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르텔; 보이지 않는 감옥

— 우리도 어쩌면 이미 카르텔 속에서 살고 있는 건 아닐까

by nabiee 노은

믿기 어려운 협박처럼 들리지만, 사실 우리 일상에서도 비슷한 말들을 듣곤 한다.”믿기 어려운 협박처럼 들리지만, 사실 우리 일상에서도 비슷한 말들을 듣곤 한다.”

해외에서 살고 있지만, 모국은 언제나 그립다. 그래서 한국에서 벌어지는 사건이나 시사 문제, 뉴스에는 늘 귀를 기울인다. 특히 ‘K’나 ‘한국’이 들어간 소식들은 꼭 찾아보며, 때로는 뿌듯함을 느끼고 때로는 마음이 아프기도 하다. 최근의 항공기 사고나 각종 참사를 보며 마음이 무너질 때도 많고, 한국에 있는 가족들에게 여러 번 안부를 확인하지만 목소리만으로는 모든 불안을 덜 수 없기에 늘 안타깝다.


그러던 중, 요즘 ‘캄보디아’가 연관 검색어로 자꾸 뜨는 것이 신경 쓰여 여러 영상을 찾아보다가 믿기 어려운 사건을 접하게 되었다. 실화탐사대에 나온 내용인데, 캄보디아에서 해외 취업 사기와 브로커를 통한 납치 사건이 급증하고 있고, 그 배경에는 "중국계 총책이 만든 거대한 불법 조직(사실상 카르텔)"이 존재한다는 것이었다.


repeating-patterns-of-windows-on-building-facade.jpg 동일한 패턴 속에 감춰진 보이지 않는 구조


이 조직은 한국인을 대상으로 한 "주식 투자 사기(보이스피싱)"를 벌이기 위해 한국어 능숙자를 필요로 했고, 그래서 ‘고수익 알바’라는 미끼로 많은 한국 청년을 끌어들였다고 했다. 심지어 단순 여행객이 납치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문제는 그 규모다.
캄보디아의 부패한 정치·경찰·사법 구조를 이용해 하나의 ‘범죄 도시’를 통째로 운영하고 있다는 점이었다. 인터폴이나 UN도 상황을 알고 있지만, 복잡한 국제적 이해관계 때문에 깊게 개입하지 못한 채 사건이 방치되고 있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았다.


이곳에 끌려간 한국 청년들은 여권과 모든 신상정보를 빼앗기고, 하루에 3,000건의 불법 전화를 돌리며 사기를 유도하도록 강요받는다. 시키는 대로 하지 않으면 전기고문, 폭력, 협박이 일상처럼 이루어지고, 건물마다 삼엄한 경비가 있어 탈출 자체가 거의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한다.


2025년을 살아가는 지금, 이런 일이 실제로 벌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기가 어려웠다.

그들을 보호할 방법은 정말 없는 걸까?
대한민국 정부와 외교부, 대사관은 이런 상황에 놓인 국민을 어떻게 구할 수 있을까?
생각할수록 마음이 무너졌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로는 이 ‘카르텔 구조’ 자체가 너무나 익숙해 보였다.
자의든 타의든, 한 번 들어가면 쉽게 빠져나올 수 없는 구조.
그리고 그런 구조는 사실 우리 주변에도 많다는 생각이 들었다.


Photo by Darya Tryfanava on Unsplash

회사라는 이름의 작은 카르텔

솔직히 말해, 우리가 회사에 출근하기 싫은 이유는 단순히 업무가 힘들어서만이 아니다.
월급이라는 담보를 내세우며, 우리의 시간과 인내, 인간성, 감정노동, 사회성, 관계와 정치를 요구하는 구조 때문이 아닐까?

내가 찾아낸 카르텔 구조의 공통점은 다음과 같다.


1. 폐쇄적 구조에 의존할 수 밖에 없게 끔, 한 번 들어오면 쉽게 나갈 수 없도록 미끼를 제공한다.
— 생존을 위해 필수적인 월급
— 사회적으로 정당해 보이는 ‘회사 다니는 나’의 정체성
— 캄보디아 카르텔에서는 하루에 물만두 8개가 하루 식량이었다고 한다.


2. ‘벗어나야 한다’는 생각조차 하지 못하게 만든다.
— ‘여기서 나가면 나는 아무것도 아니야’
— ‘다들 힘든 거니까 나도 그냥 참고 버텨야지’


3. 명확한 상하 구조를 기반으로 한다.
— 통제하는 사람과 통제받는 사람이 분명하다.



가족도, 학교도, 직장도… 언제든 ‘폐쇄적 구조’가 될 수 있다

가족이라는 구조는 더 쉽게 폐쇄적으로 변할 수 있다.
부모와 자식의 관계는 의존성을 만들고, 외부 개입이 어렵고, 영향력은 절대적이다.
따뜻한 울타리가 될 수도 있지만,
때로는 눈에 보이지 않는 감옥이 될 수도 있다.

캄보디아 사례의 잔혹함을 보며 문득 생각했다.
혹시 나 역시 모르는 사이,
‘생존’이라는 이유로
어딘가에 나를 스스로 가두고 살아온 건 아닐까?


그리고 충격적인 한 청년의 탈출 이야기

건물에는 이발소, 식당, 영화관, 마트까지 모두 갖춰져 있어 외부로 나갈 필요성을 없애고,
탈출 시도 자체를 생각하지 못하게 만들었다고 한다.


4층에서 1층으로 뛰어내려 도주한 한 청년의 인터뷰가 방송에 나왔는데,
캄보디아 보안 요원들은 그에게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탈출하려 하면 허벅지에 총을 쏴 죽여버리겠다. 죽어도 이 안의 소각장에서 태워 없어지니 아무도 찾지 못할 것이다.”


믿기 어려운 협박처럼 들리지만, 사실 우리 일상에서도 비슷한 말들을 듣곤 한다.


“너 같은 사람이 어디 가서 뭘 하겠어?"

“네가 이 회사 나가면 살 수 있을 것 같아?”

“니가 그래서 안 되는 거야.”

“넌 누굴닮아 그 모양이니?”

“그 정도 실력으로는 어디 가서도 인정 못 받아.”


방법은 다르지만, 본질은 크게 다르지 않다.
우리도 사실, 이미 다양한 형태의 카르텔 속에서 살고 있는지 모른다.


만약 지금 누군가의 말이나 행동 때문에
‘나는 여기서 벗어나야 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면,
이제는 눈 한 번 감고 용기 내어 탈출을 시도해보는 건 어떨까.

작가의 이전글라면, 너가 뭔데 날 울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