사 다니기 위해 여름 피서 겸 왔다고 하였다

여름방학이 시작되었나 보다 학원도 방학도 모두 쉬는 최고 무더운 여름날 아침이었다 옆아파트단지에서 살고 있는 맞벌이가정 큰 딸네 남자아이 둘을 돌보던 나는 2주간의 휴가를 즐기며 뒤늦게 글을 쓴답시고 거실 소파 한구석에서 나만의 상상놀이에 빠져있던 시간이었다

글 쓰다가 나는 현실의 시간으로 다시 돌아와야 했다

"아침은 먹고 왔어? 우리 강아지 뭐주까?"

"할머니 수박 주세요"

결혼 한지 10년이 다 된 딸은 낯설게 느껴지고

올해 만 9세가 된 손녀가 내 딸로 환생해서 돌아온 듯하였다

나보다 덩치 큰 중년 여인이 나를 와락 끌어안으며

"욷 덤 마!"라고 달려들자

손녀도 엄마 따라

" 욷 함 마"라고 부르며

중년이 다 된 딸과 키 작은 할마 사이로 헤집고 들어왔다

"엄마 뭐 하고 있었어?. 아침은 드셨어? 아빠는요?"

"어 , 어, 아 직 이야,

할아버지는 먼저 과일주스 갈아드셨어"

손녀도 앵무새처럼 지 엄마를 흉내 내며 말했다

"욷 함마 집밥 먹고 싶다"

"식탁 위 수박 썰어놨어 수박 먹어_"

"날이 더워도 어지간해야지 서울이 38°C 라니? 이래서야 어찌 살겠나?"

" 아프리카인지 코프리카인지 나 원 참!

완전 대박이다"

"진짜 대박! 더워요 완전대빡! 짱대박!"

" 오늘의 아침피서는 수박 먹고 상상화 놀이에 어디 한 번 빠져 봅시다"

"누가 누가 빨리 수박을 더 시원 달콤한 표정으로 먹나?

" 먼저 먹은 사람이 거실 시원한 대나무바닥 가운데자리차지하기"

"누가 먼저 가서 누울까?"

등등의 말놀이부터 하며 아침수박을 먹었다

조용했던 어느 여름날의 아침 우리 가족의 풍경이다


모처럼 은구슬 같은 아이의 웃음소리가 음악이 되어

집안 거실에 가득 울려 퍼졌다

은퇴한 부부에게 생명을 불어넣어 주는 순간이다

" 욷 함 마, 이게 뭐예요??"

:음. 요즘 함마가 글쓰기교실에서 글 쓰고 그림 그리는

'이젤'이라는 거야 어디 보자! 우리 강아지그림 그리는 거 좋아하잖아 함마를 닮은 거야?"

"헤헤헤 끄덕끄덕! 깔깔 깔!"

"잠깐만요

욷 함 마 시원 하게 해 줄게요"

잽 싸게 이젤 위에 스케치북을 올리며 대나무거실 한가운데서 고사리 같은 손으로 그림을 그린다

시원한 여름그리기에 몰입하는 아홉 살의 미술세계에

나도 함께 끼어들며 즐겨보았다

시원한 여름바다 파도를 먼저 그리고 갈매기를 그렸다

색종이 접기로 가족의 이름을 부르며 학을 접었다

뜨거운 여름날에 에어컨바람과 대나무 대자리에서 수박을 먹으며 여름피서 상상놀이에 빠져드는'그림 그리는 가족 피서법'이다

옛 한옥도 양옥도 아닌 아파트에서 태어나고자란

딸과 대를 이어 태어나고자라고 있는 현실의 손녀딸이다

주택의 앞마당을 한번도가본적도 밟아본 적도

없는 세대의 아이들, ,

각박한 현실 속에서 너무 많은 경쟁을 하며 살아가야 할

정서적으로 많이 메말라 있고 힘들 수밖에 없는

나의 손자녀들과 함께 해야 할 오늘날 세대의 젊은 청춘과 아이들의 미래가 더 메말라가는 현실의 찌든 정서가 마음이 아프다 도시아파트의 피서법으로 미술놀이가 정서적 안정감을 주기 때문에 괜찮은 듯하였다

상상놀이그림 속에서 손녀는 바다에서 파도를 즐기며

학과 함께 춤추며 상상놀이에 빠져들며 대나무 돗자리 피서를 하고 있었다

"우리 강아지, 할아버지 차 타고 시원한 청계산 그늘에 가서 점심 먹을까?"

"할머니! 난 시원한 호텔 뷔페가 좋은데"

"엥? 왜?" " 좀 비싸긴 해도 우리 강아지를 위해서라면 호텔뷔페 가야지""

" 마미가 살 뺀다고 밥을 안 줘요 아빠도 안 줘요"

"그러니깐 함마의 집 밥이 더 먹고 싶고 그립다는 뜻이에요""아~계란말이에 미역국 먹고 싶다"

ㅡ계란말이를 빵칼로 제법 잘 썰고 있다ㅡ

학교급식도 별로고요 집에 오면 또 저녁에는 포장배달 싫어서 거꾸로 한 말이에요 호텔뷔페 보다 '욷함마'가 직접 해주는 집밥이 훨씬 좋다는 뜻이에요

집밥이 너무 먹고 싶어요 미역국에 계란말이와 김치, 올리브기름에 볶은 멸치가 먹고 싶어요"

, 응. 네, 로 답해줘요

욷 함 마 집밥 만들어 먹어요 제발. 제발요!"

"ㅎㅎㅎ그러자"

" 실컷 먹어라 손녀가 먹고 싶은 할머니표 집밥"


참치캔 소고기장조림 추가로 차리고 디저트로시원한 냉장메론과 요구르트블루베리도 차렸다


'ㅇㅇ손녀는 시원한 대나무 돗자리 위를 떠나지 않는구나!'

손녀와 딸이 머물다간 일주일간의 대나무돗자리를 정리하며 나도 나 만의 휴식을즐기기로 하였다

브런치엡의 여러 작가님들의 글을 읽고 라이킷을 누르며 방구석집순이가 되어 글을썼다


# 손자녀 이야기를 하려면 돈 내고 하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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