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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결정에 대해 얼마나 믿는가?

머리와 몸에 흐르는 시간은 다르게 지나간다

by 수피아

오전 6시 알람이 울리기 전에 눈이 떠졌다. 잠자기 전에 의식적으로 이 시간에 일어나고 싶다고 주문처럼 생각을 하고 자면 정말 그렇게 된다! 는 말을 이젠 인정해야 할 거 같다.


중학생 때 일이 떠오른다. 그때 한창 인형 뽑기가 유행이었다. 왼손으로 레버를 좌우로 돌렸다가 내가 원하는 인형을 조준한 후 버튼을 누르면 크레인이 천천히 내려간다. 인형에 삼각발처럼 생긴 크레인이 벌어지면서 인형을 들어 올렸다가 출구로 이동을 할 때는 떨어뜨려서 애간장을 녹였다. 한 번은 동네에 새로운 인형 뽑기 기계가 생겼는데 친구 말로는 그 기계에서는 무조건 인형이 뽑힌다고 했다. 용돈이 생긴 날 학교를 마친 후 그 인형 뽑기로 달려갔다. 돈만 넣었다 하면 무조건 뽑힌다니 그 어떤 때보다 자신감 있는 손놀림으로 정확히 목표물을 향해 크레인을 조준하여 출구까지 무사히 이동시킨 후 출구에 톡 하고 떨어뜨려, 작고 귀여운 햄스터 인형 손에 쥐고 캉캉 뛰며 기뻐했다. 그렇게 친구들에게 자랑을 했는데 알고 보니 내가 인형을 뽑은 기계는 엉뚱한 기계였고, 진짜 뽑힌다고 했던 기계는 다른 장소에 있었다. '분명히 한 번에 뽑혔는데?' 나는 다시 그 기계로 가서 돈을 넣었다. 정말 여러 번 했던 것 같다. 그런데 다시는 그곳에서 인형을 손에 넣을 수 없었다. 아주 오래전 일이지만 아직도 기억에 남는 이유는 그때 나름의 결론을 내려서이다. '된다고 완전히 믿었을 때와 조금의 의심을 했을 때의 행동과 결과는 확연히 다르다'


춤 연습을 하는 동안 마음의 소리가 많이 흘러나오고, 글로 남긴다. 오전, 오후, 저녁과 밤 이렇게 세 번으로 의식적으로 나눠서 생활하니 하루를 세 번 사는 기분이다. 며칠 안되지만 춤과 글 읽기와 쓰기에 집중하니

3+3=6이 아니라 3x3=9 곱하기로 에너지가 붙는 것 같다. 에밀리 와프닉의 <모든 것이 되는 법>과 게리 캘러의 <원씽(THE ONE THING)>을 비교해서 읽었는데 원씽이 지금은 나에게 더 맞는 것 같다.


4일째 밖에(4일 씩이나) 안 됐는데 벌써부터 정성 있게 연습이 되지 않았다. 동작 연습이 잘 되지 않아 워킹을 많이 했는데 조금 느낌이 왔다. 위로 주는 힘까지 아래로 다 내리고, 가슴은 끌어올리고, 배꼽을 뒤로 붙이니 하중이 더 가해지고, 어깨힘은 빠지고, 코어에는 힘이 들어가는 것 같았다. 머리로 배우는 시간과 다르게 인지는 바로 한다고 해도 몸 근육에 익히는 시간은 따로 걸린다. 시간과 노력에 투자하는 만큼 확인이 되는 '춤' 정직해서 좋다. 만약 슬럼프가 온다면(벌써부터) 되든 안되든 연습실에 와서 워킹하고, 음악 듣자. 빠지지는 말자. 그냥 하자. 눈 뜨면 기분이 좋든 안 좋든 상관없이 물 마시고 화장실 가는 것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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