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모든 스쳐 지나가는 것들
수없이 쓸려가고 끌려와 부서지는 파도를 보며
인간 역시 수억 개의 모래알 중 하나일 뿐이라는 생각
부서지는 순간의 파동 중 하나였을 뿐이라는 생각
존재하는 찰나의 순간에
수없이 의미를 부여해보려 하지만
그곳은 결코 닿을 수 없는
우리는 찰나의 숨결일 뿐 아니었을까
바람이 불면
그 흔적조차 남지 않고
그 이름 한 자 기억해주는 이마저
곧 남지 않게 될 세상 속에서
무얼 기어코 남기고자
아등바등하며 땀 흘렸던 걸까
무언가를 더 움켜쥐고자
꼭 쥘수록
손가락 사이 모래알은
더욱 빠르게 스쳐 지나간다
오직 할 수 있는 것은
바람에 흩날리기 좋도록
텅 비워 공(空)을 이루며
나의 틈 사이
바람이 더 잘 통하게
더 멀리 날며
더 멀리 볼 수 있도록
나를 비우는 수밖에
그럼에
나는 오늘도
속 비운 모래알 한 톨이 되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