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화] 그런데...이 판의 규칙은 누가 만들었어요?

<중앙은행, 신용평가사, 정부> 금융 시스템의 설계자

by ALLDAY PROJECT

우리는 지금까지 꽤 많은 금융기관의 정체를 파헤쳤습니다.

제1화부터 7화까지 우리가 본 분들을 다시 떠올려보죠.

내 돈을 빌려가서 이익을 남기는 은행,

주식 매매 수수료를 챙기는 증권사,

남의 돈으로 농사짓는 자산운용사,

기업을 사서 구조조정 후 되파는 사모펀드,

하락장에서도 수익을 내는 헤지펀드,

불안함을 담보로 돈을 모으는 보험사,

전 국민의 노후 자금을 굴리는 연기금,

그리고 내 부동산을 관리해주거나 미래 소비를 당겨쓰게 만드는 신탁사카드사까지 봤습니다.


다 알겠어요. 다 이해했고 무슨 말 하는지 알겠는데 잠깐, 하나 의문이 들지 않으세요? 이 판 자체를 만든 사람들은 도대체 누구인가? 지금 저희가 말하고 있던 은행, 증권사 etc 이들은 모두 우리 눈앞에서 "이 상품 사세요", "이 투자 하세요"라고 말을 거는 '플레이어'들입니다. 그런데 이 선수들이 어떤 규칙으로 움직여야 하는지 정하고, 이들이 사용하는 돈의 양을 조절하며, 마지막에 당신이 벌어들인 수익의 일부를 합법적으로 떼어가는 주체들이 남아있습니다. 뭐….'심판' 같은 존재들이죠. 바로 중앙은행, 신용평가사, 정부입니다.


오늘 다룰 내용은 중앙은행, 신용평가사, 그리고 정부(세금)입니다. 이들은 당신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상품을 팔지 않습니다. 하지만 이들이 결정하는 숫자 하나에 당신이 갚아야 할 대출 이자가 바뀌고, 당신이 보유한 자산의 등급이 결정되며, 당신이 손에 쥐는 최종 수익금이 달라집니다. 이들까지 알아야 자본주의 금융의 모든 등장인물을 다 파악한 것이 됩니다. 등장인물 마지막입니다. 자세하게 들어가 보겠습니다.


<목차>

1. 중앙은행: 기준금리와 통화량으로 경제 전체를 조절하는 곳

2. 신용평가사: 기업과 국가의 신용 등급을 결정하는 심판관

3. 정부와 세금: 모든 수익의 지분을 가진 최종 수익권자

4. 핀테크와 빅테크: 데이터 수집을 통해 금융 지배력을 넓히는 기업들

5. 대부업과 사금융: 법정 최고 금리를 활용해 고수익을 내는 양지 밖의 금융

6. 결론: 전체 지도를 완성한 당신이 금리와 인플레이션을 배워야 하는 이유




1. 중앙은행: 기준금리와 통화량으로 경제 전체를 조절하는 곳

● 뼈대 01. 중앙은행의 제1목표는 물가 안정과 시스템 유지입니다

한국은행이나 미국의 연방준비제도(Fed, '연준') 같은 중앙은행은 개인의 경제적 사정보다 국가 경제 전체의 통계 수치를 우선합니다. 만약 물가가 너무 오르면, 당신의 대출 이자 부담이 커지더라도 금리를 올립니다. 금리를 올려야 사람들이 돈을 덜 쓰고 물가가 잡히기 때문입니다. 이들은 경제 시스템이 멈추지 않게 관리하는 관리자입니다.

● 뼈대 02. 기준금리를 통해 시중의 돈의 양을 조절합니다

기준금리는 모든 금리의 기준이 되는 숫자입니다.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올리면 시중 은행들도 예금과 대출 금리를 올립니다. 대출 이자가 비싸지면 사람들은 돈을 덜 빌리게 되고, 시장에 돌아다니는 돈의 총량이 줄어듭니다. 반대로 경제가 침체되면 금리를 낮춰 돈을 더 많이 빌려 쓰게 유도합니다. 이 과정에서 당신이 가진 현금의 가치는 계속 변하게 됩니다.

● 뼈대 03. 발권력을 동원해 시장에 직접 자금을 공급하기도 합니다

중앙은행은 돈을 직접 찍어낼 수 있는 유일한 곳입니다. 위기 상황이 오면 시장의 채권을 사들이는 방식으로 돈을 직접 풀어버립니다. 이를 통해 금융기관들이 망하는 것을 막고 시스템을 유지합니다. 하지만 이렇게 돈이 많이 풀리면 화폐 가치는 떨어지게 되고, 실물 자산을 가진 사람과 현금만 가진 사람의 격차는 더 벌어지게 됩니다.


2. 신용평가사: 기업과 국가의 신용 등급을 결정하는 심판관

● 뼈대 04. 신용 등급은 곧 자금을 조달하는 비용을 결정합니다

S&P, 무디스 같은 신용평가사는 특정 국가나 기업이 빚을 갚을 능력이 얼마나 되는지 평가해서 등급을 매깁니다. 등급이 높으면 낮은 이자로 돈을 빌려올 수 있고, 등급이 낮으면 높은 이자를 줘야 합니다. 이들이 매기는 알파벳 등급 하나에 수조 원의 돈의 흐름이 바뀝니다.

● 뼈대 05. 평가를 받는 기업이 평가사에 수수료를 주는 구조입니다

신용평가사의 수익 구조는 독특합니다. 평가를 받는 기업이 신용평가사에 돈을 주고 평가를 의뢰합니다. 돈을 주는 고객인 기업에게 나쁜 등급을 주기 어려운 구조적 결함이 있습니다. 2008년 금융위기 당시 부실한 파생상품들에 최고 등급을 남발했던 배경에는 이런 비즈니스 모델의 한계가 있었습니다.

● 뼈대 06. 개인 신용평가사는 당신의 금융 정보를 수집해 등급을 나눕니다

나이스평가정보나 코리아크레딧뷰로(KCB) 같은 곳은 당신의 카드 결제, 대출 상환, 공과금 납부 실적을 수집합니다. 이 점수는 은행이 당신에게 얼마의 이자를 받을지 결정하는 근거가 됩니다. 이들은 당신을 돕는 기관이 아니라, 금융기관들이 당신에게 돈을 빌려줘도 안전한지 판단해주는 정보 제공자입니다.


3. 정부와 세금: 모든 수익의 지분을 가진 최종 수익권자

● 뼈대 07. 세금은 자본주의 게임에서 나가는 가장 확실한 비용입니다

당신이 주식을 해서 돈을 벌면 금융투자소득세(혹은 거래세)를 내고, 월급을 받으면 근로소득세를 냅니다. 부동산을 사면 취득세를 내고, 가지고만 있어도 보유세를 내며, 팔 때는 양도소득세를 냅니다. 정부는 당신의 모든 이익에 일정 비율의 지분을 가진 것과 같습니다.

● 뼈대 08. 세전 수익률보다 세후 수익률이 훨씬 중요합니다

많은 사람이 수익률 10%에 환호하지만, 거기서 세금이 20~30% 빠져나간다는 사실은 잊곤 합니다. 자본주의 시스템에서 부를 쌓은 사람들은 이 세금 구조를 완벽히 이해하고 절세하는 방법을 찾습니다. 세금은 당신의 자산을 합법적으로 앗아가는 가장 강력한 도구 중 하나입니다.

● 뼈대 09. 정부 정책은 시장의 돈의 흐름을 인위적으로 바꿉니다

정부는 특정 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세금을 깎아주거나, 투기를 막기 위해 대출을 규제합니다. 이러한 정책 발표는 시장에 즉각적인 영향을 미칩니다. 정부의 정책 방향을 모르면 시장의 흐름과 반대로 행동하게 되어 큰 손해를 볼 수 있습니다.


4. 핀테크와 빅테크: 데이터 수집을 통해 금융 지배력을 넓히는 기업들

● 뼈대 10. 편리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당신의 금융 데이터를 가져갑니다

카카오페이, 네이버페이, 토스 같은 플랫폼 기업들은 송금이나 결제 편의성을 무료로 제공합니다. 대신 당신이 어디에서 얼마를 쓰는지, 언제 돈이 부족한지 모든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파악합니다. 이 데이터는 금융권에서 가장 비싼 자산입니다.

● 뼈대 11. 수집된 데이터를 활용해 고도화된 대출 영업을 합니다

플랫폼 기업들은 당신의 데이터를 분석해 당신이 대출이 필요한 시점을 정확히 찾아냅니다. 그리고 앱 알림을 통해 대출 상품을 권유합니다. 과거에는 고객이 은행을 찾아갔지만, 이제는 기업이 데이터를 들고 당신의 일상 속으로 들어와 소비와 대출을 유도합니다.


5. 대부업과 사금융: 시스템 밖에서 기다리는 하이에나

● 뼈대 12. 제도권 금융 이용이 불가능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합니다

은행이나 저축은행에서 대출을 받지 못하는 사람들이 대부업체를 찾습니다. 대부업체는 법적으로 허용된 가장 높은 금리를 적용합니다. 금리가 높다는 것은 그만큼 원금을 떼일 위험이 크다는 뜻이기도 하지만, 반대로 갚는 사람들에게는 엄청난 이자를 뜯어낸다는 뜻입니다.

● 뼈대 13. 채권 추심 과정에서 일상적인 삶을 압박합니다

대부업이나 사금융은 돈을 회수하는 방식이 매우 거칩니다. 법의 테두리를 아슬아슬하게 넘나들며 채무자의 가족이나 직장에 연락하는 등 정신적인 압박을 가합니다. 이들에게 빌린 돈은 단순히 갚아야 할 금액을 넘어 당신의 모든 일상을 담보로 잡는 것과 같습니다.


6. 결론: 전체 지도를 완성한 당신이 금리와 인플레이션을 배워야 하는 이유

● 뼈대 14. 다음 목적지는 어디인가요?

왜 알아야 하는가?

지금까지 우리는 금융 시스템의 모든 구성 요소를 살펴봤습니다.

돈을 빌려주는 은행, 장터를 관리하는 증권사, 기업을 사냥하는 사모펀드, 불안을 먹고 사는 보험사, 그리고 이 모든 판의 규칙을 정하는 중앙은행과 세금을 떼가는 정부까지 말이죠.

이 지도를 모르면 당신은 열심히 일을 하고 투자를 해도, 왜 내 통장 잔액이 늘어나지 않는지 이해할 수 없습니다. 시스템 전체가 당신의 노동 가치를 여러 단계에 걸쳐 가져가도록 설계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몰라도 무관하다고요? 아니요.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이 세상은 자본주의입니다. 자본주의가 어떻게 구성되어 있고 흘러가는지 인지를 못 하고 있는 상황에서는 세상의 해상도가 낮겠죠. 해상도 낮으면, 기회가 와도 잡지 못할 겁니다. 부자가 되고 싶다고 한 적 없다고요? 저도 부자가 되자고 이 말을 하는 것이 아닙니다. 그보다는 이 세상에 태어난 이상 눈 뜨고 코 베이지 않으려면, 이 시스템을 알아야 삶을 유지할 수 있다는 겁니다. 잘 전달이 되었기를 바라며 이제 우리는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 공유해 드리겠습니다.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가?

첫째, 중앙은행의 기준금리 발표가 내 대출 이자와 자산 가치에 미치는 영향을 즉시 계산해야 합니다.

둘째, 신용 점수를 관리하되, 금융기관이 나를 평가하는 기준에 맞춰 내 삶을 억지로 끼워 맞추지 마십시오.

셋째, 모든 투자 결정을 내릴 때 반드시 세금을 먼저 계산하십시오. 세후 수익률이 마이너스라면 그 투자는 실패한 것입니다.

넷째, 플랫폼 기업들이 주는 편리함의 대가가 내 개인 정보라는 사실을 잊지 마십시오.

마지막으로, 당신의 돈이 어느 경로를 거쳐 누구의 주머니로 들어가는지 그 '패턴'을 읽는 눈을 기르십시오.


자, 이제 모든 등장인물을 다 만났습니다. 이들이 누구인지, 어디에 숨어서 당신의 돈을 노리는지 다 알았습니다. 그럼 이제 이들이 공통적으로 사용하는 도구에 대해 배워야 합니다. 바로 '금리' '인플레이션'입니다. 돈의 가치가 왜 매일 바뀌는지, 그들이 왜 우리에게 물가 상승을 강요하는지, 그리고 국가 간의 돈의 힘겨루기인 '환율'은 무엇인지 파헤쳐보겠습니다. 자본주의 생존기, 이제 등장인물들이 어떻게 상호작용을 하고 살아가는지 확인해보겠습니다. 다음에 뵐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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