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듬지 않은 하루, 그렇게 쓰인 글.
조용한 시골의 수박밭.
비가 내리는 평범한 날,
아이들은 몸을 낮추고
싸 뿐 싸 뿐 발을 옮긴다.
나는 밭 한가운데 서서
큼지막한 칼로 수박을 쪼갠다.
달콤한 과육이 드러나며
비와 섞인 향이 퍼진다.
아이들에게 손짓한다.
“와서 같이 먹자.”
작은 몸들이 모여들고,
수박을 나누어 먹으며
순간의 평화가 가득 찬다.
상상 속에서만 존재하는 장면.
경험한 적은 없지만
묘하게 익숙하고,
어딘가 그리운 풍경이다.
도시에서는 이런 날이 드물다.
아스팔트 위, 똑같은 길을 걷고
세워진 빌딩들 사이를 스치며
모두가 같아 보이는 삶.
생각은 달라도
행동은 늘 같았던 나.
돌파하고 또 돌파해도
언제나 같은 난관 앞에 멈춘다.
끝없는 여정인지~
목적 없는 발걸음인지~
실제로는 쓰지 않을 어색한 말들로
삶을 빗대어 무언가를 표현하려 애썼다.
그렇게 글로 뭔가를 남기려던 나는
오늘은 그냥 저 멀리 떠나고 싶다.
의미를 찾지 않고,
글을 꾸미지 않고,
그저 '누군가에게는 튀고 싶다'는 하루.
‘지렁이도 밟으면 꿈틀거린다’는 말이
오늘만큼은 나에게도 필요했다.
하늘을 올려다본다.
마치 똥 씹은 표정이다.
하지만 대놓고
“야, 나 기분 더럽다”라고
말하지 않는 하늘.
그래서 그런 걸까.
비 대신 또 눈이 내린다.
조용히, 묵묵히.
이젠 상관없다.
하늘이 무엇을 하든.
오늘은 무엇을 쓸지 고민하는 것보다
운전면허를 따기 위해
핸들을 잡는 게 더 중요하다.
그렇게 오늘 저녁,
핸들을 잡으며 문득 생각한다.
이대로 그냥 떠나버릴까?
어디든 좋다,
정해지지 않은 길로.
그러나 떠나지 못한 채,
그저 글만 쓰고 앉아 있다.
내가 쓴 글을 보며 생각하니,
그저 서글프기만 하다.
왜 이런 걸까?
왜 이렇게 글을 쓰고 있을까?
글을 쓰며 스스로의 의문에 답한다.
나는 정말 알다가도 모르겠다.
아침에 글쓰기에 불평하던 내 모습이 떠오른다.
글쓰기가 거북하다고 여겼던 내가,
스스로를 비웃던 내가,
왜 이렇게 쓸쓸한 순간엔
결국 또다시 글을 쓰고 있는 걸까?
아침의 말,
저녁의 행동이 다르구나.
표리부동(表裏不同)이 따로 없구나.
머리를 쥐어짜며 고통 속에 끙끙대다가,
핸들을 움켜쥔 채 고개를 들어 한숨을 쉰다.
그러다가도 문득,
아무 일도 없었던
문제의 원인에 결론을 내리고 만다.
술을 마시지도 않았고,
그럴 마음도 없는 내가
감정에, 그리고 하늘에 취했구나.
어딘가 모르게 흐릿해지며,
취한 듯한 기분이 든다.
오늘은 그런 날이었다.
다른 무엇도 아닌,
그저 내가 내 마음을
한 조각 수박처럼 꺼내 나누는 날.
친구야, 고맙다.
글을 쓸 용기를 줘서.
뭐라도 써야 할 것 같았다.
누가 보든, 인기가 있든 없든,
그저 이렇게 털어놓아 본다.