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의 냉각

― 과도하게 장착된 우리의 경고등을 억지로 끌 필요성

by nabiee 노은

진화의 과정 중, 우리의 생존을 위해 정교하게 시스템화되어 내재된 방어막의 일종인 범프 혹은 경고 사인을 우리는 쉽게 지나쳐 갈 수 없도록 설계되어 있다. 무의식적으로 뇌 속 뉴런들은 각자의 경험을 바탕으로 사건들을 제멋대로 연관 짓고, 그 촉수에 붙잡혀 곤혹스럽거나 때로는 고통의 무더기 속에서 빠져나오지 못할 때가 있다.


분명 하나의 별개의 사건이 발생했을 뿐인데, 뇌 속의 경고 장치는 ‘이 사건을 꼭 기억하고 다음에 비슷한 일이 일어나면 주의해야 해!’라며 강하게 각인을 남겨버린다. 그 결과 실제로는 전혀 다른 사건임에도 불구하고, 비슷한 분위기나 느낌, 당시의 온도나 습도가 닮은 환경이 반복되거나 아무 개연성 없는 상황 앞에서도 우리의 놀라운 경고 장치가 이를 유사한 사건으로 해석해버린다. 그렇게 과도한 경계심이나 두려움을 불러일으키며, 또다시 같은 ‘류’의 사건이라는 경고를 내려버리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어떤 생각들은 의도적으로 얼려둘 필요가 있다.


시차가 존재하는 탓에 빠르게 변화하는 현대 사회를 아직 따라오지 못한 우리의 뇌는, 분명 더 나은 길과 방법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불편한 저항감이나 익숙한 안전감을 이유로 과거로 되돌아가고 싶은 회귀감을 만들어낸다. 이럴 때일수록 나는 내 뇌를 현혹시키거나 다독이며, 새로운 방식으로 그 저항감을 절단하고 분해하고 나누어, 용기를 내 한 발짝씩 나아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나는 이 과정을 ‘생각의 냉각’이라 부른다.


당장 먹거나 사용하지 않을 식재료를 시간을 벌거나 보존 기간을 늘리기 위해 냉동실에 넣어 얼리듯, 우리의 사고 과정 역시 지금 당장 필요한 신호 작용이 아니거나 불필요하거나 과도하다면 억지로라도 브레이크를 걸어 냉각시켜 냉동고에 보관해둘 필요가 있다. 더 잘 살고, 더 나아가기 위해서.


DSC01385.JPG 어쩔때는 우리의 생각을 체포해 버릴 필요도 있음을


작가의 이전글나의 역마살에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