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귤고사
창가에 놓인 귤 접시에서 은은한 향기가 흘러 나온다. 그 덕에 나른한 오후, 거실 안 가득 상큼한 귤향이 감돈다.
귤을 마주할 때면 항상 어린 시절 들었던 '회귤고사(懷橘故事)'가 습관처럼 떠오른다. 여섯 살의 육적(陸績)이 어머니께 드리려고 귤 세 개를 품에 숨겼다가 들켰다는 이야기. 그의 지극한 효심이 지금 이 귤 한 알에 깃든 듯하다.
요즘들어서야 귤은 흔한 과일이 되었지만, 예전에는 귀한 과일 이었다고 한다. 조심스레 한 조각을 떼어 입에 넣는다. 새콤달콤한 과즙이 터지며 혀끝을 간질인다. 육적의 품 안에서 떨어진 그 귤도 이리 달콤했을까. 귤의 맛이 효심의 맛과 그리 다르지 않을 거라는 엉뚱한 생각을 하며, 나는 귤 하나를 천천히 음미했다.
거실을 채운 귤향과 함께 마음까지 따스해진다. 이 순간만큼은 귤은 단순한 간식이 아니라 귤을 품어 어머니를 생각한 육적처럼, 이 작고 노란 열매를 통해 소중한 이들을 떠올리게 하는 소중한 추억의 매개체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