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습작시 #01 겨울잠이란 핑계도 댈 수 없는 난

by 이수미

눈을 뜨는 것이 힘겨웠다. 분명 긴 잠에서 깨어났는데 도무지 잔 거 같지가 않아.

눈앞이 침침했다.


하늘은 언제봐도 비현실적인 것이 좋았다. 가만히 보고 있으면 그 움직임이 느껴져.

구름은 나보다 빨랐다.


곰은 언제까지 겨울잠을 잘련지. 나는 굴 밖에서 곰이 나오기를 하염없이 기다린다.

눈물은 말라버렸다.


눈물을 아껴서 그런가. 나는 굴 밖에서 소리 내 울어봤다.

침침한 눈은 나아지지 않았다.


내가 할 수 있는 건 하늘과 구름의 움직임을 관찰하는 것 뿐. 아니 나는 구름을 질투해 달리기 시작했다.

목에서 피 맛이 난다.


나는 다시 멈춰버렸고. 애꿎은 구름을 원망하며 새파랗게 아름다운 너를 우습게도 동경한다.

달콤한 곰의 겨울잠 냄새가 코끝을 찌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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