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을 제대로 하면 포즈가 덜 불안하다
'Last christmas I gave you my heart~'
선생님과 'Last Christmas' 음악으로 워킹연습을 많이 해서
종을 치고 먹이 주는 행위를 반복하면 나중에 종소리만 들어도 침을 흘렸다는 '파블로프의 개'에서 나온 조건반사처럼 이 음악만 나오면 자연스럽게 워킹을 하게 된다. 혼자 워킹을 해도 선생님의 음성이 들린다.
'끝까지 니백(허벅지를 뒤로 당기기)~ 트위스트 몸통 풀지 말고, 내딛는 게 아니라 선다는 느낌으로! 정수리를 누가 위에서 당기는 것처럼'
춤을 배우며 정수리까지 까지 신경 쓰게 될 줄 몰랐다. 이 정도면 무예가 아닌가. <달비잠>의 저자 금빛나 인도고전무용수가 왜 태권도를 배우는지 이제 알 것 같다. 팔은 부드러우면서 손에는 힘이 있고, 무게는 아래로 발끝까지. 무예 맞다. 선생님이 복습하라고 남긴 영상을 다시 보았다. 찰떡처럼 엄청 쫀득쫀득하다. 카운트 하나도 힘없는 게 없다. 발도 손도 카운트 세는 목소리도 우렁차다. 보는 것만으로도 힘이 난다. 연습이래 처음으로 큰 소리로 카운트를 세며 연습했더니 없던 힘도 생긴다.
'춤추는 삶은 명상가의 삶과 같다' 요즘 제일 많이 하는 생각이다. 혼자 춤을 연습하는 시간은 내 몸과, 내 안의 나와 대화를 하는 시간이자 가만히 눈을 감는 명상이 아닌 몸을 계속 움직이는 명상 같다. 연습 시간 6시간 30분 정도가 되었다. 연습 일주일째가 되는 오늘 처음으로 발이 아프다기보다는 불편한 느낌을 받았다. 아픈데 기분이 좋다. 열심히 한 것 같은 느낌이다. 상체는 힘을 빼고 물 흐르듯, 하체는 절도 있게 강하면서도 발끝까지 곡선을 잇는 부드러움을 지닌다. 몸통에서는 근육 하나하나 자기 역할에 맞는 엔(N: 라틴동작에 들어가는 숫자 사이에 들어가는 스텝)을 지키고 중립을 지키며 트위스트를 함으로써 오히려 상체와 하체의 균형을 맞춰준다. 서로 다른 듯 같은 상체와 하체가 어우러지고, 또 두 사람이 시선을 맞추며 어우러지는 라틴댄스.
<부의 추월차선> 책에는 피라미드 우화에는 두 사람이 등장한다. A는 일일이 하나씩 돌을 옮기며 하나의 돌도 옮기지 못한 B를 비웃는다. 1층 정도는 쌓았지만 그 이상을 쌓기에는 너무 힘들었던 A는 기중기로 단번에 피라미드를 완성하는 B를 보며 허탈해한다. 춤을 배우는 데 있어도 절대 연습량 말고 효과적인 방법이 있는 걸까, 아니면 그 기중기가 워킹 및 기본 연습을 말하는 걸까. 당장에 눈에 띄진 않지만 언젠간 단번에 완성하는 것처럼 보이는 비법이 기본 연습인 걸까. 평소에 잘 읽지 않았던 자기 계발서가 춤 연습을 할 때 병행하니 굉장히 도움이 된다. 행동하지 않으면서 독서만 하는 것은 오히려 현실과 이상의 차이를 점점 더 크게 만들어 기분을 안 좋게 할 수도 있는데 춤 연습으로 실천으로 바로 적용할 수 있으니 상호 보완이 된다. 몸이 힘들 땐 정신적인 면으로 물을 부어주고, 그 힘은 다시 몸으로 가고, 몸으로 받은 힘은 다시 정신의 허기짐을 채우게 한다.
서퍼들이 파도를 기다리듯 내가 좋아하는 음악이 흘러나오면 동작을 시작한다. 파도가 밀려오듯 음악이 계속해서 불어온다면 난 언제든 날아오른다. 영화 타이타닉에서 전쟁 같은 와중에서 바이올리니스트들은 연주를 한다. 내일 지구 종말이 온다면 나는 무엇을 할까? 혼란 속에서 많은 사람들이 지나갈 때 그 앞에서 춤을 추고 싶다. 비법 생각지 말고 음악이 날 부르면 춤으로 응답하며 살자.
'뭔가를 성취한 사람은 하나같이 어떻게 해내야 하는지는 몰랐다. 단지 해낼 것'이라는 점만 알았다.
_밥 프록터, 론다번의 책 <시크릿>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